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승달
모리 에토 지음, 권영주 옮김 / ㈜소미미디어 / 2019년 1월
평점 :
절판


어느새 잃은 것이 있다.

여기에도, 저기에도.

하지만 멈춰 서 있다가는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p.119




초승달

모리 에토 지음 / 권영주 옮김 / 소미미디어 펴냄

혼란스러운 시절, 전쟁의 끝과 암울한 시대에서 벗어나고자 빠르게 실시된 새로운 '교육'이라는 광막한 우주에서 달도 태양도 보이지 않을 것 같을 때(p.78), 사회에서 추구하는 엘리트 양성과 신문물 주의에 머문 교육에 대한 사견을 펼치며 지력(知力)을 가르치고 싶은 한 가족이 학원 경영을 통해 공교육과 사교육의 진정한 의미를 제시한다.

인간은 끊임없이 앎을 추구하고 교육은 백년대계로 하나의 시스템화되었다. 경쟁, 입시로 대표되는 교육의 옳고 그름을 떠나 한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나만의 길'을 고집할 수는 없는 것이 현실이다. 학연에 전전긍긍하고 서열화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사회에서 우리나라와 일본, 중국은 비슷한 교육열을 보이고 있다.

군국주의의 교육을 받은 지아키는 공교육에 환멸을 느끼고 학원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학생들을 가르치려 한다. 학원이 별로 주목받지 못하던 시대에 신교육을 받아들이는데 주저함이 없었던 지아키는 딸 후치코가 다니는 학교의 조무원이었던 고로를 적극 설득해 학원을 운영한다. 고로는 지아키와 새로운 가정을 꾸리고 집에서 시작한 작은 보습학원이 대형화되고, 그에 따른 운영과 교육관의 대립, 가정의 마찰과 붕괴, 긴 시간을 돌아 서로를 돌아보는 희로애락을 긴 세월을 통해 그려내고 있다. 3대에 걸친 이야기는 교육과 가정의 여러 모습을 그려내며 개인 이기주의에서 벗어나 사회적 참여로 발전하고 있다. 


나는 깊이 믿는 바, 스스로에 대한

교육을 촉구하는 교육이 진정한 교육이다.

p.138_수호믈린스키



러시아 전인교육학자인 바실리 수호믈린스키의 교육 이념을 깊이 새긴 고로는 학생들에게 지식을 주입하기보다 자기주도학습의 중요성을 가르친다. 입시에 휘둘리지 않고, 진정 도움이 되는 학력을 목표로 교육의 정의를 세운다. 그에 반해 부인인 지아키는 점진적이고 빠른 변화에 대응한다. 그 과정에서 가정의 붕괴와 아픔, 다시 교육을 중심으로 서로를 보듬어 안는 내용이다.

유구한 시간을 거친 한 가족의 이야기 속에는 시대마다 바뀌는 교육정책을 떠나 진정한 교육의 의미를 되새겨보게 한다. "어떤 아이든 부모가 해야 할 일은 하나야. 인생은 살 가치가 있다는 걸 자기 인생으로 가르쳐주는 것뿐"(p.177) 매번 바뀌는 입시 시스템의 장단점을 파악하는데 아이들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익숙해질 틈 없이 새롭게 적응해야 하는 입시 스트레가 나타나고 학창 시절의 자유롭고 창의로운 꿈은 내신과 학생부에 얽매여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한국과 일본, 두 나라의 비슷한 교육 실정에 많은 공감이 간다. "허무한 건 그렇게 개혁, 개혁 하고 외쳐대는데도 성과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거예요."(p.252) 무한 경쟁의 시대, 변해가는 사회 시스템, 감소하는 인구, 다변화 시대의 일자리 변화에 대응하는 교육의 현주소를 다시금 생각한다.

시대가 바뀔 때마다 늘 교육 정책도 변화한다. 폐단을 걷어내고 진정한 교육의 연대가 가져올 긍정의 면도 없진 않지만 경쟁에서 도태될 수 없다는 조바심에 우리의 아이들을 사교육으로 내몰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한 번뿐인 인생, 가치있게 살기 위해 공부를 하고, 자신이 원하는 분야에서 일하기 위해 노력한다지만 시스템에 익숙해진다는 것이 부조리를 용인한다는 것은 아니다.

매 선거 때마다 정치인들은 개선된 교육을 공약으로 내세운다. 그럼에도 우리의 교육은 자유롭지 못하고 쳇바퀴처럼 돌고 돈다. 일부 비리에 얼룩진 교육은 물질 만능주의를 부추기고 공정함을 기대하기 어렵게 한다. 빈부 격차에 따른 교육의 지원이 고루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점에 주목해 이 책은 교육의 자정능력이 이루어져야 함을 말한다.


교육은 아이를 통제하기 위해

존재하는 게 아니다.

부조리에 저항하는 힘,

쉽사리 통제되지 않기 위한 힘을 주기 위해 있다.

p.512



늘 차오르기를 기다리는 초승달처럼, 완벽하진 않지만 부족한 부분을 채울 수 있도록 스스로를 연마하고 배움을 갈구하는 것. 부조리에 맞서 바람을 맞을 때도 있고, 뜻하는 대로 이뤄지지 않을 수도 있지만 '새로운 길은 언제나 걸어봐야 정체를 알 수 있는 법'(p.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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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전 설득 - 절대 거절할 수 없는 설득 프레임
로버트 치알디니 지음, 김경일 옮김 / 21세기북스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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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설득을 하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올바른 주장이 아니라

올바른 언어를 신뢰해야 한다.

p.166_ 조지프 콘래드



초전 설득

로버트 치알디니 지음 / 인지심리학자 김경일 옮김 / 21세기북스 펴냄

'절대 거절할 수 없는' 설득이란 무엇일까. 사람에게 있어 커뮤니케이션이란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커뮤니케이션이 필수인 우리는 상대방과의 끊임없는 소통과 교감을 통해 현 상황을 인지한다.

말 잘하는 사람들을 보면 타당성과 장점을 내세워 제안 하기에 앞서 상황 파악과 상대의 심리를 포착한다. 다변화하는 사회, 그 속에 속한 사람들의 다양한 생각을 모두 맞추며 살 수는 없지만, '설득'은 자기의 주장을 관철하는 것을 떠나 소통의 중요한 부분이다.

저자 #로버트치알디니 의 #설득의심리학 은 300만의 독자가 선택한 책으로 30개국에서 #베스트셀러 의 위상을 떨쳤다. 또 다른 저서인 #초전설득 은 그 뒤를 잇는다. 인지심리학자인 아주대 김경일 교수와 21세기북스를 통해 2017년부터 '설득전 심리학(가제)'으로 발간될 예정이었고 [초전 설득]으로 완성되어 #설득 에 앞선 심리를 파헤쳐 보고 있다.

행동경제학의 부상으로 심리학은 실생활에 적용하게 되었다. 특정 분야에 국한되지 않고 설득의 중요성은 심리학을 바탕으로 이뤄지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신뢰는 설득의 확률을 높일 수 있는 요소로 신뢰의 말과 행동이 초전 설득으로 연결된다. 이런 사전 행동을 통해 설득을 유도하는데 저자는 이를 설득 과정을 시작하는 역할과 기존 장벽을 없애는 역할로 바라보고 심리학의 기존 6가지-상호성, 호감, 사회적 증거, 권위, 희소성, 일관성- 개념에 공통 요인을 살펴보고 새로운 개념을 추가하였다. 심리학적인 차원에서 초전 설득은 과학을 통해 설득의 기술로 학습이 가능하다. 


메시지의 기본적인 구성 요소에 집중시켜

청중을 모으려는 커뮤니케이터는

중요점을 사전에 설치한다는 점에서

초전 설득 원리를 효과적으로

잘 적용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p.70



설득은 여러 분야에 적용된다. 메시지를 전달함에 있어 상대에게 욕구를 불러일으키게 하는 것이 초전 설득의 핵심이다. 저자는 설득은 #타이밍, 무엇이 아니라 언제 말하느냐가 핵심이라고(p.43) 전하고 있다. '무엇을 생각할지 보다, 무엇에 대해 생각할지'로 청중에게 이슈를 전달하는 언론을 비롯하여 긍정적 평가의 유도를 통해 상품을 판매하는 전략 등 다양한 초전 설득의 사례를 살펴볼 수 있다. 


설득을 하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올바른 주장이 아니라

올바른 언어를 신뢰해야 한다.

p.166_ 조지프 콘래드



긍정과 부정의 연상이 설득에 미치는 영향은 지대하다. 어떤 단어를 선택하여 전달하느냐에 따라 대중에게 끼치는 이미지는 다르다. 언어에 따른 순기능과 역기능이 보편적인 현상에 미치는 영향을 알 수 있다.

1장에서 초전 설득이 다양한 분야에서 어떤 핵심을 가지는지 여러 사례를 통해 확인했다면 2장에서는 연상에 의한 설득과 물리적, 심리적 공간에 따른 설득에 대해 저자의 의견을 살펴볼 수 있다.

3장은 #설득의심리학 여섯 가지 개념인 상호성, 호감, 사회적 증거, 권위, 희귀성, 일관성을 설명하고 일곱 번째 개념인 '연대감'을 통한 소통과 상호적 교류를 직시하고 있다.

저자 #로버트치알디니는 설득의 바탕에 윤리와 과학이 내포되어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설득 #협상에 앞서 비윤리적인 생각과 부정직한 행동이 가져올 파장을 우려하고 검증되지 않은 거짓된 정보로 설득의 중요도가 퇴색되지 않기를 당부하고 있다. #직장인필독서 로 자리매김할 만큼 설득은 단지 #화술 에 의한 것이 아니다. 올바른 정보와 목표를 통해 설득의 의미를 살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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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의 미래 - 모빌티리 빅뱅, 누가 최후의 승자가 될 것인가?
차두원 지음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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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의 미래차두원 지음 / 한스미디어 펴냄



"더 이상 단순한 이동수단이 아니라
인공지능 등 첨단기술과 모빌리티 수단이 결합된
새로운 인생의 파트너라고 불리는 이유입니다."
프롤로그


영화 제목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등장인물이 한적한 밤, 자율주행차로 도로를 달려 집에 도착했던 장면이 기억에 남는다. 집 앞에 와서야 핸들을 조작했던 그 장면이 아직까지 뇌리에 남아 있는 것을 보면 그 영화가 SF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어쩌면 미래에는 저런 자동차를 탈 수 있다는 생각이 그리 멀지 않은 미래인 지금 차츰 이뤄지고 있다. 기술혁명의 빠른 발전은 생활의 윤택을 넘어 인류의 새로운 도약을 향하고 있다. 


미래 산업의 한 축으로 모빌리티는 그 누구보다도 긴박하게 시장의 동향을 주시하고 있다. 기술의 발전을 거듭하여 자율주행을 끊임없이 연구하는 이유는 자동차가 이동의 수단뿐만 아니라 삶의 일부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1장에서는 2020년부터 판매되기 시작한 자율주행차가 10년이 지난 2030년에는 하나의 트렌드로 부상했다는 전제로 자동차 소유를 재 개념화하여 공유가 일상화된 시대를 이야기한다. 인공지능의 맞춤으로 여행을 하고 일상의 변화가 가져온 경제와 직업의 변화를 보여준다. 상상했던 바가 이루어지는 시대가 멀지 않았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시이다. 


'급격한 도시화는 자율주행차를 단순히 기술개발 측면이 아닌 존재와 활용가치 측면에서 빼놓을 수 없게 만드는 이슈다.'(p.38)


산업화에 따른 생활의 발전은 더 많은 이동 수단을 양산했다. 도시에 밀집된 생활 반경은 누구나 운전의 필요성을 느끼고 자동차를 소유하는 것이 당연하게 되었다. 이런 흐름은 운전하는 연령 폭을 넓혔고 초보자들의 운전 미숙과 고령 운전자의 조작 실수로 인한 사고는 끊이질 않는다. 음주운전 또한 사회에 만연해 있어 경각심을 불러일으킨다. 자율자동차가 정착되면 이런 문제점들이 해결될지 궁금증이 솟는다.


모빌리티의 혁명은 자율주행자동차뿐만 아니라 이동 수단이라 일컫는 자전거, 스쿠터 등의 공유를 일반화하고 있다. 이미 많은 나라에서 <퍼스트-라스트 마일 전략>, <우버>, <도크리스 서비스> 등이 시행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공유자전거를 이용하는 빈도가 높아지고 있다. 도시환경 개선과 보호라는 측면에서 모빌리티의 기술 개발은 엔진을 필요로 하지 않는 전기, 수소차의 자율 안정화와 비교적 단거리 운행에 적합한 이륜차의 공유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나라별로 자전거와 전동스쿠터 공유의 장단점을 살펴보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각 시별로 공유자전거로 이동하는 사람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다만, 공유경제가 올바르게 정착하기 위해서는 시의 적극적인 시설물 관리와 시민들의 공공재의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 또한 이륜차 이용에 따른 안전도 늘 새겨야 할 것이다. 


'도시 성장과 지속가능성을 위한 혁신은 공공정책, 주민들의 안전과 적절한 균형이 필요하다.' (p.112)


자동차 기업뿐만 아니라 세계 많은 곳에서 모빌리티의 자율주행을 연구 개발하고 있다. 자율주행차에 따른 변화를 '패신저 경제'라 정의한 인텔은 도시의 모빌리티가 7조 달러로 급속히 변화할 것이라 예측하고 있다. 장거리 운행에 따른 물류배송과 운전자 부족 등의 문제점이 해소되어 더 많은 매출이 발생될 것으로 예상한다.


카세일링과 카헤일링이 공유 자동차로 자리한 만큼, 자동차의 소유 개념이 점차 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스마트폰의 앱을 통해 쉽게 도어 투 도어로 이용할 수 있다는 편리성이 인식의 변화로 흐르고 있다. 반면 택시와 카카오카풀의 대립이 보여주는 사회 현상처럼 이동 수단의 이용방법에 따른 변화는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아 있다.


자율주행차가 정착하기 위해서는 아직 넘어야 할 과제가 많다. 데이터 축적에 따른 자율 운행이 사고 발생 시 판단해야 할 윤리적인 문제, 잘못된 사물 인식에 따른 사고로 개인과 사회의 불신, 고가의 판매로 인한 대중화 등이 문제점으로 남아 있다. 또한 자율 주행에 따른 변화로 사라질 일자리도 대두되고 있다. 


변화하는 모빌리티 환경에 맞춰 우리도 연구를 지속하고 있다. 한국형에서 벗어나 세계와 발맞춰 가야 함을 저자는 역설하고 있다. 우리나라 자동차의 큰 기업인 현대와 기차의 노조, 연구개발 등의 문제점을 살펴본다. 독자적인 개발에서 자율 자동차 개발을 위한 협력이 가져올 시너지는 새로운 혁신의 발판이 될 것이다. 해결해야 할 과제는 많다.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세계의 동향에 맞춰 우리도 규제를 풀고 협력의 단계로 나가야 할 것이다.


'다른 나라에서는 이미 스마트폰 하나로 서비스를 활용할 수 있고 도로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현재'의 시스템이다.' (p.367)


'국제 대학생 자율주행 경진대회'로 우리나라 실제 도로에서 시행된 자율자동차 경진대회가 얼마 전 모 프로그램에서 <미래의 도로를 달릴 자율주행자동차 시대>로 방영되었다. 자율 자동차를 향한 끊임없는 연구와 열정이 시시각각 다가왔는데 더불어 [이동의 미래]를 통해 세계의 자율과 공유를 통한 모빌리티 발전과 우리나라 모빌리티 산업의 미래를 들여다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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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코어 오리지널 인터뷰집
맷 슈레이더 엮음, 백지선 옮김 / 컴인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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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코어 : 오리지널 인터뷰집
 멧 슈레이더 엮음 / 백지선 옮김 / 컴인 펴냄


2016년 다큐멘터리 [스코어 : 영화음악의 모든 것]의 오리지널 인터뷰집인 이 책은 맷 슈레이더가 25명의 작곡가와 감독과 영화와 음악 이야기를 인터뷰 형식으로 엮었다. 영화를 구성하는 음악이 각 영화에서는 어떤 매개체로 작용하였는지, 관객들의 마음에 어떻게 녹아들었는지 이들의 이야기가 한가득 펼쳐져 있다. 


역대 배우들이 총구를 겨누며 007의 제임스 본드를 연기할 때 흘러나오는 OST는 시리즈는 회를 거듭할수록 제임스 본드의 정체성을 드러낸다. 미션임파서블의 손에 땀을 쥐게 하는 OST가 흘러나오면 미션을 클리어하는 해소감을 안겨준다. 엔니오 모리코네의 <가브리엘의 오보에>가 흘러나오면 영화 미션에서 십자가를 짊어진 채 폭포에서 떨어지는 장면이 떠오를 만큼 음악은 영화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영드 셜록의 작곡가인 데이비드 아널드를 비롯한 23명의 영화음악 작곡가와 제임스 캐머론 등 2명의 감독과 심도 있는 이야기를 나눴다. 찬란하고 암울한 현실을 반영하고, 때론 긴장감에 두근거리며,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미지를 표현하는 등 일상과 액션, 판타지까지 아우르는 음악은 부차원적인 요소를 벗어나 이야기의 전달자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중요한 건 창의적인 생각을 얼마나 잘 선별하고 다듬어 모호한 개념을 구체화하느냐입니다."

(p.27 / 데이비드 아널드) 


감독과 작곡가의 영화에 대한 이해와 교감이 어떤 음악을 탄생시키는지 직접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다. 영화와 음악의 상관관계는 단지 협력의 단계를 넘어 온전히 서로를 포용하는 데 있다. 회자되는 <타이타닉>의 OST를 들으며 제임스 캐머런이 작곡가 제임스 호너와 작업한 비화 등을 읽는 것도 꽤나 신선한 경험이다. 고인이 된 제임스 호너의 새로운 음악은 더 이상 들을 수 없겠지만 그가 남긴 멜로디는 영화와 함께 살아 있을 것이다.


영화 산업의 발전은 음악이 새로운 형태로 도약하는데 큰 영향을 끼쳤다. 단순히 장면의 효과를 노리기 보다 음악만으로도 주제를 전달할 수 있는 파급력을 가지게 되었다. 그에 따른 감독과 작곡가의 끊임없는 작품의 해석과 교류가 중요하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이 책은 단지 영화에 쓰인 음악을 알리는 것에 국한되지 않고 영화에서 음악이 지향해야 할 방향과 관객과 호흡하기 위한 과정을 끊임없이 보여준다. 


"좋은 영화음악은 들으면 압니다. 듣는 사람의 마음을 녹이죠."

(p.62 / 퀸시 존스)


어느 요소에 어떤 음악이 조화를 이루는가에 대한 논의는 작곡가가 지향하는 음악을 보여준다. 클래식을 기반으로 하는 작곡도 있고, 새로운 소리를 갈망하기도 한다. 영화의 기술 발전과 더불어 영화 음악도 시대를 거듭하며 다양성을 추구한다. 극의 몰입을 높일 수 있는 음악, '좋은 영화를 훌륭한 영화로 만드는 힘'(p.82). 그것이 관객과 호흡하는 음악이라 생각한다. 음악은 무엇인가, 그 본질에 대해 나눈 대화는 음악이 어떤 스토리를 표현하는가에 대한 의미를 깊게 생각해보게 한다.


"작곡가에게 음악은 청각 예술일 뿐 아니라 시각 예술이다." 

(p.98 / 하워드 쇼) 


등장인물들의 관계를 이해하는데, 이야기를 전달하는데 음악은 사용된다. 관객을 사로잡는 영화를 위한 음악은 단순히 멜로디로 규정하지 않는다. 극의 전환이나 등장의 효과를 위한 소리도 크게 영화 음악의 범주에 들어간다. 감독과 스태프의 소통, 스크린과 관객의 교류가 '감정의 공유'라는 의식의 흐름으로 이어진다. 각 작곡가가 참여한 영화음악의 ost를 찾아 들으며 그들의 인터뷰를 볼 수 있어 흥미롭다. 


영화 음악이 영화의 부수적인 요소에서 벗어나 대중에게 각인된 현 모습은 독창성의 저변이다. 지속적인 변화는 가히 반갑다. 실험적인 음악과 더불어 새로움을 향한 열정이 거듭될수록 영화 음악은 빛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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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지는 뇌를 끌어안고
치넨 미키토 지음, 민경욱 옮김 / ㈜소미미디어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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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지는 뇌를 끌어안고】 
  치넨 미키토 지음 / 민경욱 옮김 / 소미미디어 펴냄


"바다 냄새, 수런거리는 바람, 겨울의 날카롭고 차가운 공기,
그 전부를 느끼고 싶어요. 아까우니까."


불치병, '글리오블라스토마'라는 악성 뇌종양으로 언제 부서질지 모르는 폭탄이 머리에 들어 있는 '유가리 다마키'. 생에 바람을 붙잡고 싶어 하는, 파도 소리는 죽음을 향해가는 리듬 같아 싫어하는, '유카리'라 불리고 싶어 했던 여인.

죽음이 지배하는 신체적, 정신적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한 완화 의료에 의존해 생을 살아가는 환자들이 있는 가나가와 현 하야마곶 병원에 유년시절 아버지의 부재로 마음에 폭탄을 안고 사는 '우스이 소마'가 지역 의료 실습으로 부임하게 된다. 

생명의 존중과 삶의 의지가 내포된 문맥 사이에 인간애가 드러난다. '눈을 감으면 그린 그림이 눈꺼풀 안에 떠올라. 그럼 내가 그림 속에 있는 것 같아.'(p.34) 시한부라는 작은 새장에 갇혀 하늘을 자유롭게 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 그 누구도 가볍게 여길 수 없는 하루의 '희망'. 

'일정한 리듬으로 새겨지는 박동 소리, 유카리 씨가 살아 있다는 증거'(p.61) 
일정한 간격으로 부서지는 파도 소리는 죽음을 향한 카운트다운 같다며 두려워했으나 어느새 잔잔한 파도는 살아 있음을 느끼는 소리가 되었다. 

누구나 품고 사는 '보이지 않는 폭탄'. 멈출 수 없는 카운트다운에 겁내기 보다 해야만 하는 일을, 앞을 향해 내딛는다. 유카리도 몇 달째 갇혀 있는 자신만의 새장에서 뛰쳐나와 닫힌 마음을 울음으로 토해 낸다. 미래를 향해, 현재를 향한다는 것. 지금의 순간, 파도 소리에 귀 기울인다. 두려움에 묶여 있던 파도 소리가 잘게 부서져 희망을 흩뿌린다. 

한 달여의 실습을 마치고 히로시마로 돌아온 우스이에게 들려온 유카리의 죽음. 그녀에게 사랑을 고백하기 위해 준비하던 우스이는 절망한다. 
막대한 재산을 소유하고 있으나 유산을 노린 친척의 압박에 두려움을 느끼고 외출을 거부했던 유카리가 홀로 외출해 시내에서 죽음을 맞이했다는 것에 의문을 느낀 우스이는 떨칠 수 없는 의문에 직접 조사를 하게 된다. 자신이 알았던 유카리가 환상처럼 사라진 공간, 병원 관계자들의 눈속임을 알아채고 유카리의 당일 행적을 파헤쳐 가는 과정에서 새로 작성된 유언장을 소재를 찾게 된다. 

유카리와 보냈던 그 시간이 결코 환상이 아니었음을, 자신의 머리에서 일어난 오류가 아닌 마음으로 부딪친 '생'이라는 것을 깨닫고 진짜 유카리를 찾아간다. 오렌지 짧은 머리칼에 항상 긍정적이었던 환자 '아시가리 유'가 진짜 유가리 다마키이고, 아사가리 유가 '아사가리 유카리'라는 것, 유가리 친척의 감시에서 벗어나기 위한 눈속임이었음을 알게 된다. 

우스이가 떨칠 수 있었던 아버지의 부재, 유카리가 깨트릴 수 있었던 실독증의 두려움은 서로의 사랑으로 물든다. 
뇌동맥류라는 폭탄을 머리에 안고 사는 유카리는 우스이의 앞날을 위해 거절하지만 따스한 감정은 서로를 감싼다. 내일의 삶을 확신할 수 없는 유카리에게 전하는 진심, "그렇다면 오늘은 저와 함께 살아요. 당신의 폭탄을 내가 안을 수 있게 해주세요."(p.328)

"누구라도 내일까지 산다는 보장은 없다고. 
누구나 폭탄을 안고 살아간다고. 
하지만 그 폭탄에 겁을 먹으면 아무것도 할 게 없다고. 
그러므로 우리는 오직 하루하루를 필사적으로 사는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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