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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명의 의인 ㅣ 에드거 월리스 미스터리 걸작선 2
에드거 월리스 지음, 전행선 옮김 / 양파(도서출판) / 2018년 9월
평점 :
품절
"옳고 그름을 떠나, 그들이 이 땅에 내린 정의가 부적절하다고 생각해서 자신들이 직접 법을 고쳐 정의를 실현하려 하고 있습니다."
【네 명의 의인】
에드거 윌리스 지음 / 전행선 옮김 / 도서출판 양파 펴냄
"당신들은 대체 누굽니까?"(p.60)
"우리는 살인을 하네. 우리 각자가 불의의 행위에 고통받는 인간이지만, 법은 그런 우리를 전혀 치료해주지 못하기에 살인을 하는 거라네."(p.62)
[네 명의 의인(Four Just Men)]은 1차 세계대전 전후, '혼돈에서 질서를 회복'하고자 하는 <네 명의 의인>의 예고 살인이다. 자신들의 확고한 신념을 위해 계획하고 실행시켜 나가는 그들의 법칙은 사람의 심리를 흔들어 혼란을 야기한다. 서문에서 밝힌 자칭 '네 명의 의인'은 레온 곤살레스, 포이카르트, 조지 맨프레드와 테리라는 인물이다. 앞선 3인은 기존 네 명의 의인이었으며 영국, 벨기에, 프랑스, 미국 등에서 발생한 부당하며 잔혹한 사회 통념을 가해자의 죽음으로 돌려준다.
영국의 '외국인 본국 송환 법'의 부당함을 알리며 해당 법안의 발의자인 외무부 장관에게 법안의 철회를 요청한다. 거듭된 요청에 불응할 시 살해될 것을 예고한다. 군중심리를 잘 파고들어 자신들 또한 군중에 스며든다. 범죄자 집단이 아닌 부유하고 사회적 지위를 가진 사람이 자경단일 것이라 의심하기 쉽지 않다는 허점도 보인다.
"누구를 찾고 무엇을 찾는지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는 범인을 잡을 수 없습니다."(p46)
기존 '네 명의 의인' 한 명이 죽고, 후에 합류한 테리에 의해 자신들의 신분이 발각될 뻔했고, 계획을 적어 놓은 수첩을 소매치기당하면서 위기에 처하지만 경찰의 포위망에서 유유히 빠져나가 '외국인 본국 송환 법'의 발안 날, 예고된 시간에 계획을 실행하고 흔적 한 귀퉁이 남겨두고 홀연히 사라진 3인.
예측한 소매치기의 죽음과 계획한 외무부 장관의 죽음, 짐작하지 못한 테리의 죽음이든 가벼울 리 없다. 누가 살해할 것이고 누가 살해당할지 명확한 가운데 어떤 방식으로 살인이 이뤄질지 짐작할 수 없어 마지막 장까지 긴장감을 놓지 못한다.
국가가 정한 법의 테두리가 과연 누구에게나 공평한가, 법을 집행하는 법관의 판단이 옳은가에 대해 분분한 의견이 많다. 더욱이 법을 벗어난 다양한 시선과 통념에서 보호받지 못하는 억울한 이들을 대변한다.
다수가 주장하는 것이 진실이라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법의 테두리 안에서 보호받고자 하는 것은 법의 공정성을 믿고 정의를 바라기 때문이다. 결코 옳지 않은 살인이라는 잘못된 방식을 택하면서도 '네 명의 의인'이하고자 했던 것은 '정의 구현'이다.
경찰을 따돌리고 잠적한 3인의 다음 행보가 궁금하다. 영국에서 드라마 시리즈로 만들어졌던 만큼 범죄 추리 소설로 속편에도 관심이 간다. <The Council of Justice_1908>을 시작으로 출간된 5편의 작품이 아직 번역되어 나온 것은 없는 것 같다. 에드거 윌리스의 또 다른 번역 작품 <트위스트 캔들>로 아쉬움을 달래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