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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실격 ㅣ 생각뿔 세계문학 미니북 클라우드 14
다자이 오사무 지음, 안영준 옮김, 엄인정 / 생각뿔 / 2018년 10월
평점 :
품절
【인간 실격】
다자이 오사무 지음 / 안영준 옮김 / 생각뿔 펴냄
다자이 오사무, 자신 내면의 고뇌를 온몸으로 표출한 그는 생각을 글이라는 형태로 뿌렸고 방황을 죽음으로 남겼다. 여러 번의 자살이 실패했음에도 끝내 39살이라는 나이에 강으로 몸을 내던질 만큼 절실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다자이 오사무의 자서전격이라는 평을 받는 <인간 실격>은 인간 본성에 대한 실존과 허무가 공존한다.
"제가 가진 행복이라는 개념과
세상 사람들의 행복이라는 개념이
전혀 다를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이기심에 감춘 인간의 불행, 행복이라는 개념에 동조하지 못해 '익살'로 포장한다. '그런 척'하는 순간마다 인간의 본성을 고민한다. 선과 악, 어느 것이 인간 본연의 모습일까.
사회라는 틀에 갇힌 인간의 관념에 호소하기엔 다양한 인간상이 두려운 그는 죽음에 이르러서 자유로울 수 있었을까. 자살의 이유가 무엇이든 그 선택이 결국 그를 번뇌에서 해방시키고 동반자살이라는 형태가 심연의 외로움에서 구출했을까.
'요조'라는 화자를 통해 인간에 대한 불신과 두려움을 담담하게 표현하고 있다. '정말이지 완벽하게 깨끗하고 밝고 명랑한 불신의 사례가 인간의 삶에는 가득한 것입니다.'(p.26)
인간의 가면 아래에 어떤 모습이 숨겨져 있을지 몰라 자신을 철저하게 숨기고 태연함을 가장한 '요조'는 다자이 오사무의 목소리다. 인간과의 부딪힘이 힘에 부쳐 더 이상 감출 수 없어 해소해 버린 허무함이다. 차라리 흩어져 버렸으면 하는 찌꺼기가 뭉쳐 인간의 본성에 우려를 나타냈고 인간으로서 품어야 할 본연의 힘을 강하게 드리운다.
<인간 실격>은 다자이 오사무의 자화상이다. 글로 그려낸 몸부림이다. 세상이 정한 합법과 비합법의 경계에서 내 보일 수 있었던 몸부림이다. 그렇기에 인간에 대한 동정심, 본성에 대한 고찰, 삶의 일탈이 이뤄낸 그의 생각이 담겨 있다.
삶의 완성은 죽음일까.
"신에게 묻겠습니다. 신뢰는 죄가 될까요?
신에게 묻겠습니다. 무저항은 죄인가요?"
영원히 보상받을 수 없는 상실감을 다 마시지 못한 한 잔의 압생트로 표현한(p.97) 끝내 떨치지 못한 그의 본성, 세상의 개인에 대한 정의가 결국 우울함에 잠식되어 '인간 실격'으로 밀려든다.
'이제 저는 더 이상 완전하게, 인간은 아니게 되었습니다.'(p.149)
"모든 것은 그저 지나갈 뿐입니다.
모든 것은 그저 지나간다. "
숨기고 숨겨 끝에 다다른 인간의 본성이 끝내 세상이라는 통념에 얽매여 인간의 삶을 구성하는 것임을, 모든 것은 그저 지나갈 뿐이라는 마지막 독백이, 아직은 서른도 채 되지 않은 '요조'가 하릴없이 내뱉는 무심함이 서글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