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하라 이야기 - 아주 특별한 사막 신혼일기
싼마오 지음, 조은 옮김 / 막내집게 / 2008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의 저자 싼마오, 그녀의 이름은 한문으로 三毛라고 쓰더라. 세 개의 털? 세잎클로버도 아니고 삼위일체도 아니고 세 개의 털이라니 뭔가 묘하다. 중국이름에 대한 내 이해가 부족해서이겠지만, 그녀의 이름에 들어있는 '털'과 책 속표지 속 그녀의 예쁜 얼굴, 전혀 매치가 되지 않았다.

중국에서 태어나 대만에서 자라난 싼마오, 이 책에는 세계를 떠돌던 그녀가 스페인 남자 호세와 서사하라에서 결혼하여 생활하는 이야기가 담겨있다. 서로 다른 나라에서 살아온 사람들이 제3의 나라, 그것도 사막에서 생활한 것도 범상치 않은데, 싼마오와 호세 - 이 두사람의 독특함 또한 만만치 않았다. 

석달동안 법원과 우체국을 들락날락하며 분주히 결혼수속을 준비하던 중 갑자기 "내일 오후 여섯 시에 결혼하라"고 통보를 받은 이야기나, 남자의사에게 진찰받기를 두려워하는 사하라위 여인네들과 심지어 가축들에게까지 무료의술(돌팔이;;)을 베푼 이야기, 사막의 늪에 빠져 죽을 고생을 한 후에도 다음날 당장 화석을 가지러 같은 길을 떠날 계획을 하는 이야기 등등 어리숙하고 매번 아내에게 꿀밤을 맞을정도로 단순무식한, 그러나 듬직한 호세와 호기심이 많아서 뭐든 덤벼보고 체험하길 원하는 말괄량이 싼마오의 엉뚱한 매력이 이 책 속에는 가득 담겨 있었다.

"무하마드사리 씨, 회사로 가는 길이세요? 그럼 호세에게 좀 전해주세요. 내일 결혼하게 됐으니까 퇴근하면 저한테 오라고요."
운전기사는 머리를 긁적이면서 이상하다는 듯 말했다.
"호세는 내일 자기가 결혼하는 것도 몰라요?"
"몰라요. 저도 몰랐어요." (29p)

 
그 뿐 아니다. 이 책에는 싼마오와 호세의 이웃들-사하라위 주민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매번 그녀의 집을 방문해 이것저것 빌려가고 돌려주지도 않으면서도 그걸 당연히 여기고 행여나 싼마오가 거절을 하면 "내 부탁을 거절하다니, 당신은 내 자존심을 건드렸어요."라며 얼굴을 굳히는 사하라위족들의 이야기도 엉뚱했다. 나중에 싼마오 또한 이웃주민에게 "당신은 내 자존심을 건드렸어요."라고 말을 내뱉어 성냥개비 3개를 간신히 얻어온(당연히 그 성냥갑은 모두 싼마오가 이웃주민에게 준 것이다;;) 이야기를 읽고는 푸핫-웃음을 터뜨릴 수 밖에 없었다.

이 책이 이리도 재미난 이유가 뭘까 생각해보니, 그녀는 '남에게 잘보여야겠다'라는 생각으로 자신의 삶을 멋지게 포장하는 대신 솔직담백하게, 자기가 하고 싶은 일들을 제멋대로 벌여가며 좌충우돌하는 모습을 책 속에 그대로 담아내었다. 싸이 미니홈피를 보다보면 흔히들 이국적인 풍경 속에서 감상에 젖은 모습이나 좋은 음식을 먹고 멋진 것을 체험하는 모습들을 많이들 자랑하고 있는데, 그녀는 자신의 망가진 모습을 과감히 드러내고 있었다. 또한 '여기는 너무 환상적이야, 아름다워'란 이야기만 읊조리고 있는 것이 아니라, '뭐 이딴 곳이 다 있어?'란 표현도 서슴치 않고 내뱉는다. 아, 이 아줌마 - 정말 재미있다.

그녀의 매력에 푹 빠져버린 나는 서사하라에서 카나리아제도로 떠난 싼마오와 호세의 이야기가 담긴 <흐느끼는 낙타>도 꼭 읽어보려한다. 원래 리뷰를 쓰면서 출판사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는데 이번만큼은 이런 좋은 작품을 한국 독자들에게 소개해 준, 그리고 너무도 예쁘게 그 책을 포장해 준 <막내집게>출판사에도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다. 앞으로도 싼마오의 이야기, 그리고 그에 못지않게 특별한 또 다른 이야기들도 독자들에게 맛있게 포장해서 선물해주시길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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