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뢰딩거의 소녀
마쓰자키 유리 지음, 장재희 옮김 / 빈페이지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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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과 과학 위에 허를 찌르는 엉뚱한 상상력을 더하다!

마쓰자키 유리의 SF 단편집, 「슈뢰딩거의 소녀」

 

 

 

 

 

// 예순다섯 데스 //

65살이 되면 죽어야 하는 세계. 죽음의 직전에 다다른 예순넷의 노인에게 어느 날 자신과 똑닮은, 신경 쓰이는 한 소녀가 나타난다. 계획되지 않은 소녀의 등장으로 노인은 1년밖에 남지 않은 생에 어떤 변화를 줄 것인가?

 

// 이세계 수학 //

담임에게 암기식 수학은 그만두는 게 좋다는 지적을 받은 고등학생, 에미.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쿠야시이한 마음에 다리 위에서 그만 "수학 따위, 이 세상에서 사라졌으면 좋겠어!"라고 외쳐버린다. 그러자 에미의 세상은 수학이 사라진 세상이 되어버리는데...

 

// 꽁치는 쓴가, 짠가 //

미루다, 미루다 개학 직전까지 방학 숙제를 못한 초등학생 지하루. 엄마는 도와주지 않고, 주제조차 정하지 못하던 그때, 달력에 눈에 띄는 한 단어가 보인다. 추도어[秋刀魚]의 날. 꽁치의 날이라는 뜻인데, 지하루가 사는 세상에서 꽁치는 이미 멸종되었다. 그러면 한 번도 먹어보지 못한 꽁치의 맛을 연구해 보는 것은 어떨까? AI와 함께 탐구해 보는 지하루의 꽁치 요리 연구.

 

// 살 좀 찌면 안 되나요 //

살쪘다는 이유만으로 다른 사람들의 따가운 눈초리뿐만 아니라 직장에서도, 정부에서도 대놓고 난색을 드러내는 세상. 한 디자이너는 비만이라는 이유로 권고사직을 당한다. 정부에서는 비만인 5명을 뽑아 제1회 다이어트 왕 결정전까지 주최하는데, 그 대회는 탈락자들에게는 가차없는 죽음이 주어지는 생존게임이었다...? 강제로 참가하게 된 디자이너, 이 터무니없는 대회를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 슈뢰딩거의 소녀 //

치사율 100%, 지성은 사라져버리고 공격성을 띠는, 마치 좀비처럼 되는 Z 바이러스가 창궐하는 세상. 두 소녀가 보인다. 한 소녀는 이미 감염된 모양. 이 소녀들에게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 펜로즈의 처녀 //

바다에서 표류하다 한 섬에서 눈을 뜨게 된 요이치. 그의 눈앞에는 카페라테 색 피부를 가진 엄청나게 예쁜 소녀가 있었다. 그 소녀의 이름은 사요. 요이치가 사요와 꽃 같은 나날을 기대하는 것도 잠시, 표류한 곳은 인신공양을 하는 섬이었고, 그 인신공양의 다음 제물은 다름 아닌 요이치가 첫눈에 반한 소녀, 사요였는데...

 


 

 

웃으며 선을 넘을 때의 쾌감과 뾰족한 가시를 살살 건드릴 때의 즐거움을 아는 독자들에게 선물 같은 소설집!

─소설가 장강명

 

 

영상으로 본 적은 없지만, 인터넷에서 몇 번인가 컷으로 돌아다니던, 독특한 상상력이 느껴지는 일본 드라마, 「기묘한 이야기」를 본 적이 있다. 그때의 신선한 충격이 마쓰자키 유리의 단편 소설집, 「슈뢰딩거의 소녀」에서도 느껴졌다. 글을 무심하게 읽어가다가 갑자기 등장하는 허를 찌르는 유쾌한 설정, 그런 설정에 여기서 이런 내용을 집어넣는다고? 싶어지다가도 금세 납득해버린다. 그러다가 다 읽게 될 무렵에는 각 단편마다 은은하게 배어있는 메시지에 고개가 절로 끄덕여진다.

 

소설가 장강명의 추천사가 무슨 뜻인지는 단편 중 하나라도 읽었다면 이해가 쉽게 갈 것. 앞서 말한 일본 드라마 「기묘한 이야기」 시리즈를 좋아한다면, 이 단편집도 좋아할 것 같다. 읽으면서, 종종 '아, 이거 「기묘한 이야기」에서 단편으로 만들어도 될 것 같다.'라는 생각이 들어 머릿속에서 장면이 그려졌으니까.

 

 


 

 

 

선을 지킬 줄 아는 선 넘기?

 

마쓰자키 유리의 상상력은 선을 지킬 줄 알면서도 이따금 생각지 못한 곳에서 선을 넘는다. 가끔 책을 읽다 보면, 과도하게 자신의 상상력은 비범하다는 것을 뽐내는 듯, 일반 독자들이 이해하기 힘든 설정들을 마구잡이로 퍼부어 '이게 뭔 소리지...'싶은 경우가 있다. 그런 경험을 떠올리면, 「슈뢰딩거의 소녀」에 수록된 단편들은 누구라도 이해하기 쉬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대다수 독자들이 납득할 수 있는 선은 지키면서, 그 안에서 자유롭고 과감하게 선을 넘어버린다.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는 SF 단편집

 

'슈뢰딩거의 고양이'라던가, '페르미의 역설'같이 과학적 이론을 두고 이야기가 진행되기도 하고, 그런 이론 같은 거 잘 모르더라도 「살 좀 찌면 안 되나요」나 「꽁치는 쓴가, 짠가」는 이해나 공감 가능한 범위의 SF 단편이다.

 

 

 

 

개인적으로 재미있었던 단편은 「살 좀 찌면 안 되나요」.

 

「배틀로얄」이나 「아리스 인 보더랜드」처럼 가차 없이 참가자를 죽여버리면서, 참가자들이 본인들의 욕구(식욕)를 얼마나 잘 통제할 것인지에 대한 단순한 게임의 룰은 「찰리와 초콜릿 공장」이 떠오르기도 한다.

 

 

 

 

 

 

두 번째로 접하는 빈페이지 출판사의 책이었는데, 「악어의 눈물」때와는 다소 결이 다른 노선의 소설이지만, 이번에도 재미있게 읽었다. 평소 SF 소설을 좋아하거나, 일본 드라마 「기묘한 이야기」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과감하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본 서평은 빈페이지 출판사로부터 책을 지원받고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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