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한 동화나라 - ‘인어공주’에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까지, 이야기가 있는 페이퍼 커팅
아오야마 히나 지음, 위정훈 옮김 / 책뜨락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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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한 동화나라], 이야기가 있는 페이퍼 커팅

아오야마 하나 지음 / 위정훈 옮김 / 책뜨락 펴냄

'책'이란 분야는 '글'에 한정되어 있지 않다는 것을 -요즘 들어 여러 책들을 접하면서 새로운 분야를 느껴보고 있다.

'활자'가 가진 힘은 분명 크지만, 다양한 분야로도 뻗어 나갈 수 있는 것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일깨워준,  '페이퍼 커팅'이란 주제를 담고 있는 [투명한 동화나라]

 

 

 

어릴 때부터 익히 들어온 동화의 장면을 도안집으로 만든 이 책은 페이퍼 커팅 작가인 '아오야마 히나'의 작품집으로 페이퍼 커팅으로 많은 수상을 한 바 있다. 페이퍼 커팅을 처음 접하는 사람도 쉽게 따라 할 수 있도록 원 포인트 어드바이스를 수록하였고, 책 내용에 나오는 도안집은 부록으로 첨부되어 직접 커팅 해볼 수 있다.

페이지는 다소 두껍고 유광으로 처리되어 빛을 받으면 반짝거린다. 동화 속에 동화될 수 있게..

각 주제마다 작가가 커팅 한 도안이 있고 코멘트를 통해 이 도안이 탄생하게 된 설명을 해준다. 또한 자르는 법과 도안을 각 이야기에 표기해서 해당 페이지를 쉽게 찾을 수 있도록 되어 있다.

 

 

 

 

페이퍼 커팅에 사용하는 도구는 가위, 바늘, 스테이플러만 있으면 된다. 전용 가위가 있으면 더 수월하게 자를 수 있겠지만 나는 집에 보관 중인 손톱용 가위를 사용했다.

 

페이퍼 커팅 초보이기에 부록의 도안 중 쉽게 느껴지는 하트를 먼저 골랐다. 안쪽까지 모두 제거해야 하기 때문에 신중을 기했다.

 

 

 

 

도안을 점선대로 자르고 반을 접어(정확히 반을 접을 수 있도록 표시되어 있다.) 스테이플러로 고정한 후 바늘로 구멍을 냈다. 그런 다음 조금씩 조심스럽게 커팅하면 된다. 안쪽 커팅을 끝내면 회색 부분을 따라 자르면 된다. 처음이라 어색하고 매끄럽지 않지만 하트를 완성했다.

하나를 완성하고 나니 자신감이 붙어 두 번째 커팅을 했다. 나비가 조금 더 난이도가 있지만 어렵지 않다. 완성해 놓으니 진짜 나비가 움직이는 듯하다.

 

 

 

하늘을 향해, 구름을 등에 업고 날아다니는 나비와 하트

한참 노닐다 쉼을 찾은 나비는 이제 한들거리는 나뭇잎 위에서 쉬고 있다. 이렇듯 어느 곳에 놓아도 장식의 효과가 있다.

 

 

 

 

순수한 마음으로 들여다보았던 이야기가 살아 움직인다. 희망과 꿈을 품은 이야기가 손끝에서 널리 퍼진다.

[투명한 동화나라], 페이퍼 커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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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열, 불온한 조선인 혁명가 - 일왕 부자 폭살을 꿈꾼 한 남자의 치열하고 뜨거운 삶과 사랑
안재성 지음 / 인문서원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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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


박열, 불온한 조선인 혁명가 / 안재성 지음 / 한림출판사 펴냄

 

 

요즘 많이 시사되고 있는 인물, 박열을 심층적으로 살펴본 책이다. 박열의 본명은 박준식이다. 그럼에도 어린 시절부터 본인 스스로 박열(朴烈)이라 불리기를 원했던 강한 의지를 가진 인물이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아나키스트로 불리는 그는 사회의 이념과 관념에 얽매이지 않으려 했다. 굳건한 신념으로 오로지 그 길만을 바로 가고자 했던 굳은 의지가 있는 인물이다. 많은 선인들이 독립 조선을 향한 염원을 키웠다.  일본 민족을 향한 증오의 염, 조선 독립의 염을 위해 적극 나선 이들 중 한 명인 박열을 재조명한다.


부유치 못한 집안에서 태어났으나 끝없이 높은 학구열은 박열을 앞으로 나가게 했다. 그러나 식민의 조선인 학교는 그의 갈증을 해소시키지 못했다. 그는 일본 열도에서 본격적인 배움과 활동을 시작한다. [박열, 불온한 조선인 혁명가]는 사실에 기초한 일련의 역사를 서술하고 있다. 남달랐던 어린 시절부터 청년 박열의 기개와 일련의 재판 과정, 22년간의 옥중생활을 거쳐 독립된 나라의 박열, 납북된 박열, 그의 일대기가 담긴 책이다.


18살의 청년 박열은 일본으로 건너가 무정부주의, 무권력과 무지배의 세계를 구현하고자 흑도회 등의 단체를 설립했다. 조선인으로써 받은 불평등은  그의 내면을 단단하게 했으며 세상을 향한 포효는 거침이 없었다. 자신이 옳다 여기는 신념 앞에서는 결코 비굴하지 않았고 지난 간 것을 연연치 않은 바람 같은 기개를 지녔다.

진리란 무엇인지, 사람의 진정됨은 어디에서 나오는지 박열은 지속적인 물음을 가졌다. 그리고 그 물음에 답하기 위해 스스로 길을 열어 나갔다. 일본의 억압에 아랑곳하지 않고 행보를 지속했던 박열은 같은 마음을 가진, 사상을 나눌 수 있는 인물을 만났다. '가네코 후미코'는 일본 여인이었으나 혹독한 어린 시절로 인해 사회에 반감을 가졌고 그로 인해 가네코 후미코의 사상은 억압되고 불평등한 세상을 향해 울분을 마지않았다. 그런 그녀가 박열의 정신을 사랑했다. 그와 함께 살아간 짧은 세월, 그들이 나눈 사랑과 사상은 오랜 세월이 흐른 지금도 퇴색되지 않았다. 그 믿음은 실로 굳건하다.


일본을 향한 비판, 물리적인 투쟁은 박열과 가네코 후미코를 단단하게 결속시켰다. 일본왕족의 황태자를 폭살하기 위해 계획을 세웠으나  일본으로 폭탄을 들여오는 것은 늘 현실 앞에 부딪혔다. 쉽지 않은 경로였지만 그들은 포기를 몰랐다. 일본 황실을 목표로 삼은 이유를 박열은 [1. 일본 황실의 신성함을 떨어뜨리고, 2. 조선 민족에게 독립의 열정을 자극하고, 3. 일본 사회운동가들에게 혁명의 기운을 넣기 위해서]라고 당당히 밝히고 있다.(본문 발췌 p125) 박열은 일본 사회 운동가들과 뜻이 같았다. 일본인이었으나 야욕과 제국주의에 편승하지 않고 인류의 생존을 위해 투쟁한 인본주의자들과 친분을 다졌다. 이들은 1923년 광동 대지진 때 붙잡히고 죽음을 맞이했다. 혼란을 틈타 조선인과 사회주의자들을 몰아내기 위한 일본의 계략에 무참히 희생되었다. 박열과 가네코 후미코도 그때 붙잡혔다. 총 21회, 20개월간의 예심 동안 법정에서 죽음을 무서워하지 않고 오히려 법정을 호통하는 기개와 인간을 향한 열정을 숙이지 않았다.


박열과 가네코의 절개와 강단은 예심판사 다테마쓰와 사형을 선고한 재판장 마키노를 감동시키기에 충분했다. 피고인이 아닌 조선 대표로 법정에 서서 호통을 내리고 사형을 선고받고도 물러섬이 없었으며 옳고 그름을 선포한 그들을 향한 존경은 표명하는 뜻이 다르다 하여 그들을 멸시하지 못했다. 오히려 그들의 존경을 받았다. 일본의 필요에 의해 사형에서 무기징역으로 형이 집행되었지만 가네코는 사형을 환영했고 죽음 앞에서 강했다. 스스로 치욕을 견디느니 짧은 생을 마감한 그녀를 많은 이들이 기린다.


독립을 향한 염은 많은 조선인들을 결속했다. 독립을 향한 방법이 다르고 품은 뜻이 달랐으나 염원하는 바는 같았다. 그럼에도 해방 후 조선은 자주 국가로서 나라를 추스르지 못했다. 외세에 휩쓸려 완전한 독립국가로 나가지 못하고 전쟁과 분단을 겪었다. 그 과정에서 자신의 뜻과는 다르게 납북된 박열은 1974년 73살로 사망했다. 납북 후 그는 애국지사로서 북한에서도 고위층으로 대접받은 것으로 보인다. 대한민국 정부는 1993년에 박열을 국가유공자로 지정했다. 가네코 후미코의 묘는 2003년 박열의사기념공원으로 이장되었다.


[박열, 불온한 조선인 혁명가]는 사실에 기초한 박열의 일대기를 살펴볼 수 있는 책으로 예심과 본심에서 박열과 판사가 주고받은 진술과 박열이 작성한 <한 불량 선인으로부터 일본의 권력자 계급에게 전한다>, <나의 선언>, <일하지 않고 잘 무위도식하는 론> 등 허무주의 사상을 정리한 글들이 실려있다. 그의 말과 글을 보면서 박열이 추구했던 허무 사상과 인간 평등사상을 살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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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의 과학 - 지금이 마지막 기회다 한림 SA: 사이언티픽 아메리칸 12
사이언티픽 아메리칸 편집부 지음, 김일선 옮김 / 한림출판사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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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서평 --------


에너지의 과학(The Future of Energy) / 사이언티픽 아메리칸 편집부 지음 / 김일선 옮김 / 한림출판사 펴냄



 

대체 에너지가 시급하다. 지구의 온도는 점점 오르고 온갖 공해와 미세먼지로 안녕할 날이 없다. 천연자원을 이용한 에너지 개발에 많은 이들이 연구를 거듭하고 있다. 건강한 지구에서 살고자 하는 사람들의 행보는 빨라지고 있다. 한림SA 12번째 책, [에너지의 과학]은 사이언티픽 아메리칸 편집부의 27명이 집필했다. 산업혁명 이후 화석 연료로 발전한 산업과 경제는 이제 여러 문제를 보이고 있다. 유한 자원이고 공기 중에 이산화탄소를 내뿜기에 대체 에너지를 찾고자 하는 것이다. 이산화탄소로 인한 온난화는 점점 오르고 극지방의 얼음은 녹는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또한 생태계는 무너져 내리고 있다. 그럼에도 아직도 자행되는 난개발에 지구는 여전히 몸살을 앓고 있다.


천연자원을 이용한 에너지는 무엇이 있는지, 그 자원을 이용해 어떤 연료를 개발하여 사용 가능한지, 지속 가능한 에너지는 무엇이 있는지 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천연 에너지인 태양열, 바람, 원자력, 수자원, 지열, 차세대 바이오 연료 등을 소개한다. 대표적인 천연 에너지는 WWS-Wind, Water, Sun을 이용한 방법으로 효율적인 이용을 위해 계속 연구 중이다. 기존의 풍력 발전, 수력 발전, 태양열을 이용한 전기 생산 등은 있으나 더 많은 자원을 걷어들이고 무한한 에너지로서 활용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 중이다. 태양 전지판을 이용해 에너지를 받아들이고 전기로 생산 소비하는 것뿐만 아니라 다시금 사용 가능한 에너지로 재생산하기 위해서 연구를 거듭하고 있다. 바로 '순환 경제', 에너지의 실용성의 문제를 고려하고 있다.


40분간 내리쬐는 태양열은 인류가 1년간 사용하는 에너지양과 같다.(p72 본문 발췌) 지상에 내리쬐는 태양열 중 일부라도 액체 에너지로 전환이 가능하다면 더 이상 석유에 연연하지 않아도 된다. 많은 부분에서 사용되는 연료들을 대체할 수가 있는 것이다. 기술은 이미 존재하고 있으나 활용도가 만족스럽지 못하다. 태양전지는 10~15%만 전류로 변환이 가능하다. 무한한 잠재력을 지닌 풍력과 수력은 온실가스 감축에 혁혁한 효과를 나타낼 수 있음에도 100% 에너지로 사용되기에는 아직 부족한 면이 있다. 원자력을 이용하여 전류 생산은 많은 양을 생산할 수 있음에도 안전하지 못하다. 체르노빌 원전 사고와 후쿠시마 원전 사고 등 언제든 누구에게나 발생할 수 있는 대재앙이다. 그렇기에 원자력을 이용하는 에너지는 위험하고 또한 폐기된 원자력을 보관하는 것도 많은 비용이 발생한다.


최근 미국은 지구 온난화 협약인 파리협정에서 탈퇴했다. 자국의 이익을 잠시 내려놓고 기후 변화에 대응하는 각국 정상들이 체결했음에도 불구하고 2년이 채 안 된 지금 미국은 자국민의 이익을 운운하며 탈퇴하여 기후를 위한 세계협정은 존치하기가 쉽지 않게 되었다. 매년 탄소 절감을 위해 서로 협력해도 부족한데 세계에서 큰 우위를 차지하고 있는 미국의 행보가 저러하니 앞으로의 갈 길이 멀다. 아이러니하게도 2008년 온실효과를 발생하는 가스 발생은 줄이고자 모인 덴마크 협약은 미국이 제안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때이른 폭염과 초미세먼지라는 큰 문제에 직면한 우리나라는 중국발 미세 먼지에 강력하게 대응해야 하고 국내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와 이산화탄소를 줄이는데 열을 다해야 한다. 우리나라 첫 원자력인 고리 1호기가 완전히 정지되었다. 또한 현재 가동되고 있는 월성 원전 등도 조기 폐기를 추진하고 있고, 신설 예정이던 원전들은 전면 건설 취소 예정이다. 노후화된 화력 발전소도 점차 줄여가겠다는 정부의 방침에 많은 국민이 환영하고 있다. 좋은 취지이긴 하나 그로 인해 발생되는 요금 인상 등은 어떤 방법을 모색할 것인지 정부의 대책에 초미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차세대 에너지를 개발하고 자연 에너지를 활용하고 저장하는 기술을 지속적으로 발전시키는 것이 현 인류의 가장 큰 숙제이다. 화석연료의 사용을 줄임으로서 온난화에 맞서 기후 변화의 대책을 모색해야 한다. 기후 변화는 개개인의 힘으로는 타개가 불가하다. 각 나라마다 소신 있으되 서로 융합할 수 있는 정치적 결단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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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줌의 모래 - 이시카와 다쿠보쿠 단카집
이시카와 다쿠보쿠 지음, 엄인경 옮김 / 필요한책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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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


 

한 줌의 모래 / 이시카와 다쿠보쿠 지음, 엄인경 옮김 / 필요한책 펴냄


一  の 砂, [한 줌의 모래]는 일본의 서정시인 단카로 이루어진 책이다. 작가 이시카와 다쿠보쿠는 26세의 일생 동안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했다고 한다. [한 줌의 모래]는 그가 폐결핵으로 사망할 때까지 남아 있는 단 하나의 단카 작품집이다. 백석의 문학적 스승이며, 최승희가 영감을 얻은 삶의 노래가 가득한 이시카와 다쿠보쿠의 작품집이다.

'단카'란 무엇인가, 일본 문학의 일부이지만 일반적인 소설과는 다른 형태이기에 먼저 단카가 무엇인지 살펴보아야 했다. 일본의 정형시로 5구 5.7.5.7.7.7조, 31음절로 되어 있는 것이 단카라고 한다. 기존 단카의 다섯 구 형식이 아닌 세 줄 쓰기로 보다 자유롭게 표현한 다쿠보쿠의 단카(p310 본문 발췌)이기에 형식에 얽매이기보다는 작가가 표현하고자 한 서정적인 부분이 더 물씬 느껴진다.


저자의 일생은 결코 평탄치 않았다. 가난과 불행이라는 올가미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 채 젊은 나이에 삶을 마감했으나 그가 남긴 시는 가슴을 울린다. 단카라는 작품의 형식에서 벗어나 그저 일상을 노래하고 마음을 읊은 한 시인의 삶을 들여다본다는 생각으로 [한 줌의 모래]를 손에 움켜쥐었다.


3줄씩 한 단락을 이루는 그의 시는 그 3줄이 하나의 이야기이면서 다른 단락과 이어지는 노래이다. 별도로 제목이 없기에 더 그런 느낌을 강하게 받았는지도 모르겠다. 잔잔한 파도 소리를 들으며 노을 지는 해변가에 앉아 한 줄 읽어 내려가다가 교교한 달빛 아래서 정점에 이르는 마지막 문장에 마침표를 비로소 찍게 되는 그의 시는 삶을 노래한다.


"그런 정도의 일로 죽어야 하나"

"그런 정도의 일로 살아야 하나"

그만해라 그 문답

(p30 본문 발췌)

에서는 햄릿의 낮은 음성이 오버랩된다. '죽느냐 사느냐(To be or not to be)', 내면의 갈등이 빚어내는 소리.


저자의 울분과 평탄스럽지 못한 삶이 그의 감성을 담은 시를 생산했다. 그의 삶은 비관적이었으며 그의 시는 쓸쓸하다.


다스려지는 세상의 무탈함에

싫증난다고 말하던 때야말로

진정 슬펐던 게지

(p202 본문 발췌)


[한 줌의 모래]는 본디 [일을 마친 후]라는 제목이었는데 출간이 준비되는 동안 그의 아들이 죽었고, 죽은 아들을 추모하는 단카들이 추가되어 현재의 책으로 완성됐다.(p298 각주 설명) 이렇듯 시의 내용을 이해하는데 부족함이 없도록 각주 설명이 잘 되어 있다. 진정 그의 삶은 쓸쓸함이다. 무엇으로 위로받을 것인가, 무엇이 그를 위로했을까.


슬픈 마음이 한참은 모자라는

쓸쓸함이여

(p301 본문 발췌)


지독히도 씁쓸한 그의 삶은 시대의 사상가라는 이름을 주었으며 서정(情)을 남겼다. 핸드폰 보다 조금 더 큰 [한 줌의 모래]는 기차 여행을 하며 차장에 기대어 읽어봐도 좋을 듯하다. 부담 없이 가방 한쪽에 찔러 넣고 다니다가 문득 바람의 소리를 듣고 싶을 때, 파도에 지친 몸을 뉠 때, 쨍한 햇살에 어지러울 때, 피곤을 위로하려 이불 속을 파고들 때, 그렇게 여행길에 동행해도 좋을 책이다.


가는 소리로

여기저기 곳곳에 벌레들 우네

낮의 들판에 와서 읽는 편지로구나

(p283 본문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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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올빼미 농장 (특별판) 작가정신 소설향 19
백민석 지음 / 작가정신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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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죽은 올빼미 농장 / 백민석 지음 / 작가정신 펴냄


작가정신에서 펴낸 [죽은 올빼미 농장]은 소설향 시리즈로 시대를 바라보는 이면을 글로 써 내려간 작품 중 하나이다. 백민석 작가는 이 책을 전후로 소설가로 다시 복귀했다고 한다. 작가의 마지막 작품이 될 수도 있었던 [죽은 올빼미 농장], 그만큼 애정을 가지고 있었을까, 2003년에 이어 2017년에 개정판을 펴냈다. 자신의 마음을 오롯이 담은 그릇인 만큼 조금 더 닦고 빛을 내어 독자 앞에 조심스레 내놓은 느낌이다.


이 작품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내가 작품을 읽는 내내 드는 느낌은 '일반적인 사람들이 갖는 보편적이지 않은 생각'이었다. 잘못 배달된 편지 두 통에서 시작된 고성으로 여행길, 죽은 올빼미 농장을 찾는 시점에서 소설은 시작된다. 과연 그 편지는 제대로 주인에게 돌아갈 수 있을까, 그 궁금증에 끝까지 읽어 내려간, 한 번도 손에서 내려놓지 못한 [죽은 올빼미 농장].


화자인 '나'는 작사를 하고, 인형과 공감을 나누고, 성 소수자인 작곡가를 챙기고, 가수로 데뷔하고자 하는 아이와 기획자 그리고 아파트에서 벗어나질 못하는 여자 동창과 끊임없이 관계를 지속한다. 그 바탕에는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 서로가 필요해 의해 얽히는 관계. 그럼에도 필요가 불충분해도 손을 내밀어 맞잡는 관계. 모든 인간관계가 그러하듯, 주변의 보통 인연이 그러하듯 지속된 인간관계가 어떻게 흘러갈지, 어떤 식으로 변화되어 보일지는 모르는 일이다.


인형과 대화, 공감을 하며 자신만이 보는 현상이 당연한 '나'는 남자임에도 아이를 낳고 싶어 하는 성 소수자인 작곡가를 이해하고 자신의 집, 눈앞에서 베란다를 훌쩍 뛰어넘어 죽음을 택한 그를 대변한다. 그의 죽음조차도 일반적이지 않다. 누군가에게 죽음을 내 보이는 것이 일반적이지 않을 터인데 타인의 집에서 그것도 베란다를 향해 달려가서 자유를 찾았다는 듯이 울분을 토해버린 그 사람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세상과의 타협점을 찾지 못한 채 외부로 표출해버린 자아는 갈 곳을 잃었다.

무생물과 대화를 하는 '나'나, 달리듯 날아가 버린 '그'는, 그들은 어떤 관계의 맺음을 끝냈을까. 독자인 나는 이런 이해를 찾아내는 것이 필요했다. '인형'이 천장에 매달아 놓은 앵무새 모형들이 내는 기괴한 소리보다, '자장가'를 완성해야 한다는 '나'의 조급함보다, 인간의 내면이 내뿜는 소리에 귀를 기울어야 했다.


완성일지 미완성일지 모르는 '자장가'는 단조로운 읊조림으로 가수로 데뷔하는 '아이'에 의해 청중에게, 그에게 들려왔다. 앵무새 일백마흔두 마리가 품은 진실은 무엇일지, 이미 오래전에 사라져 존재조차 희미해진 올빼미 농장은-어떻게 그때 보낸 편지가 지금에서야 전혀 연관성이 없는 그에게 도달했는지의 궁금증은 여전히 남아 있다. 그러나 굳이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다. 의미가 부여되는 순간 '상상'과 '생각'은 무뎌질 것이다.


농장이 있던 자리라 추정되는 곳의 오솔한 길 부근 들샘은 말랐던 물을 내뿜기 시작했다. 그 곳에 화자인 '나'는 품고 있던 의문과 오랜 기간 자신을 옭아맸던 자아(인형)를 버렸다. 망설임과 괴로움 속에서도 단절을 선언했다. 버리자. 버리고 털어버리자. 그를 번뇌하게 했던 일련의 일들을 이제는 버림으로써 그는 자유로워졌다. 아니 자유로움을 향해 한 발을 내디뎠다. 그 걸음이 지속되기를 '나'에게 바라본다. 작가가 의도한 바를 제대로 이해했는지는 모르겠다. 일반적인 사람들이 가지는 일반적인 생각에서 자유롭기를 바란 것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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