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오늘에 걸쳐 손택의 에세이 <스타일에 대해>(1965)를 읽었다. 예술의 본질은 내용이 아니라 형식임을 지적이고 체계적으로 설명하는 글이다. 형식이란 예술 장르마다의 고유한 표현양식을 말한다. 작가가 형식적 기술을 연마하여 자신만의 표현양식을 개척한다면 스타일을 갖게 된다. 스타일이 예술의 진정한 가치다. 손택은 말한다. 스타일이 없는 예술 작품은 있을 수 없다고. 예술작품에서 내용만을 발견한다면 우리는 그 작품을 예술이 아닌 진술문으로 취급하는 것이다. 이러한 주장은 이미 <해석에 반대한다>(1964)에서 제기했던 통찰이다.
<스타일에 대해>는 예술의 본질을 더욱 파고든다. 스타일과 '스타일화'를 대조하여 분석하는가 하면 예술을 이해하지 못한 비평가들의 착각을 일갈한다. 우리가 예술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다시 한 번 강조하기도 한다. 이에 해당되는 손택의 문장을 옮겨 둔다. 먼저 스타일화에 대하여.
"스타일화는 예술가가 작품 속에서 내용과 형식을 구분하려 들 필요가 없는데 굳이 구분하려 드는 순간에 나타난다." 스타일화로 "야기되는 결과는 그 예술작품이 지나치게 편협하고 반복적이 되거나, 작품 곳곳에서 삐걱거리다가 작품 자체가 분열되거나, 둘 중 하나다. 오손 웰즈의 <상하이에서 온 여인>이 후자의 본보기가 되겠다."
스타일화는 예술이 되지 못한 작품에서 나타나는 흔적이다. 스타일화됐을 때에는 작품은 흥미로운 것이 된다. 여기서 흥미란 과장에서 비롯된 것으로 긍정의 개념이 아니다. 비꼬는 표현이다. 손택은 스타일의 예로 입체주의와 자코메티를 들면서 이유도 덧붙였다. "인간의 얼굴과 몸을 아무리 심하게 일그러뜨렸다 해도 그것은 얼굴과 몸을 흥미롭게 만들기 위해서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번엔 예술작품을 진술문으로 간주하는 비평가들을 비판하는 구절이다. "그들이 초점을 맞추는 것은 예술작품이라는 올가미에 걸려든 '현실'이지 예술작품이 사람의 마음을 끌여들여 어느 정도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느냐가 아닌 것이다."
손택은 거듭 강조한다. 예술 작품의 본질과 우리가 예술을 향유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를.
"예술작품의 고유한 특징은 개념적 지식을 창출하는 데에 있는 것이 아니라 작품 자체에 완전히 사로잡히거나 매혹된 상태에서 어떤 흥분, 참여, 판단에 연루될 수 있도록 만드는 데에 있다."(p.46) "예술작품을 예술작품으로 만난다는 것은 특정한 경험을 얻는 것이지 어떤 문제의 해답을 듣는 것이 아니다. 예술은 무언가에 관한 것만이 아니다. 예술은 그 자체로 무언가이기도 하다."(p.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