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크릿 스페이스 - 일상공간을 지배하는 비밀스런 과학원리, 개정증보판
서울과학교사모임 지음 / 어바웃어북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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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크릿 스페이스] / 서울과학교사모임 지음 / 어바웃어북 펴냄


일상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과학을 엿보는 것은 즐겁다. [시크릿 스페이스]를 읽으면서 드는 감정은 '재밌다'이다. 감탄사를 아까지 않으며 생활에 숨겨진 과학을 하나하나 들여다보는 경험은 진정 즐거움이다. 과학을 심도 있게 파고들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치도 않고 머리 아프게 들여다볼 필요도 없다. 그저 이 책 한 권이면 생활의 편리함을 가능하게 하는 과학을 쉽고 재미있게 들여다볼 수 있는 것이다. 서울과학교사모임 소속의 과학선생님들의 각고의 노력이 빛을 발한다. 이번 7월에 발간된 [시크릿 스페이스]는 기존 내용에 색채를 더하고 자료를 보충하여 다시금 독자들에게 다가온 개정중보판이다.


실생활에서 사용하는 물건들이 어떻게 발명되었고 어떤 방식으로 작동하며 점점 발전해 나가는지 활자를 따라 차근차근 나가다 보니 무심코 지나쳤던 환경이 새롭게 눈에 들어온다. 무심코 당연시 여긴 것들이 실은 인간의 집요함이 들어 있다는 것을, 조금 더 편리함을 추구하기 위해 수고를 마다하지 않은 인간의 노력이 담겨 있다는 것을 새삼 다시 깨닫는다.

과학의 발전이라는 것이 작은 불편함에서 시작하여 점점 범위를 확장해 나갔음을 알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접근하기가 쉽진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의지는 수많은 과학을 탄생시켰다. 


이 더운 한 여름에 전기가 없었다면, 냉방기기가 없고 냉장기기가 없다면 어땠을지 상상하기조차 힘들다. 물론 과학의 발전이 인간의 생활에 모두 이롭기만 한 것은 아니다. 도시의 전기 사용은 열섬현상으로 밤에도 식지 않은 열대야를 지속시키고 있고, 더 많은 냉방기기를 이용하게 하여 다시 더운 공기를 가두게 되며 지구는 뜨거워지고 있다. 에어컨과 냉장고의 냉매제는 오존을 파괴하고 인간의 이동을 편리하게 해 주는 교통수단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또한 전구의 발견으로 인해 인간의 수면시간이 줄었다고 한다. 일부의 예를 들었지만 양날의 검으로 작용하는 부분의 장단점을 살피고 환경과 어우러진 과학의 발전을 위해 지금도 불철주야 연구를 하고 있다.


인간의 힘이 작용하지 못하는 자연현상에 대처하는 과학도 소개하고 있다. 지진을 감지하고 태풍을 예측하며 최대의 방어를 위해 몸을 사리지 않는다. 생명과 직결된 문제인 만큼 그 분야의 연구는 끊임없이 이루어지고 있다. 자연이라는 거대한 벽 앞에 인간은 한 없이 작은 존재이지만 이 지구상에서 인간이 이룬 업적은 실로 위대하다. 예전에는 미처 생각지 못했던 기술들이 점차 생활에 녹아들고 있다. 이런 발명의 근간에는 '의문'이 자리하고 있다. 끊임없이 탐구하는 인간의 정신이 존재하는 한 생활의 편리함과 풍족함은 채워질 것이고 그것을 기반으로 더 나은 기술의 발전이 이루어질 것이다. 과학의 힘이다. 생각하는 인간의 힘이다.


거실, 부엌, 욕실 등의 가정에서 주로 쓰이는 제품들에 어떤 원리가 숨어 있는지 다각도로 접근하고 있으며 그 외의 인간이 접하는 외부 활동에서 과학이 어떤 작용을 하는지 자세히 살펴볼 수 있다. 블루투스의 어원과 룬 문자로 표기된 심벌의 의미를 알게 되고, 온도를 나타내는 화씨와 섭씨가 창시자인 파렌하이트(화륜해)와 셀시우스(섭이사)를 중국 이름으로 표기했을 때의 성을 따서 '화씨', '섭씨'로 칭하게 되었음도 알게 되었다. 이렇듯 과학적인 면에서 유용한 지식을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숨어있는 의미도 깨알같이 알려주니 지루함보다는 흥미를 느끼는 것이 당연하다. '과학'으로 접근하기보다는 생활의 편리함으로 다가서면 [시크릿 스페이스] 한 권을 읽는 것이 즐겁다. 학생들에게도 적극 권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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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잠재기억 여행사
박재현 지음 / 아성민준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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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재기억 여행사] / 박재현 지음 / 리디북스 e Book

 

리디북스로 만나는 두 번째 e Book인 [잠재기억 여행사]를 읽고 나니 호접몽의 나비가 생각난다. 내가 나비인가, 나비가 나인가. 어느 쪽이 진정한 현실인지, 현실의 괴로움을 부정하고 머물 수 있는 그곳이 행복하다면 그것이 현실이 될 수 있을지. 옳다고 느끼는 것이 실은 '허상'이었고 허구라 믿은 것이 진정 바라던 '자아'라면 어느 것을 선택함이 옳을까. 기억을 파고들어 추억을 생생하게 되새기는 것, 잠재기억 여행사는 사람들이 놓쳤던 때, 되돌아가고 싶어 했던 그때로 이끌어주는 여행사이다. 기억에 관여하지 않고 흐르는 대로 놔두면 안전하게 여행을 마칠 수 있는 프로그램이지만 과학의 정확성과는 다르게 사람은 후회의 순간을 되돌리고 싶어 한다. 기억에 관여하고 바꾸려 하는 미련함인지 아련함인지, 그렇게 현실에 되돌아오지 못하고 머물게 되는 코마 상태에서 그들은 머물고자 했던 기억 속에서 행복할까.


남편과 아이를 선박 사고로 잃고 홀로된 지 5년째인 여자와 여동생이 살해범에게 살해당하여 오로지 범인을 쫓는 형사인 남자. 이 둘의 이야기가 교차돼서 시작한다. 처음에는 두 사람의 접점은 무엇일까 궁금했다.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점차 밝혀지는 그들의 연관성은 필연적인 만남이 아니더라도 존재의 유무를 향한 끝없는 물음에서 비롯된다.


그리움으로 인해 시작한 잠재기억 여행은 어느새 일생을 간섭하고 헤어 나올 수 없는 지경에 이르러 '은정' 자신을 망가트린다. 오로지 남편과의 추억, 아이와의 그리움을 다시 느껴보고자 했던 여자 은정. 과거는 과거로 묻고 살아가야 함을 알면서도 사랑했던 이들을 잃은 현실은 척박하기만 하다. 잠재기억에 의존하며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가 무너진다.

선박사고의 순간을 되새길 때 사고의 순간을 보면서 '세월호'가 생각났다. 책의 마지막 부분 '작가의 말'에서도 본인이 그 부분을 쓰면서 '세월호'를 떠올렸다고 한다. 소설 속에서 다행히도 기억을 흩트리고 관여함으로써 대부분의 사람들이 탈출하였듯이 시간을 돌려 그 시간으로 간다면 희생자의 가족들도 되돌리고 싶으리라. 아직도 생생한 아픔을 견디고 있는 유족들, 되돌아오지 못한 미수습자들. 지독히도 짠 바닷물이지만 그들의 눈물에 비할까. 곁에 없다는 것은 단순한 그리움을 넘어선다. '은정' 또한 그리움이 아닌 절절함을 잠재기억을 통해 해소한다. 그러나 그 절절함이 은정만의 몫은 아니었다. 남편 '선우'의 현실에서는 오히려 은정의 죽음을 되돌리고 싶어 한 기억의 여행이 가져온 결과이다. 이러하니 어느 것이 현실인지 그 경계가 모호하다.


여동생의 죽음은 형사 '상식'을 옭아맨다. 단순한 여동생의 죽음이 아니라 한 가족의 붕괴가 되어버린 그 사건에 얽매여 살인범을 검거했으나 여동생을 죽인 범인이 아니었음을 알고 다시 혼신의 힘을 다한다. 그 와중에 여동생과 친했던 지인의 잠재기억 속에서 범인을 추론한다. 살인범과 맞닥드린 현실에서 애써 지운 자신의 잠재기억이 헤쳐진다. 친 여동생이 아니었기에 둘이 가졌던 감정으로 인해 감추어진 현실이 드러나며 또 다른 잠재기억에 대해 이야기한다.


현실을 거부하고 아픔을 외면함으로써 일부는 기억을 봉합하기도 한다. 강한 부정은 진실을 지우기도 한다. 뇌가 가져오는 '기억 봉쇄'는 자아를 혼란스럽게 한다. 진실이라 믿은 것이 왜곡의 산물일 수 있음을 이야기한다. 이렇듯 현실이라 믿었던 것이 비현실로 이루어진 기억의 편린이라면 그 흔적을 굳이 지우려 애쓰지 않아도, 기억하려 되새기지 않아도 내 자아가 머무는 현실은 지속될 것이다.

경계의 모호성으로 인해 이 소설이 가지는 결말은 묘하다. 서로의 기억에 관여해 존재하는 것(어느 누구의 죽음도 없는)이 진정한 은정과 선우의 현실인지 단정할 수 없고 잠재기억 여행 의자에 누워 코마에 빠진 것이 선우인지, 은정의 현실인지 결말을 확정 짓기가 묘하다. 또한 살인범의 입을 통해 듣게 된 여동생과의 진실이 상식이 가진 현실을 바꾸게 했는지 생각해보게 한다.


어느 때 뇌 분야 과학의 발전이 이루어져 기억의 흔적을 찾아 나서는 여행이 생길 수도 있다. 추억을 되새기는 것과 현실을 살아가는 것. 어느 것 하나 부정할 수 없고 거부할 수 없다. 지나온 기억이 쌓여 현실이 되었기에 이런 여행이 생긴다면 나는 선뜻 참여할 수 있을까. 상식의 선을 벗어나 인간의 감정을 다스리는 뇌는 무한한 세계를 들여다볼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나아가야 하지만 잊고 싶지 않은 기억의 흔적에 머물게 되는 감정은 하나의 정의로 묘사될 수 없다. 기억 심상(心像)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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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공부 명심보감
박재희 지음 / 열림원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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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공부 명심보감] / 박재희 지음 / 열림원 펴냄


명심보감은 중국 명나라의 범립본이 지은 책으로 고려 말 추적 선생이 삶의 본보기로 삼은 글귀들을 가려뽑아 편집한 우리 민족의 보배의 글이다.(작가의 말 중) 그중 현대인들의 지친 삶에 위로를 건네고 싶어 다시금 새롭게 단장한 책이 박재희 저자의 [마음공부 명심보감]이다. 명심보감에서 추려 보배롭고 지혜로운 옛 선인들의 말씀과 충고를 담아냈다. 3장으로 분류되는 대단원은 나, 관계, 세상을 향해 올곧게 나아가야 하는 방향을 얘기한다.


예부터 인성교육은 가정과 사회에서 중요한 만큼 가르치고 배웠다. 자신의 마음을 다스릴 줄 알고 세상의 진리를 위해 탐구하며 불의에 맞설 줄 아는 용기를 바른 마음가짐을 통해 익혀왔던 것이다. 현시대의 분노조절장애 등 감정을 흩트리고 타인을 향해 내뱉는 분노를 보면 그만큼 자신의 마음에 올곧지 못했음을, 타인을 향한 작은 배려가 부족함을 알게 된다. 고전이라 어렵게만 느꼈던 명심보감을 옛 성인의 말씀과 더불어 동양철학자인 박재희 작가의 마음을 풀어놓은 이 책을 통해 접한다.


나의 본 모습을 알고 사회의 관계를 통해 다져가고 세상을 향해 포부를 드러낼 줄 아는 자신감은 균형을 이루는 삶이다. 살아가는 것에는 정답도 없고 정해진 길도 없다. 그렇기에 본인이 주체가 되어 삶을 이끌어가야 한다. 그 과정에서 생겨나는 부지불식(不知不識)의 관계 또한 지혜롭게 풀어나가기 위해 사람은 경험이 중요하고 지혜가 필요하다.

작은 지혜를 [명심보감]을 통해 얻을 수 있으니 답답한 마음이 일어날 때 새겨두면 좋을 말씀들이다.

공자는 인생에서 경계해야 할 것으로 세 가지를 꼽는다. 청년 시절에는 색욕을 주의하고 장년에는 경쟁심리를 노년에는 탐욕을 경계하라 전한다. 이 모든 것이 자신을 잠식하고 있는 혈기에서 비롯되니 이 또한 자신을 다스리는 일이 우선되어야 한다. 경험을 통하고 세상의 이치를 통해 바라보건대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으나 충분히 자신의 의지로 혈기가 띤 욕심을 다스릴 수 있음을 뜻한다. 그럼에도 잘 되지 않는 것이 마음이다. 이기심을 이겨내고 배려를 통해 두루 공존할 수 있는 삶을 살기란 쉽지 않다. 그렇기에 수련을 하는 것이다. 마음을 비우는 수련을 통해 공자의 말씀을 실천할 수 있을 것이다.

인간은 하늘을 닮아 인의예지(​仁義禮智)를 통해 사랑, 부끄러움, 양보심, 옳은 판단력을 갖추고 있다. 인의예지를 어떻게 자신에게 관철하고 녹여내는지는 오롯이 자신의 몫이다. 결국 사람답게 사람을 대하는 삶은 마음속에서 비롯된다.

지락(​至樂) 막여독서(莫如讀書) 지요(至要) 막여교자(莫如敎子)니라. - 지극한 즐거움은 책을 읽는 것만 한 일이 없고, 지극히 중요한 것은 자식을 가르치는 것만 한 일이 없다.(본문 발췌)

한 구절에 담긴 주옥의 깨달음이 잊고 지낸 마음을 열어준다. 삶에 있어 일희일비((一喜一悲)하지 말며 경계를 품고 자기경영에 힘써 성품을 기르는 것이 필요하다. 알면서도 굳은 마음으로 실천하는 것이 쉽지는 않다. 감정대로 사는 것이 무에 나쁜 일인가 싶지만 자신의 감정대로만 살기에는 우리는 '관계'를 통해 조화를 이루어야 하기 때문이다. 조금의 손해도 용납하지 아니하는 각박함에서 벗어나 타인을 향해 손을 내밀고 말 한마디 건네야겠다. 오늘도 이렇게 일상에 머물 수 있음은 당신 "덕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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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황실의 추억
이해경 지음 / 유아이북스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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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황실의 추억] / 이해경 지음 / 유아이북스 펴냄

조선왕조의 마지막 왕녀, 고종황제의 다섯째 아들인 의친왕의 딸 이해경의 기억을 통해 대한 제국의 일원으로서의 인생을 돌아본다. 급변하는 정세에 휘말려 비극적인 삶을 살았던 덕혜옹주와 영친왕의 이야기는 많이 접했으나 그 이외의 일원들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했다. 대한제국 황실의 일부분이겠으나 평소 역사에 관심이 많기에 작은 부분도 채울 수 있었다. 왕녀 이해경의 입장에서 바라본 대한 제국이었기에 주로 의친왕과 그 가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대한제국 말기 이름뿐인 황실이었겠으나 그럼에도 황실의 위엄을 지키고자 무단이도 의연함을 유지하고자 했던 의친왕비의 꼿꼿함이 돋보인다. 자신의 친자는 없으나 후궁과 측실의 12남 9녀의 자식들과 그 집안을 굳건하게 지켜낸 의친왕비의 고뇌가 엿보인다. 한 여자로서 쉽지 않은 삶이었을진대 정실이라는 이름으로 그 모든 것을 눈 감고 받아들여야 했던 여인의 삶이 안타깝다. 이해경의 친모가 재가하여 홀로된 저자를 직접 훈육하기도 했다. 그렇기에 이 책에서 그 누구보다도 많이 거론되는 것이 의친왕비이다.

황실의 이름하에 지켜야 할 법도가 많아 당시의 또래보다 풍족한 삶을 살았다 하더라도 행동의 제약이 많았다고 한다. 그럼에도 황실의 일원이었기에 다른 이들보다는 분명히 기회가 많았을 것이다. 고종황제의 적통자인 덕혜옹주의 삶에 비하면 이혜경 왕녀는 그보단 자유롭게 자신의 인생을 살았다. 그 또한 축복일 것이다. 호적에 오르는 것조차 일본의 간섭이 있었다. 실제로 의친왕의 자손들 중 이름만 가진 이들이 있고, 의친왕의 자식이나 다른 황실의 일원의 양자, 양녀로 등록되기도 했다. 이해경 또한 다른 호적에 올랐기에 자신을 낳아준 친모, 길러준 의친왕비, 호적의 어머니까지 총 3명의 어머니와 삶을 공유했다. 그중 자신이 오롯이 어머니라 부르는 이는 바로 의친왕비이다. 그만큼 일생에 있어 많은 부분을 공유하고 관심을 두었으며 영향을 준 어머니가 의친왕비이다. 그렇기에 나는 의친왕비에 대해 궁금증이 생겼다. 어찌 쉬운 삶이었을까. 자신의 마음도 제대로 비추지 못하고 저물어 가는 황실 의친왕의 정비로서 법도를 지켜야 했으며, 의친왕에서 군으로 강등되고 결국은 모든 직위를 빼앗기는 그 세월을 살피는 것이 어찌 쉬웠을까. 같은 여성으로서 의친왕비를 대하게 된다면 그 마음을 어루만져 주고 싶다. 힘들었을 삶을 묵묵히 견뎌낸 그녀를 위로하고 싶다.


1부는 일제강점기의 궁 안팎의 어린 시절을 다루고 있고, 2부는 6.25 전쟁으로 얼룩진 인생을 풀어내고 있다. 3부는 기회를 부여잡고 미국에서 공부하여 정착하고 귀국하여 부친인 의친왕과 의친왕비의 묘소를 합장하는데 노력했던 일, 4부는 독립을 염원한 의친왕의 발자취를 따라가며, 5부는 정비로서 법도에 자신을 묶어두어야 했던 의친왕비의 마지막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다른 이가 받드는 것에 익숙한 황실 일원들이 감시와 억압에서 숨죽여 살아야 했으며, 전쟁으로 인해 피란 통에 힘겹게 살았던 그네들, 그 시절을 떠올린다면 눈시울이 붉어지지 않을 이가 있을까. ​나라를 위해 묵묵히 삶을 이끈 사람들은 배척 당하고, 자신의 이익을 바란 이기적인 사람들은 아직도 부를 누리며 살아가니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나는 제3자의 입장에서 바라볼 뿐이다. 독립 유공자의 후손이 아니고, 일본을 손을 비비던 매국노의 자손이 아니며 무엇보다도 그 시대의 아픔을 모르는 제 3자의 입장이다. 그럼에도 철저하게 삶을 유린당한 이들의 아픔을 공감한다. 


본문에 언급되는 안국동의 풍문여고(옛 안동 별궁 터)는 현재 강남으로 이전되었으며 공예 박물관으로 자리하기 위해 공사 중이다. 그렇기에 안국동의 풍문여고는 이전된 곳과의 차별을 두기 위해 해당 부분에 간략한 주석을 달아 놓아도 좋을 것 같다. 얼마 전 풍문여고 근처를 방문했다. 굳게 닫힌 교문 사이로 보이는 교정, 이전을 했다는 팻말을 보았다. 학창시절의 많은 기억을 공유하고 있는 안국동이기에 잠시 그 자리에서 회상에 젖었다.

세월은 변한다. 삶의 모습은 흐르고 추억은 쌓인다. 아흔의 나이에 황실의 기억을 조심스레 펼쳐 보인 책 한 권을 통해 나는 묵묵히 한 발짝씩 걸어나간 이들에게서 마음의 울림을 전해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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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매일의 기분
김동훈 / 매일의기분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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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의 기분] / 김동훈 지음 / 리디북스 e Book



김동훈 저자의 [매일의 기분]은 리디북스의 e Book으로 만났다. 종이책이 아닌 집필이 완료되어 출판된 책을 e book으로 읽는 것은 처음이지만 가볍게 손안에 모바일로 책 한 권을 만나 즐거웠다. 1시간여 거리를 지하철로 이동해야 했다. 요즘같이 더운 날 시원한 지하철에서 읽을 수 있으니 좋네. 이 또한 나의 '매일의 기분'이다.


여행하며 만나는 '마음', 풍경을 마주하며 느끼는 '기분', 매일로 이어지는 '감정'이 담담한 문체로 담겨 있다.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이 되는 책 한 권의 여유가 유독 반가운 이유는 더운 날로 인해 지쳤기 때문이다. 가만히 있어도 몸이 찌뿌둥하고 늘어지는 계절에 '여행'의 설렘을 느껴볼 수 있어서 반갑다. 홀로 여행하는 가운데 좋았던 날과 지쳤던 날이 반복되는 그 하루하루가 저자의 '매일'을 알게 해 주었고, 일상으로 돌아와 부딪히는 관계 속의 허탈함 또한 살아가는 동안의 '매일'이 된다.

나의 '매일'을 어떤 기분으로 나타낼 수 있을까. 평이하게 지나치는 인생에서 소소한 '기분'들이 모여 매일을 이루고 삶을 아우르게 되니 크든 작든 그 기분들은 소중하다.

'사실 인생이란 이렇게 교훈도 감동도 없는 얘기들로 가득하다. 이런 종류의 이야기들을 것이다. 교훈이 없는 경험들 말이다. 그런 경험들 속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음을 우리는 받아들여야만 한다.' (본문 발췌)


인생의 깊이를 가늠하는 것은 각자의 몫이다. 자신의 삶이 가진 크기는 받아들이기 나름이다. 내 마음의 크기를 나만의 색으로 채워 꾸미는 것은 나의 몫이다. 오늘 나의 '기분'을 색으로 표현한다면 어떤 빛을 띨까. 

내키는 대로, 가보고 싶었던 곳으로 훌쩍 여행을 하고 싶다. 어떤 목적이 없어도 그저 보고 싶은 그 풍경을 두 눈으로 마주하는 '동경'을 품고 싶다. 열차에 몸을 싣고, 순례자의 마음으로 길을 걷고, 오래된 마을을 둘러보는 그 하루를 동경한다. 하고 싶었던 일은 할 수 있다는 것은 축복이다. 치열한 인생, 복잡한 삶을 놓을 수 없어 머물게 되는 일상에서 나는 책 한 권의 풍경을 마음에 담고 그 하루를 갈망한다. [매일의 기분]을 내 안에 담아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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