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올빼미 농장 (특별판) 작가정신 소설향 19
백민석 지음 / 작가정신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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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죽은 올빼미 농장 / 백민석 지음 / 작가정신 펴냄


작가정신에서 펴낸 [죽은 올빼미 농장]은 소설향 시리즈로 시대를 바라보는 이면을 글로 써 내려간 작품 중 하나이다. 백민석 작가는 이 책을 전후로 소설가로 다시 복귀했다고 한다. 작가의 마지막 작품이 될 수도 있었던 [죽은 올빼미 농장], 그만큼 애정을 가지고 있었을까, 2003년에 이어 2017년에 개정판을 펴냈다. 자신의 마음을 오롯이 담은 그릇인 만큼 조금 더 닦고 빛을 내어 독자 앞에 조심스레 내놓은 느낌이다.


이 작품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내가 작품을 읽는 내내 드는 느낌은 '일반적인 사람들이 갖는 보편적이지 않은 생각'이었다. 잘못 배달된 편지 두 통에서 시작된 고성으로 여행길, 죽은 올빼미 농장을 찾는 시점에서 소설은 시작된다. 과연 그 편지는 제대로 주인에게 돌아갈 수 있을까, 그 궁금증에 끝까지 읽어 내려간, 한 번도 손에서 내려놓지 못한 [죽은 올빼미 농장].


화자인 '나'는 작사를 하고, 인형과 공감을 나누고, 성 소수자인 작곡가를 챙기고, 가수로 데뷔하고자 하는 아이와 기획자 그리고 아파트에서 벗어나질 못하는 여자 동창과 끊임없이 관계를 지속한다. 그 바탕에는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 서로가 필요해 의해 얽히는 관계. 그럼에도 필요가 불충분해도 손을 내밀어 맞잡는 관계. 모든 인간관계가 그러하듯, 주변의 보통 인연이 그러하듯 지속된 인간관계가 어떻게 흘러갈지, 어떤 식으로 변화되어 보일지는 모르는 일이다.


인형과 대화, 공감을 하며 자신만이 보는 현상이 당연한 '나'는 남자임에도 아이를 낳고 싶어 하는 성 소수자인 작곡가를 이해하고 자신의 집, 눈앞에서 베란다를 훌쩍 뛰어넘어 죽음을 택한 그를 대변한다. 그의 죽음조차도 일반적이지 않다. 누군가에게 죽음을 내 보이는 것이 일반적이지 않을 터인데 타인의 집에서 그것도 베란다를 향해 달려가서 자유를 찾았다는 듯이 울분을 토해버린 그 사람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세상과의 타협점을 찾지 못한 채 외부로 표출해버린 자아는 갈 곳을 잃었다.

무생물과 대화를 하는 '나'나, 달리듯 날아가 버린 '그'는, 그들은 어떤 관계의 맺음을 끝냈을까. 독자인 나는 이런 이해를 찾아내는 것이 필요했다. '인형'이 천장에 매달아 놓은 앵무새 모형들이 내는 기괴한 소리보다, '자장가'를 완성해야 한다는 '나'의 조급함보다, 인간의 내면이 내뿜는 소리에 귀를 기울어야 했다.


완성일지 미완성일지 모르는 '자장가'는 단조로운 읊조림으로 가수로 데뷔하는 '아이'에 의해 청중에게, 그에게 들려왔다. 앵무새 일백마흔두 마리가 품은 진실은 무엇일지, 이미 오래전에 사라져 존재조차 희미해진 올빼미 농장은-어떻게 그때 보낸 편지가 지금에서야 전혀 연관성이 없는 그에게 도달했는지의 궁금증은 여전히 남아 있다. 그러나 굳이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다. 의미가 부여되는 순간 '상상'과 '생각'은 무뎌질 것이다.


농장이 있던 자리라 추정되는 곳의 오솔한 길 부근 들샘은 말랐던 물을 내뿜기 시작했다. 그 곳에 화자인 '나'는 품고 있던 의문과 오랜 기간 자신을 옭아맸던 자아(인형)를 버렸다. 망설임과 괴로움 속에서도 단절을 선언했다. 버리자. 버리고 털어버리자. 그를 번뇌하게 했던 일련의 일들을 이제는 버림으로써 그는 자유로워졌다. 아니 자유로움을 향해 한 발을 내디뎠다. 그 걸음이 지속되기를 '나'에게 바라본다. 작가가 의도한 바를 제대로 이해했는지는 모르겠다. 일반적인 사람들이 가지는 일반적인 생각에서 자유롭기를 바란 것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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