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하는 마음, 마약 파는 사회 - 일상을 파고든 마약의 모든 것
양성관 지음 / 히포크라테스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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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에 관련된 뉴스가 연이어 끊이질 않고 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나에게 있어 마약이란 영화나 드라마 같은 매체에서 극적인 요소로만 사용되는, 심리적으로 좀 멀게 느껴져 충분히 작품을 즐길 수 있는 요소일 뿐이었다. 하지만 요즘은 어떠한가. 연예인들이 마약에 심심찮게 연루되고, 잠잠해지거든 슬쩍 복귀해 아무 문제 없이 '좋은 작품으로 보답하며' 활동하는 것 정도는 기본인 것 같다.

 

 

그 정도야 조금 TV 시청에 불편한 정도였지 직접적으로 마약의 심각성이 와닿지 않았었지만, 마약을 탄 음료수를 대치동 학원가에서 학생들에게 나누어 주고 먹였다는 뉴스는 일반인들에게 꽤 충격적이었다. 그러던 중에 미국 필라델피아에 마약에 중독되어 좀비처럼 기괴하게 서있는 마약중독자의 모습까지 뉴스로 접하니, 이제야 비로소 마약의 심각성이 피부로 와닿는 것 같다.

 

 

하지만, 마약의 이미지는 어떠한가 생각해 보면, 클럽음악으로 사용되거나, 밈[meme]으로 소비하며 심각성에 비해 친숙한 이미지가 아닌가. 여기, 마약의 심각성을 다시 되짚어 볼 수 있는 한 권의 책이 있다.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면, 절대 중간에 책을 덮는 일이 없길 바란다.

 

 

이런 경고를 한 이유는, 책의 초반에서 마약이 주는 쾌락을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설명은 그런 쾌락 뒤에 숨어있는 마약의 심각한 부작용이라던가 파괴적인 중독성, 각종 문제들을 설명해 주기 위함일 뿐이지 마약을 권유하는 것은 아니다. 만약 책의 앞부분만 읽고 덮어버린다면, 저자의 저술 의도와 완전히 상반되는 길로 가는 것이기에 반드시 완독할 것을 권하고 싶은 책.

 

 

하지만, 일부러 그러는 것이 아니라면, 읽다 보면 저도 모르게 완독하게 될 만큼 흥미로운 내용이다.

 

 

 

 

 

 

마약의 종류, 마약의 효과, 마약의 모든 것

 

 

가정의학과 전문의인 저자는 15년간 20만 명가량의 환자를 진찰했다고 하는데, 한국에서 의사 생활을 하는 동안 마약과 관련된 환자를 진료했던 경험과 함께, 마약의 모든 것을 소개하고 있다.

 

 

매체에서 보던 대로, 마약이라 하면 주사기를 꼽거나, 하얀 가루를 잘 정리해서 코로 들이마신다는 것만 알았는데 좀 더 세세한 것, 이를테면 마약의 종류에는 크게 흥분제, 진정제, 환각제가 있다는 이야기라던가, 주사기로 투약하는 경우 심해지면 혈관이 딱딱하게 되어 종국에는 주사를 놓기 위해 온몸에 있는 혈관을 찾는다는 충격적인 이야기는 이 책으로 처음 알게 되었다.

 

 

 

 

 

 

무색무취의 마약, 속칭 물뽕이라 하는 GHB는 먹은 사람을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는데 하루 이틀이면 소변으로 빠져나가 그 증거를 잡기 힘들다는 사실이라던가, 제약회사의 은근한 로비로 한 나라의 국민 대다수가 마약에 찌들게 된 이야기는 스스로가 원치 않더라도 자신도 모르게 마약에 중독될 위험에 처해있을 수 있다는 경각심을 갖게 만든다.

 

 

 

 

 

 

지금 우리가 알아서 마약을 조심할 이유

 

 

웨이브 오리지널 시리즈, 「약한 영웅」에서는 주인공의 친구가 불량한 일진들의 사주를 받고, 시험 중에 친구의 목에 펜타닐 패치를 붙여 정신을 어지럽히게 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런 드라마의 이야기처럼 실제로 저도 모르게 원치 않는 마약을 하게 된 사람들의 이야기가 뉴스로 종종 보인다. 우리가 왜 마약을 조심해야 하는지, 자의로든 타의로든 늘 조심하고 하지 말아야 할지, 이 책에 다 들어있다. 혹, 마약에 관심이 생기더라도 이 책을 통해 마약을 피해야 할 이유를 두 눈으로 반드시 확인해 보길 바란다. 아마 마약에 대한 긍정적 관심이 쏙 들어갈 것이다.

 

 

 

 

 

 

 

본 서평은 히포크라테스 출판사로부터 책을 지원받고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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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엇 페이지 저자, 송섬별 역자 / 반비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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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매니저에게 연락했다.

더는 할 수 없다고,

더는 숨지도,

거짓말하지도 못하겠다고,

내가 안에서부터 갉아먹히고 있다고… (P.110)

 

 

 

엘렌이라는 이름을 쓰는 여배우에서 퀴어로 커밍아웃,

그리고 지금은 FtM 트랜스젠더가 된 엘리엇 페이지의 회고록

 

 

우리에게는 「주노(2007)」라던가, 「인셉션(2010)」, 혹은 「엑스맨 실사영화 시리즈」에서 키티 프라이드로 익히 알고 있는 배우, 엘런 페이지가 FtM 트랜스젠더가 되었고, 엘리엇 페이지가 된 지금, 그가 진짜 자신의 모습을 찾아가는 여정이자 회고록인 「페이지 보이」가 지난 10월 한국에서도 출간되었다.

 

 

트랜스젠더에 대한 논쟁이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뜨거운 감자같이 느껴지는데 이런 때에 이 책은 트랜스젠더가 된 한 배우의 진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한 권의 책이 아닐까.

 

 

 

젠더 디스포리아?

 

 

젠더 디스포리아(gender disporia)란 성별 불쾌감을 의미하는 단어다. 자신의 성별적 특징이 도드라지는 몸에 불쾌감을 느끼거나 심지어 혐오하게 되는 것을 말한다. 이렇게 젠더 디스포리아를 느끼는 경우에 트랜스젠더가 된다고 한다.

 

 

엘리엇 페이지는 회고록에서 매니저나 촬영 현장에서 특정한 의상을 강요받는 상황에서 특히나 이런 불쾌함을 심하게 느꼈다고 한다.

 

 

어쩌면, 이러한 엘리엇 페이지의 지난 고충들이 이런 고민을 가지고 있지 않은 누군가에게는 사소하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스스로가 생각하는 '나'를 다른 사람들이 인정해 주지 않고, 함부로 대한다면, 그 사소하지만 작은 충돌들이 쌓이면 엄청난 스트레스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퀴어란 끊임없이 자신의 존재를 인정받기 위해 투쟁해야 하며, 트랜스젠더는 끊임없이 자기 존재를 증명할 것을 요구받는다.

─ 황인찬(시인)

 

 

주변뿐만 아니라 직업적인 위치 때문에 더욱 많은 이에게 자신의 존재를 인정받아야 했고, 그런 과정은 순탄치 않았기에 더욱 심한 자기혐오에 빠질 수밖에 없었던 상황. LGBTQ+들은 주변에 자신의 이러한 성향을 숨길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인 경우가 많은데, 그런 사람들이라면 이런 이야기로 공감과 위로를 얻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특히나, 성전환 수술을 진지하게 고려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더욱이 말이다.

 

 

 

 

 

 

우리가 느끼지 못하는 것이라고 다른 사람의 자기 자신으로 있을 의지를 꺾을 자격은 없다. 다른 이에게 무언가를 강요할 자격이 없음을 배울 수 있었던 책. LGBTQ+, 특히나 FtM 트랜스젠더의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그리고 엘리엇 페이지를 좋아한다면 꼭 한 번쯤 읽어봤으면 좋겠다.

 

 

퀴어를 위해서라도, 그리고 진짜 자신을 찾은 엘리엇을 응원하기 위해서라도.

 

 

 

 


 

본 서평은 반비 출판사로부터 책을 지원받고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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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뢰딩거의 소녀
마쓰자키 유리 지음, 장재희 옮김 / 빈페이지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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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과 과학 위에 허를 찌르는 엉뚱한 상상력을 더하다!

마쓰자키 유리의 SF 단편집, 「슈뢰딩거의 소녀」

 

 

 

 

 

// 예순다섯 데스 //

65살이 되면 죽어야 하는 세계. 죽음의 직전에 다다른 예순넷의 노인에게 어느 날 자신과 똑닮은, 신경 쓰이는 한 소녀가 나타난다. 계획되지 않은 소녀의 등장으로 노인은 1년밖에 남지 않은 생에 어떤 변화를 줄 것인가?

 

// 이세계 수학 //

담임에게 암기식 수학은 그만두는 게 좋다는 지적을 받은 고등학생, 에미.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쿠야시이한 마음에 다리 위에서 그만 "수학 따위, 이 세상에서 사라졌으면 좋겠어!"라고 외쳐버린다. 그러자 에미의 세상은 수학이 사라진 세상이 되어버리는데...

 

// 꽁치는 쓴가, 짠가 //

미루다, 미루다 개학 직전까지 방학 숙제를 못한 초등학생 지하루. 엄마는 도와주지 않고, 주제조차 정하지 못하던 그때, 달력에 눈에 띄는 한 단어가 보인다. 추도어[秋刀魚]의 날. 꽁치의 날이라는 뜻인데, 지하루가 사는 세상에서 꽁치는 이미 멸종되었다. 그러면 한 번도 먹어보지 못한 꽁치의 맛을 연구해 보는 것은 어떨까? AI와 함께 탐구해 보는 지하루의 꽁치 요리 연구.

 

// 살 좀 찌면 안 되나요 //

살쪘다는 이유만으로 다른 사람들의 따가운 눈초리뿐만 아니라 직장에서도, 정부에서도 대놓고 난색을 드러내는 세상. 한 디자이너는 비만이라는 이유로 권고사직을 당한다. 정부에서는 비만인 5명을 뽑아 제1회 다이어트 왕 결정전까지 주최하는데, 그 대회는 탈락자들에게는 가차없는 죽음이 주어지는 생존게임이었다...? 강제로 참가하게 된 디자이너, 이 터무니없는 대회를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 슈뢰딩거의 소녀 //

치사율 100%, 지성은 사라져버리고 공격성을 띠는, 마치 좀비처럼 되는 Z 바이러스가 창궐하는 세상. 두 소녀가 보인다. 한 소녀는 이미 감염된 모양. 이 소녀들에게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 펜로즈의 처녀 //

바다에서 표류하다 한 섬에서 눈을 뜨게 된 요이치. 그의 눈앞에는 카페라테 색 피부를 가진 엄청나게 예쁜 소녀가 있었다. 그 소녀의 이름은 사요. 요이치가 사요와 꽃 같은 나날을 기대하는 것도 잠시, 표류한 곳은 인신공양을 하는 섬이었고, 그 인신공양의 다음 제물은 다름 아닌 요이치가 첫눈에 반한 소녀, 사요였는데...

 


 

 

웃으며 선을 넘을 때의 쾌감과 뾰족한 가시를 살살 건드릴 때의 즐거움을 아는 독자들에게 선물 같은 소설집!

─소설가 장강명

 

 

영상으로 본 적은 없지만, 인터넷에서 몇 번인가 컷으로 돌아다니던, 독특한 상상력이 느껴지는 일본 드라마, 「기묘한 이야기」를 본 적이 있다. 그때의 신선한 충격이 마쓰자키 유리의 단편 소설집, 「슈뢰딩거의 소녀」에서도 느껴졌다. 글을 무심하게 읽어가다가 갑자기 등장하는 허를 찌르는 유쾌한 설정, 그런 설정에 여기서 이런 내용을 집어넣는다고? 싶어지다가도 금세 납득해버린다. 그러다가 다 읽게 될 무렵에는 각 단편마다 은은하게 배어있는 메시지에 고개가 절로 끄덕여진다.

 

소설가 장강명의 추천사가 무슨 뜻인지는 단편 중 하나라도 읽었다면 이해가 쉽게 갈 것. 앞서 말한 일본 드라마 「기묘한 이야기」 시리즈를 좋아한다면, 이 단편집도 좋아할 것 같다. 읽으면서, 종종 '아, 이거 「기묘한 이야기」에서 단편으로 만들어도 될 것 같다.'라는 생각이 들어 머릿속에서 장면이 그려졌으니까.

 

 


 

 

 

선을 지킬 줄 아는 선 넘기?

 

마쓰자키 유리의 상상력은 선을 지킬 줄 알면서도 이따금 생각지 못한 곳에서 선을 넘는다. 가끔 책을 읽다 보면, 과도하게 자신의 상상력은 비범하다는 것을 뽐내는 듯, 일반 독자들이 이해하기 힘든 설정들을 마구잡이로 퍼부어 '이게 뭔 소리지...'싶은 경우가 있다. 그런 경험을 떠올리면, 「슈뢰딩거의 소녀」에 수록된 단편들은 누구라도 이해하기 쉬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대다수 독자들이 납득할 수 있는 선은 지키면서, 그 안에서 자유롭고 과감하게 선을 넘어버린다.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는 SF 단편집

 

'슈뢰딩거의 고양이'라던가, '페르미의 역설'같이 과학적 이론을 두고 이야기가 진행되기도 하고, 그런 이론 같은 거 잘 모르더라도 「살 좀 찌면 안 되나요」나 「꽁치는 쓴가, 짠가」는 이해나 공감 가능한 범위의 SF 단편이다.

 

 

 

 

개인적으로 재미있었던 단편은 「살 좀 찌면 안 되나요」.

 

「배틀로얄」이나 「아리스 인 보더랜드」처럼 가차 없이 참가자를 죽여버리면서, 참가자들이 본인들의 욕구(식욕)를 얼마나 잘 통제할 것인지에 대한 단순한 게임의 룰은 「찰리와 초콜릿 공장」이 떠오르기도 한다.

 

 

 

 

 

 

두 번째로 접하는 빈페이지 출판사의 책이었는데, 「악어의 눈물」때와는 다소 결이 다른 노선의 소설이지만, 이번에도 재미있게 읽었다. 평소 SF 소설을 좋아하거나, 일본 드라마 「기묘한 이야기」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과감하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본 서평은 빈페이지 출판사로부터 책을 지원받고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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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페어리 테일 1 페어리 테일 1
스티븐 킹 지음, 이은선 옮김 / 황금가지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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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는 이 이야기를 글로 쓸 수 있겠다는 확신이 있다.

그리고 아무도 믿지 않을 거라는 확신도 있다. (P.9)

 

17세 소년, 찰리 리드는 어머니를 교통사고로 여의고, 알코올중독자 아버지와 같이 살고 있었다. 약간 반항기 있는 사춘기를 보내고 있다는 것 말고는 딱히 특별할 것 없는 찰리에게 어느 날, 레이더라는 강아지와 단둘이 사는 이웃집 할아버지 하워드 보디치가 쓰러져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되고, 찰리는 구급차를 불러 할아버지의 목숨을 구한다.

 

어쩌다 그 할아버지의 간병과 레이더를 돌보는 일을 맡게 된 찰리.

 

그런데, 할아버지의 집에는 뭔가 수상쩍은 것들이 많았다.

양동이에 한가득 들어있는 BB탄 크기의 황금 알갱이들.

 

그리고, 잠긴 창고에서 들려오는 커다란 무언가의 문 두드리는 소리.

 

그것들에 대해 찰리가 알게 된 것은 하워드 할아버지가 심근경색으로 죽기 직전에, 찰리에게 육성으로 남긴 테이프의 내용을 듣게 되면서부터였다.

 

하워드 할아버지는 돌아가셨고, 강아지 레이더까지 죽음을 앞두고 있는데, 레이더의 생명을 늘릴 수 있는 방법이 할아버지 집 창고에 있는 우물에 있었다.

 

그 속에서 찰리는 어떻게 레이더에게 두 번째 삶을 줄 수 있을지, 그리고 우물 속 도시에 사는 이들과 만나며 그들에게 주어진 저주를 해결해 줄 수 있을지, 찰리의 동화 같은 이야기가 펼쳐진다!

 

 


 

 

공포소설의 대가 스티븐 킹의 동화[童話]적 판타지 소설...?

 

내가 스티븐 킹을 처음 접하게 된 것은 영화 「미스트」였다. 그리고 그 이후로도, 스티븐 킹을 접한 건 「높은 풀 속에서」라던가, 「제럴드의 게임」과 같은 공포·스릴러 장르였기에, 이번 작품처럼 꽃과 나비가 표지에 그려져있고, 검고 붉은색 대신에 노란색과 보라색을 사용한 동화 같은 스티븐 킹의 이야기는 한 번도 상상해 본 적이 없었다.

 

얼마나 동화 같고 낭만적일지, 기대했던 것은 잠시.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추천사가 눈에 들어왔다.

 

"경이와 공포가 한 쌍을 이루는, 마법이 가득하면서도 공포스러운 도시를 향한 여행."

─기예르모 델 토로, <판의 미로> <셰이프 오브 워터> 감독

 

실제로 이 책을 읽다 보면, 기대했던 디즈니 동화 같은 희망과 기쁨이 넘쳐흐르는 분위기가 아니다.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한 동화 같은 걸까? 싶다가도, 소설 속에서 동화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때 그 레퍼런스에 그림 형제의 동화같이 사실 더욱 잔인했던 이야기들이 종종 언급되기 때문.

 

읽으면서, 위 추천사를 쓴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작품이 생각났다. 기예르모 감독 역시 동화 같은 스토리에 그렇지 못한 기이하고 오싹한 비주얼의 작품으로 유명한데, 책에서 어머니가 사고로 돌아가셨을 때의 묘사도 잠깐이나마 소름 끼치고 안타까웠지만, 찰리가 우물 속 도시로 들어가면서부터 본격적으로 기괴한 외형의 저주받은 주민들이 등장한다.

 

 

 

우물 속 회색 도시의 저주받은 사람들, 그리고 그들을 구하기 위해 왕자가 되어야 하는 소년.

 

 

찰리가 레이드와 함께 우물 속 도시에 들어가자, 도시는 잿빛이 되어가고 있었고, 그들을 맞이하는 주민들은 마치 누가 지우개로 벅벅 지운듯, 이목구비가 흐릿해져 있다. 마치 살 속에 파묻히는 것 같이 눈이나 입, 또는 귀가 사라져있고 그 기능 역시 상실해있는 사람들.

 

공주였던 리아는 입이 사라져 음식을 먹을 때마다 날카로운 손톱으로 볼을 찢어 액체로 된 곤죽을 마셔야 하고, 클로디아는 귀가 사라져서 소리를 듣지 못해 항상 목청 높여 이야기한다. 레이드의 두 번째 삶을 위해 이 도시에 왔지만, 리아의 하녀가 찰리에게 하는 부탁, "그분을 도와주세요."(P.373)을 듣는데...

 

 

 

 

 

아직 2권을 읽지 못했지만, 찰리는 도시를 다니며 소름 끼치는 외형을 가진 이들의 딱한 이야기를 듣게 되고, 그들을 도와주려 하는 모양. 조금 까칠하지만 마음씨는 착한 것 같은(?) 찰리가 2권에서 어떤 방식으로 이 저주를 해결할지 궁금증을 자아내는 부분이었다.

 

1권을 읽었다면 2권까지 안 읽을 수가 없을지도...?

 

 

 

폴 그린그래스 감독으로 유니버설 픽처스에서 영화화 예정작,

이 소설의 비주얼 화 역시 기대를 안 할 수가 없다.

 

이미 수많은 소설을 영상으로 만든 스티븐 킹이 이번 최신작, 「페어리 테일」 역시 유니버설 픽처스를 통해 영화화 시키는 데에 성공했다. 아직 예정이라 실제 관객들에게 보이기 까지는 조금 시간이 걸릴 것 같은데 소설로 미리 스티븐 킹의 몽환적인 세계관을 접해보는 것은 어떨까.

 

 

 

 

본 서평은 황금가지 출판사로부터 책을 지원받고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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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구석 오페라 - 아름다운 사랑과 전율의 배신, 운명적 서사 25편
이서희 지음 / 리텍콘텐츠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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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에 오페라를 즐기는 한국인은 몇 명이나 될까?

 

 

인맥이 그렇게 넓은 편이 아니라 한국인의 어느 정도가 오페라를 즐기는지 알 수는 없지만, 유튜브나 인터넷 커뮤니티를 보면 뮤지컬 작품들에 대한 정보는 쉽게 접하는 데에 반해, 오페라에 대한 소식은 잘 못 접해본 느낌이다. 유명 아이돌이나 배우, 가수들이 뮤지컬 배우로써는 자주 무대에 서지만, 오페라를 하는 경우는 잘 없어서 상대적으로 관심이 시들한 걸까?

 

 

작년 이맘때 즈음에 리텍콘텐츠에서 「방구석 뮤지컬」이 출간되었는데, 이번에는 「방구석 오페라」가 출간되었다.

 

 

 

 

 

 

서문에서 저자 역시 오페라를 생소하게 느낄 수 있다고 말한다. 나의 경우, 아주 어릴 적에 작품에 이해도 하기는커녕, 오페라라는 것에 대해서도 잘 몰랐는데 어쩌다가 「피가로의 결혼」을 보러 간 적이 있었다. 당연하게도 너무 어렸던 나는, 줄거리도 모르겠고, 음악이 그저 어렵고 이해하기 힘들어 그 공연을 갔다는 사실만 기억에 남아있다.

 

 

 


 

 

 

이 책에서는 25편의 오페라 작품을 다루어준다. 크게로는 비슷한 스토리 구조로 엮었고, 그 안에서 오페라 작품들을 소개하며, 극의 줄거리, 그리고 대표적인 노래들을 한국어로 번역된 가사와 함께 소개하고, 마지막에는 해당 작품의 정보와 그것이 가지는 의의 등을 설명해 준다.

 

 

 

 

 


 

 

그 어렸던 내가 이해할 수 없었던 「피가로의 결혼」부터, '밤의 여왕의 아리아'만큼은 안 들어본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하지만 뭔지는 잘 몰랐던 「마술피리」같은 작품, 이뿐만 아니라, 다소 생소하게 느껴지는, 처음 듣는 작품들도 꼼꼼하게 다루어준다.

 

 

특히 저자는 이 책에서 오페라의 줄거리들을 아주 잘 요약해서 소개하는데, 각 작품마다 마지막 페이지에 있는 QR코드로 작품의 대표곡을 들으면, 평소 스쳐 지나가듯 들어놓고 귀에 익어버린 음악이 이런 오페라에 나온 거였구나, 하는 신기한 경험을 하게 될 것.

 

 

 

 

 

 

또, 책에서는 오페라 장르 자체에서 쓰이는 전문 용어들도 간단명료하게 서두에 수록해 주었다. 오페라 고인물을 위했다기보다는 오페라 뉴비들을 위한 책이라는 느낌.

 

 

 

 

 

 

그래서인지 진입장벽이 낮아져, 책을 읽다가 괜히 오페라 공연 뭐 하는지 구경해 보기도 한다.

 

 

만약, 좋은 기회가 생겨 오페라 공연을 보러 가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읽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반드시 오페라 공연을 더욱 풍부하게 즐길 수 있을 것.

 

 

그런 여건이 되지 않더라도, 요즘은 유튜브로도 오페라를 보거나 들을 수 있기도 하고, 이 책에서도 QR코드를 제공해 주니, 비록 방구석이더라도 「방구석 오페라」와 함께 오페라를 누려보는 것은 어떨까.

 

 

뮤지컬보다는 조금 인지도가 낮은 느낌이지만, 오페라의 매력을 담뿍 느낄 수 있었던 책. 책으로 오페라에 대한 부담이 덜어졌으니, 나도 언젠가 좋은 오페라 공연이 보이면 꼭 가보고 싶어졌다. 특히, 「피가로의 결혼」만큼은 다시 봐야겠다는 다짐이 들기도...

 

 

반대로 뮤지컬은 한 번 가본 적 있기도 하고, 유튜브로 영상을 많이 찾아보기도 해서 그런지 같은 작가의 책, 「방구석 뮤지컬」에도 관심이 갔다.

 

 

공연 무대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어느 쪽이라도 한 번쯤 읽어보면 좋지 않을까.

 

 

 

 

 

 

 

 

본 서평은 리텍콘텐츠로부터 책을 지원받고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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