수의 여왕
가와조에 아이 지음, 김정환 옮김 / 청미래 / 2020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가와조에 아이(川添 愛)’의 ‘수의 여왕(数の女王)’은 수론(數論)을 주제로 한 판타지 소설이다.

학문을 문학으로 쓰려고 하는 시도는 의외로 많다. 어렵고 그래서 꺼려지기도 하는 학문일수록 그러하다. 문학을 통해 조금이나마 흥미를 갖고 가깝게 느끼게 하려는 것이다.

수학이 특히 그런 학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수학은 현실세계와의 접점보다는 논리세계의 이론을 중심으로 집약된 학문이라서 이야기를 통해 풀어낸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양쪽을 모두 만족하기가 어려워서다.

자칫하면 소설로서의 이야기와 수학적인 내용이 부족하기도 쉽고, 비유적으로 얘기한다는 게 그만 수학과는 동떨어진 얘기가 되버리는가 하면, 거의 교과서를 그대로 담아낸 수준이라 쉽지도 재미있지도 않아서 어떻게 보든 어중간한 물건이 되기 쉽다.

그런 점에서 저자는 애초에 접근을 참 현명하게 했다. ‘기본적으로는 소설’이라는 것을 전제에 두고, 신기해서 흥미로운 현상이나 정리, 추측 중에서 이야기와 어울리는 것만을 선택한 점이 그렇다. 교과과정이나 목표 독자의 교육수준 등에 구애받지 않고 난이도에 상관없이 골랐기에 가능한 일이다. 덕분에 수학적인 내용이 꽤 많을 뿐더러 심지어 그걸 거의 원래 그대로 노골적으로 적었는데도 불구하고 전혀 어색하지도 않으며 오히려 흥미를 돋우기까지 한다.

이건 그만큼 작품에 등장하는 수와 수식을 종교적이고 신화적인 내용으로 잘 비볐기에 그런 것이기도 하다. 기본적인 세계관에서부터 수가 중심인 세계를 정말 잘 구축한데다, 운명수같은 것도 절묘해서 보다보면 감탄하게 되는 부분이 많다.

작품 속 수는 ‘정해진 운명’이나 ‘영혼’처럼 이미 익숙한 것들을 짙게 연상시키는데, 이것이 수를 계산하거나 변형하는 것을 자연스레 운명을 주무르거나 개척하는 것으로 생각케 하며, 수식 역시 마법이나 주술적인 의식을 연상케 한다. 마치 종교와 신화를 수를 이용해 다시 해석한 느낌인데, 비교해보면 생각보다 비유와 표현이 적절하고 재미도 있다. 이렇게 현실과 책 속 세계간에 유사점이 있는 것은 등장인물들이 왜 그렇게 수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때론 집착까지 하는지를 더 잘 와닿게 만든다.

이건 이야기가 전형적인 선악구조와 메시지, 거기에 익숙한 동화적 프레임을 사용해서 더 그렇다. 특히 중심인물인 왕비가 그러하다. 이런 점은 이야기의 전체 구성과 흐름을 쉽게 파악하게 해준다.

익숙한 구성인데도 지루하긴커녕 흥미롭고 이 작품만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것은, 수를 이용한 세계관 등 설정이 좋기도 하지만, 그만큼 인물 구성과 묘사도 잘했기 때문이다.

등장인물들은 모두 각자의 캐릭터가 뚜렷하고, 극 중에서의 역할 역시 분명하다. 그런 각자의 성향과 역할이 맞물려 자연스레 그런 흐름이 되도록 유도하는 것도 잘했다. ‘왜 거기서 꼭 그래야 해?’라는 의문에 대한 답을 앞에서 미리 던져놓는데, 그냥 적당히 나올만한 이야기 정도였던 것이 나중에 어떤 결과를 만들어냈는지 생각하면 소설 역시 마치 수식처럼 잘 짰다는 감탄이 절로 나온다.



*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