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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 전쟁 - 과학이 바꾸는 전쟁의 풍경 한림 SA: 사이언티픽 아메리칸 9
사이언티픽 아메리칸 편집부 지음, 이동훈 옮김 / 한림출판사 / 2017년 1월
평점 :
절판


8단원으로 각 단원마다 현재 운용되는 무기들에 대해 서술하고 있다. 막연하게 알고 있던 무기들의 활용도와 앞으로 펼쳐질 우주전쟁의 위험성과 협약에 대해서도 깊게 생각해보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평소 관심분야는 아니었지만 책을 접하고 나니 테러 및 핵 보유, 사드 등의 문제가 난재해 있어 무시할 수 없는 사안이어서 흥미롭게 살펴보았다.


서평-------------------------------------------------------

 

 

미래의 전쟁(The Changing Face of War), 사이언티픽 아메리칸(Scientific American) 편집부 엮음/ 이동훈 옮김

 

 

  인류는 '전쟁'- 타인의 물건을 취하는 것부터 영토 확장까지- 속에서 끊임없이 위협받고 세를 펼치기도 했다. 익히 알려진 알렉산더, 나폴레옹, 히틀러, 칭기즈칸 등도 전쟁과 결코 무관하지 않다. 그들이 어떤 목적이었던 간에 '전쟁'이라는 이름하에 세계를 놀라게 했던 것이 사실이다. 고대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도 신은 인간의 전쟁에 무척이나 관여했던 것으로 묘사되고 있다. 트로이 목마로 잘 알려진 그리스-트로이 간의 전쟁만 해도 인간들의 전쟁에 껴들었다가 종국에는 슬그머니 뒤로 빠지는 행태를 보여준다. 기나긴 전쟁은 신이나 인간이나 모두 피폐해지기 마련이다.


  처음 전쟁의 시발이 의식주를 해결하기 위함이었다면 점차 이념을 둘러싼 양상으로 변모된다. 십자군 전쟁부터 현시대의 각종 내전까지 속내를 들여다보면 종교와 무관하지 않다. 여전히 종교적 대립으로 인해 수많은 생명들이 피해들 보고 있다. 우리나라 또한 종전이 아닌 휴전으로 대립하고 있기에 늘 서로를 견제하게 된다. 이런 양상 속에서 전쟁의 무기는 나날로 발전하고 있다. 나를 지키기 위한 수단에 불과했던 무기가 세계라는 거대한 틀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남을 위협하는 무기가 양산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인류의 최대 공공의 적으로 수많은 테러를 자행하고 있는 테러리스트와의 난투에서 승리를 이끌기 위해 과학의 힘을 제대로 적용한 무기들이 속속들이 개발되고 발전되는 것이다.


  이 책은 2013년 총 20명의 집필진이 모여 사이언티픽 아메리칸 편집부에서 엮었으며 각 무기에 대한 문제점과 해결책을 함께 모색하고 있다. 본문에 보면 '2011년 현재'라는 문장이 나온다. 그때부터 준비하여 2013년에 완성된 것으로 생각된다.  이 책은 다양한 무기- 무인기, 핵, 바이러스, 우주 전쟁으로 펼쳐지는 과정에서 과연 제대로 제어가 가능할 것인지, 시스템 오류로 인한 아군의 피해는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민간인의 보호 방법은 무엇인지 또한 인류가 앞으로 평화를 위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제시하고 있다.

 

  과학의 발전은 경이로울 만큼 이루어졌다. 공상과학영화에서나 나올법했던 첨단 무기들은 이젠 쉽게 적용할 수 있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인간의 삶에 도움이 될 수도 있지만 그로 인한 피해가 없을 수 없는 만큼 반드시 공공과 대다수를 위한 해결책이 제시되어야 할 것이다.(물론 입장에 따라 공공의 주체는 바뀔 것이다.)


  [미래의 전쟁]은 각 챕터마다 현재 사용되고 있고 또한 미래에 사용될 무기들에 대해 펼쳐 보이고 있다. 첫 챕터는 '무인기'가 얼마만큼 전쟁에서 각축을 벌이고 있는지, 민간인의 실생활에서 사생활 보호라는 측면에서 문제점은 없는지 짚어보고 있다. 점점 무인화, 디지털화가 되어 가고 있는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그만큼 적진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드론'이라는 존재다. 미 공군에서는 무인기를 '원격조종 항공기(RPA)라고 부른다. 정찰 임무와 폭탄 투여를 넘어 에너지 병기로 사용될 것이기에 점점 성능은 향상된 초소형 무인기에 주력하고 있다. 그러나 원격 조종으로 이루어지기에 언제든 프로그램의 오류가 생길 수 있다. 이로 인해 애꿎은 민간인의 학살로도 이어진 것이 사실이다. 정확한 피해 사실을 입증할 증거를 제시하진 못했지만 필요에 의해 적군만 공격할 수 있는 완벽한 프로그램은 아니라는 것이다. 또한 일상생활에서는 언제든 감시가 이루어질 수 있다. 개인을 사찰하는 등 정부의 필요에 따라 무분별하게 사용될 수도 있다는 점이 문제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점점 대중화되고 보편화되는 가운데 득실을 제대로 따져봐야 할 것이다.


  제2장에서는 원격 조정을 넘어 자율로봇 병기에 대해 다루고 있다. 미래의 전쟁은 이렇듯 인명 피해를 최소화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그러나 인명피해가 줄었고, 전쟁(죽음)을 두려워할 상황을 회피할 수 있다 하여 전쟁에 대해 무뎌지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전쟁의 목적을 떠나 우발적인 분쟁이 벌어질 수 있는 부분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전쟁에 로봇이 본격적으로 투입된 것은 9.11테러 이후이다. 폭탄 제거, 지상 정찰 등에 투입되고 있다. 활용도가 넓어지는 가운데 로봇의 시스템 오류로 인한 오작동으로 인한 피해는 법적인 책임 소제로 대두되고 있다. 자율성 부여에 대한 화두가 제시된 만큼 조만간 '아이언맨'이 등장할지도 모른다. 옛 공상과학소설이 현실화되어 가는 시대에 살고 있으니 말이다.


 앞서 살펴본 무인기와 로봇이 원격 조정과 자율조정에 의한 무기라면 사이버 침투와 바이러스 등의 화학적 공격도 하나의 무기로 자리하고 있다. 2010년 이란 핵농축 시설을 무마시킨 스턱스넷 바이러스는 인터넷에 연결되지 않았음에도 USB를 통해 바이러스를 심었고 수개월간 시스템에 잠복하여 정확한 목표의 통제권 공격에 성공했다. 이란은 이 공격으로 얼마만큼의 피해를 입었는지 분명하지는 않지만 나탄즈 농축시설의 원심분리기 약 1,000개를 교체했다고 한다. 인터넷 강국이라는 우리나라도 공공기관과 금융권 등이 정보를 탈취당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이미 우리나라 국민들의 정보는 세계의 공공재가 되었다. 어느 곳에서 내 정보가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지 알 수 없는 일이다. 사이버 공격은 날로 지능화되어 국가시설뿐만 아니라 민간 생활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보안을 강화하면 그것을 무마시키고, 다시 높은 보안을 책정하고 또다시 무너뜨리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한전, 수력발전소 등이 공격당하면 한 나라의 기반이 무너질 수도 있는 것이다. 이런 현상을 안전하게 타계할 수 있는지 보다 높은 대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사이버 공격이 기반 시설을 흔들어 놓는 것이라 한다면 인간의 몸에 침투할 수 있는 바이러스는 소리 없는 무기이며 치명적이다. 고병원성 바이러스는 인간과 동물의 경계를 무너뜨린다. 조류독감이 인간에게 발견되는 것은 이제 다른 나라의 일이 아닐 수도 있다. 이번 겨울에도 AI로 많은 피해가 있었으며 뒤따라 발생된 구제역도 마찬가지이다. 무더운 여름이 되면 언제 또 메르스가 전역에 흩어질지 모르는 일이다. 제대로 컨트롤할 체계가 없기에 늘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다. 하루빨리 정부의 제대로 된 일처리를 촉구한다. 인간을 보호하기 위해 바이러스에 대한 연구는 끊이지 않아야 할 것이다. 다만 역으로 활용될 경우 인간에게 치명적인 독이 될 수 있으므로 연구자들의 윤리가 확고해야 할 것이다.


  반전반핵 운동인 [퍼그워시 운동]은 러셀-아인슈타인 선언’을 바탕으로 캐나다 퍼그워시에서 주체되었다. 무력충돌과 무기의 감소와 반핵이 주된 골자로 전쟁의 위험성을 알리고 있다. 무엇보다도 [핵]의 발전은 '보호'가 목적이 아닌 '공격'이 중심이 되고 있다. 핵 보유량에 따라 강대국으로 발돋움하고 서로 견제하기 바쁘다. 히로시마에 원자력이 투여되지 않았다면 과연 일본의 야욕을 끊어낼 수 있었을 것인가. 원폭 피해로 수십 년간 고통을 겪어봤기에 그들은 두려움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핵 보유를 위한 견제와 다툼은 지속되고 있다. 과연 강대국이라 할 수 있는 나라들이 핵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 이젠 지상을 넘어 핵폭발은 우주로 향하고 있다. 대기권에서의 핵 실험은 인공위성의 기능을 마비시켰으며 여러 나라의 통신, 전자 등의 시스템에 큰 타격을 입힐 수 있다.


  지구를 넘어 우주로 인간은 뻗어나간다. 수많은 인공위성이 이미 궤도에 진입하였으며 우위를 차지하고자 기술 발전에 힘쓰고 있다. 앞으로는 우주 전쟁에서의 승리가 그 나라가 가진 힘의 크기를 대변해 줄 것이다. 그러나 고비용과 기술 등의 산재해 있는 문제점들은 쉽사리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무엇보다도 우주병기가 가진 큰 문제점은 우주쓰레기이다. 중국이 위성 요격 실험에 성공하고 난 후 국제사회는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궤도를 돌고 있는 쓰레기들이 많아질수록 제대로 된 인공위성의 성능은 기대하기가 힘들 것이다. 쉽사리 갈고리로 긁어 휴지통에 버릴 수 있는 쓰레기가 아니기 때문에 우주를 향한 실험과 행동은 협약을 통해 규제가 이루어져야 한다.

  우주국제 조약(Outer Space Treaty)은 우주 활동을 규제하는 최초의 조약으로 달과 천체의 외기권()의 개발과 사용을 규제하는 것이다. 우주는 어느 나라의 소유도 아니며 모든 천체는 평화적 목적에만 이용할 수 있고, 천체의 비군사화를 목적으로 하고 있다. 그럼에도 우주를 향한 야욕은 끊이지 않고 있다. 호전적인 우주 정책으로 미국과 중국이 나서고 있는 만큼 우주 전쟁은 피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우주 개발이 궁극적으로 전 세계의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면 지구와 인류에 크나큰 재앙으로 다가올 수 있다. 그렇기에 모두가 함께 평화를 위한 방법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무인기, 로봇, 핵, 우주 전쟁은 당장 피부로 다가오지 않는다. 그보다 큰 현안은 세계 곳곳을 위협하고 있는 '테러'다. 작고 큰 테러가 민간인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자신의 목숨을 아랑곳하지 않는 테러리스트들로 인해 많은 국가들이 위험을 감수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결코 안전한 곳은 아닐 것이다.

  인간은 연약한 존재이다. 그렇기에 수많은 나라들이 자국을 지키기 위해 강도 높은 무기가 양상 되고 있다. 그 정점에 서 있는 것이 미국과 중국이라 할 것이다. 옛 냉전시대를 끝내고 미국은 세계에서 점점 더 높은 우위를 차지하게 되었다. 평화라는 명목하게 실로 많은 민간인이 학살되기도 했다. 국제사회에서 외교는 미국 우선주의에 끌려가고 있다.

무역과 민간산업 협상에서 미국의 입김은 상당하다. 거기에 맞서 중국의 위세도 방관할 수 없다. 사드 배치 문제도 중국의 극렬한 반대로 인해 한류와 산업 문제에 제동을 걸고 있다. 수많은 난제들을 뚫고 진정한 평화를 유지하기 위한 방법론이 모색되어야 할 것이다. 물론 전 세계가 참여하여 평화가 유지된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현실적인 대안을 가지고 많은 나라들이 국제 협약을 통해 이끌어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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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급생
프레드 울만 지음, 황보석 옮김 / 열린책들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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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편 소설인 [동급생]은 한 손에 들고 읽기에도 부담 없는 크기다. 책 표지의 짙은 종이 냄새가 편안하게 다가온다. 그러나 생각지 못한 마지막 문장에서 나는 책을 덮을 수가 없었다. 읽는 내내 독일의 풍경이 바람을 타고 나를 흔들어 놓았는데 어느 순간 30년이 흐른 미국 뉴욕에서 화자인 한스의 먹먹함을 대하고 나니 나 또한 그러한 기분이 들어 쉽사리 마지막 문장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서평-------------------------------------------------------


 

동급생(Reunion), 프레드 울만(Fred Uhlman) 지음 / 황보석 옮김


  [동급생]은 1930년대 독일을 배경으로 두 소년이 나눈 우정의 색채가 나치가 독일을 장악함으로써 그들의 찬란함이 빛을 잃어가게 되는 청소년기의 두 청년을 담담하게 그려내고 있다. 총 151page에 달하는 본문 내용에 앞서 [동급생]의 시작은 21page부터 시작된다. 본문에 앞서 1976년 6월에 아서 케스틀리가 작성한 1977년판 서문과 1997년 장 도르메송이 [동급생]을 읽고 써 내려간 서문이 발췌되어 있다. 이 두 서문에서 작가 프레드 울만의 섬세함으로 쓰여진 [동급생]을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다.

 

  [동급생]의 첫 페이지, 첫 문장을 눈에 담는 순간이 참으로 떨린다. ‘그는 1932년 2월에 내 삶으로 들어와서 다시는 떠나지 않았다.’ (본문 발췌) 이 문장에서 보듯, 화자인 한스는 오랜 시간 자신의 특별했던 벗, 콘라딘을 잊지 않는다. 결말에서 느껴지는 먹먹함은 한스가 받았을 순간의 암전이 나에게도 그대로 옮겨진 듯하다.

   유대계 독일인인 한스 슈바르츠는 독일 귀족인 콘라딘 폰 호엔펠스를 처음 만난 순간, 콘라딘이 교실에 들어온 순간부터 그를 향한 맹목적인 우정이 시작되었다. 배경이 나치즘이 만연했던 시대인 만큼 유대인과 독일인의 만남부터 불행이 그들을 쉽게 지나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중편 소설에서 1/3을 차지할 만큼 한스는 콘라딘의 이목을 끌기 위해 본인의 역량을 다한다. 아무런 노력도 없이 그저 곁을 내어준 것이 아닌, 그만큼의 노력을 통해 콘라딘과의 우정을 다지게 되는 과정이 사춘기 소년의 마음을 대변하고 있다. 서로의 마음을 알게 되고 누구 혼자만의 일방적인 우정이 아닌, 공유하는 우정으로써 삶을 나누게 되는 그들은 빛나는 사춘기를 보낸다. 예민한 시절에 뜻을 함께하는 친구가 있다는 것은 둘에게 큰 위로가 되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온전히 ‘나’와 같지는 않기에 논쟁을 하는 일도 있지만 그것이 둘의 사이를 갈라놓을 만큼 큰 부분을 차지하지는 않는다.

 

   유대인들에 대한 압박이 시작되었다. 학교에서도 한스는 못내 힘들지만, 독일 귀족인 콘라딘에게 피해가 갈까봐 한스는 콘라딘을 외면한다. 그리고 부모의 권유에 따라 그는 미국으로 홀로 건너와 공부를 한다. 그렇게 세월은 흘렀다. 시인이 되고 싶었으나, 책을 쓰고 싶었으나 현실이라는 벽 앞에서 변호사가 되고, 결혼을 하고 일명 성공한 인생이 되었음에도 그는 여전히 마음 한편이 텅 비었다. 독일을 사랑했던, 자신들이 독일인이라 의심치 않았던 부모는 나치들의 감시가 심해지자 스스로 집에서 생을 마감한다. 한스는 그것을 다행이라 생각한다. 수용소에 끌려가 죽지 않아도 되었으니 오히려 다행이라고 생각할 만큼 그 당시의 유대인 학살은 전 세계를 경악게 한다.

 

   독일에 대한 애증은 한스를 쉽게 놓아주지 않는다. 자신이 독일에서 다녔던 학교에서 작은 인명부와 2차 대전으로 죽은 동창생들을 기리는 추모비 건립을 위한 기부를 부탁하는 호소문이 한스에게 도착한다. 한스는 처음에는 분노했다. 그들의-유대인이라며 한스를 외면했던 그들을 위한 기부를 부탁하며 내민- 그 염치없음이 한스를 분노케 했다. 그럼에도 한스가 그 인명부를 외면할 수 없었던 것은 그의 찬란한 청소년기의 단 한 명이었던 친구를 그리는 마음이었을 것이다. 차마 그의 이름부터 찾아볼 용기가 없어 손끝이 다른 곳을 헤맸지만 결국은 그를 찾기 위해 눈길을 준다. 그러나 그의 이름은 하얀 종이 위에 검은색으로 인쇄된 글자에 불과하다. 그의 이름은 불러도 더 이상 빛을 내지 못한다. 마지막 한 줄까지 읽어 내려갔을 때 갈 곳을 잃은 내 눈길은 그 자리에 머물렀다. 몇 번이고 마지막 줄을 되뇌었다. 다소 쉽게 책을 덮을 수 있는 결말이 아니어서, 한스도 그러했을 것이라 생각이 들어서 나는 한동안 숨을 멈출 수밖에 없다.

 

   그 시절의 그들은 주변의 생명체들이 가진 그 나름의 빛깔이 경이롭게 느껴질 만큼 서로가 주는 위로에 안심하고 행복에 충족되어 있었다. 섬세하게 묘사되는 독일 슈투트가르트 풍경-오래된 주택과 거리, 라인 강을 거쳐 북해에 이르는 물의 흐름까지 그 당시의 바람과 공기가 입혀져 내 눈앞에 펼쳐진 듯하다. 작가의 필력으로 머릿속에 그려지는 것을 상상해 볼 수 있다는 것이 마지막 페이지까지 이 책을 결코 손에서 놓을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신념과 이념을 떠나 인간의 이기심으로 발발된 전쟁으로 사그라진 생명들에 경의를 표한다. 더불어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하고 전범국가로서 주변 국가에 제대로 사과하고 처신하는 독일에게도 비록 그 시대의 크나큰 잘못이 사라지지는 않을지언정 그들의 국민성을 높이 산다. 무조건 잘못을 가리기에 급급하지 마라. 모른체한다고 아직도 해결되지 못한 수많은 상처가 그리 쉽게 잊히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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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신 일러스트와 함께 읽는 세계명작
프란츠 카프카 지음, 이재황 옮김, 루이스 스카파티 그림 / 문학동네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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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아침, 눈을 떴는데 내가 이제껏 알고 있던 내가 아니다. 나라는 존재는 내 자의식에서만 맴돌 뿐 그 누구도 나의 존재를 인정하려 하지 않는다.

자아를 가진 인간으로, 가족을 책임지며 하루를 살아가던 주인공 그레고르는 그날 아침 거대한 벌레로 변한 자신을 보게 된다.

본인은 혼란스러움을 받아들이게 되지만 그를 의지하고 있던 가족은 차츰 그의 존재를 부정하게 된다.

그의 모습에 절규하게 되고, 부정하게 되고, 결국 외면하게 되는 일렬의 상황들이 흑백색의 색채와 함께 그려지고 있다.


"나"는 누구일까, 나라는 존재는 어디에서 비롯될까, 가족에게 외면받고 결국은 인간의 자아를 잃어버리고 흉측한 벌레로서 죽음을 맞이하는 것은 인생의 허무함을 보여주는 것일까, 실존하고 있으되 실재하지 않는 "자아"를 말하고자 하는 것일까.

어느 날 아침 "나"라고 여겼던, "진실"이라고 믿었던 모든 것이 변한다면 그것을 감내할 인내가 얼마만큼 있을까, 그저 현실과 타협하여야 할까.
끊임없이 합리적인 의심을 하고, 현실을 의식하지만-인간이든 벌레이든 자아를 내재하고 있으나 타인은 나와 다르다는 이유로 틀렸다는 확신을 갖는다.

다름을 인정하는 것이 아닌 틀리다는 결과만을 내밀 뿐이다. 그것이 가족이라 할지라도...


나의 자아와 더불어 주변의 인정이 맞물려야 결국은 "나"로서 서게 되는 것을, 진실이 전부이진 않을지언정 존재하는 "사실"을 부정할 수는 없음을 생각해보게 된다.

외면하는 마음이야 쉽겠지만, 그 외면 속에서 철저하게 존재를 부정 당하는 “자아”는 외롭다. 그들에게 “외침"을 들려주어봤자 소리 없이 돌아오는 메아리 같다.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는 것이 세상이다. 그곳에 녹아들기 위해 사람은 무단히도 발버둥 친다. 충분하다 여길 새도 없이 세상은 끊임없이 요구한다.

그 속에서 오늘도 “나”를 되찾기 위해 몸부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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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사들 새로운 예언 편 2 : 떠오르는 달 전사들 2부 새로운 예언 2
에린 헌터 지음, 서나연 옮김 / 가람어린이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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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예언 편 / Warriors 전사들-2. 떠오르는 달(moonrise)


인간의 시선이 아닌, 고양이 시선으로 바라본 그들만의 애환 -삶에 있어 중요한 것들과 죽음에 대한 이야기다. 애묘가 라면 한 번쯤은 이런 소설이 있다는 것을 알겠지만, 고양이와는 거리가 먼 나로서는 처음 접하는 소설이다.

작가 에린 헌터는 뉴욕타임스 1위 베스트셀러 작가라고 해서 궁금해서 살펴보니 앞표지 날개에 작가에 대해 서술하고 있다.

에린 헌터는 1명의 작가가 아닌 3명의 작가로 이루어진 팀이다. 게이트 캐리, 체리스 볼드리, 빅토리아 홀즈 3명이 함께 집필한 작품인 것이다. 모두들 고양이와 함께하고 그들을 사랑하는 사람들로서 이야기를 만들게 된 것 같다.


고양이 전사들에 대한 이야기는 [Warriors, 고양이 전사들]로 출간되어 있다. 기회가 된다면 이 책들도 보고 싶다.

그 후 새로운 예언편이 발간되었고, 이 책은 1편 [암흑의 밤]에 이은 시리즈의 두 번째 이야기다. 부족의 운명을 짊어지고 떠난 네 부족(천둥족, 강족, 그림자족, 바람족)의 젊은 전사들의 여정과 들판과 숲 그리고 강, 자신들의 영역에 남아 두발쟁이(인간)으로 부터 터전을 위협받는 상황들이 이 책이 주된 이야기다.

첫 번째 이야기를 보지 않아 어떤 내용이 이어질지 1편에 대한 이야기를 잠깐 살펴보았다. 작품이 아직 끝나지 않은 탓에 다음 이야기가 궁금하지만 아직 발간되지 않아 몇 달은 기다려야 할 것 같다. 1편이 2016년 10월에 발간되었고, 2편이 2017년 2월이니 앞으로 4~5개월은 기다리면 3편이 나오지 않을까 조심스레 예측해본다.


두발쟁이, 인간들은 그들이 살고 있는 터전을 무참히 없애 버린다. 개발이라는 이름하에 펼쳐지는 행위가 그들에겐 재앙이 되어 다가오는 것이다. 먹이도 사라지고, 점점 지낼 자리가 줄어드는 가운데 ‘별족’의 예언을 받아 젊은 전사들이 길을 떠나 다시 고향으로 돌아가는 길이 결코 순탄할리 없다. 산속에 들어서서 물여울부족을 도와 고양이를 위협하는 사자고양이 샤프투스를 물리치는 과정에서 강족의 페더테일이 죽음을 맞게 된다. 희생은 아름답다. 물여울부족의 수많은 고양이들이 페더테일을 오래 기릴 것이다. 자신들을 죽음의 공포에서 벗어나게 한 은회색 고양이 페더테일은 그렇게 기억될 것이다.


슬퍼할 겨를이 없다. 서둘러 돌아가 모든 부족이 함께 힘을 합쳐 난계를 헤쳐 나가야 한다는 별족의 예언을 전해야 하는 것이 전사들의 임무인 것이다. 드넓은 숲이 사라지고 있다. 그들의 생존이 위협을 받고 인간은 고양이를 잡기 시작한다.

각 부족마다 신념이 다르다. 이런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호시탐탐 더 넓고 높은 자리를 노리는 고양이가 있는 반면, 모두 협력해야 한다는 고양이가 있다. 약육강식의 법칙은 어디에나 적용되는 것이다. 고양이의 시선이기에 숲과 강에서 그들에게 위협적인 존재는 두발쟁이다. 그들이 먹이로 삼고 있는 토끼와 쥐 등 더 작은 생물들은 고양이를 피해 살아갈 방법을 모색할 것이다.


제일 위 포식자에 해당하는 인간은 어떠한가. 무분별한 개발은 수많은 동물들을 멸종 위기에 몰아넣었다. 아직까지 개와 고양이 등은 애완동물로서 인간들과 더불어 살아가고 있지만 버려진 동물들 또한 그 수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 소설에서도 애당초 야생에서 자란 고양이가 있는 반면, 애완묘였다가 야생에 적응하게 되는 고양이가 등장한다. 인간이 주는 안락함을 벗어나 자진해서 나가는 동물도 있지만 무참히 버려지고 죽음을 맞이하는 개체가 늘어나는 추세이다. 이제는 함께 살아가야 할 길을 모색해야 한다. 물론 천적이 없어져 인간에게 해를 입히는 동물도 있는 것도 간과할 수는 없다. 개발과 보존이라는 선택에 있어 자연과 공존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 큰 화두로 남아 있다.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과연 힘겨운 여정을 마치고 돌아가서 대립 상태에 있는 부족들을 설득할 수 있을 것인가, 지도자와 원로들은 젊은 전사들이 전하고자 하는 ‘예언’을 받아들일 것인지 자못 3편의 이야기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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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임당, 그리움을 그리다
주원규 지음 / 인문서원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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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임당, 그리움을 그리다.-주원규

 

 

책을 먼저 받아들면 작가의 말을 읽는다. 한 권의 책을 완성하기에 고심했던 날들을 [작가의 글]을 통해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조선, 유교적 사상이 지배하던 그 시대의 편견을 뚫고 자신만의 독보적인 예술의 향기를 품었던 한 여인의 삶을 이 책을 통해 접할 수 있다. 어린 시절부터 남들과는 사물을 보는 관점이 달랐던 신명화의 둘째 딸은 스스로 이름을 갖기를 원했다. 여인이기에 이름으로 불리지 못했던 시대이고 그만큼 많은 제약을 받았지만, 스스로 가고자 했던 인생의 길 앞에서 불리길 바라던 당호, 사임당. 그 뜻만큼이나 그녀의 삶은 절제를 지녔다. 그 시대를 지나 후대가 기억하는 그녀의 이름은 찬란하다.


신사임당의 삶을 자세히 들여다보는 것이 이번이 처음이다. 그저 당대의 학자 율곡 이이의 어머니로, 그림에 능했던 예술인으로 알고 있었을 뿐이다. 흔히 말하는 장한 어머니상에 어울리는 인물이라고 생각했을 뿐이다. 그러나 이 책은 단지 어머니의 길이 아닌, 사임당 본인 자신의 삶을 그려내고 있다. 자신의 전폭적인 지지자였던 신명화의 죽음을 기점으로 사임당은 굴곡을 겪게 된다. 강릉 친정부모에 대한 지극함과 더불어 한양 시댁에서 자신의 자리를 묵묵히 지키는 것이 결코 쉽지는 않았을 것이다. 남편 이원수의 나약함과 유약함은 가족이라는 뿌리를 공고히 하지 못했기에 그 역할마저 사임당의 몫이었다.

여자라서, 여자이기에 하지 못했던 일들, 할 수 밖에 없었던 일들은 그녀의 삶을 어지럽혔다. 그런 속에서도 자식들에 대한 한결같은 마음으로 중심을 잡기 위해 무단히도 노력했다.

셋째인 현룡(율곡)의 비범함을 알면서도 노력은 하되 총명함이 부족했던 첫째 선과 차별을 두지 않기 위해 사임당은 현룡을 편애하지 않았다. 다른 형제보다 학문이 높음을 드러내어 교만하지 않도록, 총명치 못했던 형제가 박탈감을 느끼지 않도록 현룡이 세상의 이치와 자신의 마음을 헤아려 주기를 바랐다. 첫째 선은 어머니를 닮고자 하는 효심이 극심했고, 둘째 매창은 사임당의 손끝을 닮았다. 그리고 현룡은 현명했다. 그럼에도 사임당의 마음고생은 그칠 줄 모르니 바로 남편 이원수의 열등감에 따른 외도 때문이다.


신사임당의 많은 작품들이 후세에 남겨질 수 있었던 것은 어찌 보면 무능력한 남편 덕분이다. 우연찮게 그려주었던 치마폭의 그림을 시작으로 그녀의 그림은 세상에 나오게 되었다. 비록 먹고 살기 위해 재능을 팔았지만 그랬기에 그녀의 숨결이 담긴 작품들이 빛을 보게 된 것이라 생각한다. 그 과정을 보면서 난 그녀의 삶이 못내 눈물겹다.


사임당은 이원수에게 많은 것을 바라지는 않았다. 그저 생각을 굳건히 하고 선비로서의 자질을 갖추기를 바랐을 뿐이지만 이원수는 그것을 못견뎌했다. 그것이 외도로 나타나면서 사임당의 내면은 많이 무너졌을 것이다. 예술을 함께 나눌 수 있는 부부였다면 어땠을까, 같은 곳을 바라보는 것만큼 사임당에게 절실했던 것이 있었을까...


사그라지는 사임당의 그리움은 님을 향한 것이 아니다. 온전히 자신을 그대로 바라봐주었던 아버지 신명화가 ‘사임당’이라 불러주었던 그 시절의 그리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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