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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코어 오리지널 인터뷰집
맷 슈레이더 엮음, 백지선 옮김 / 컴인 / 2018년 12월
평점 :
절판
【스코어 : 오리지널 인터뷰집】
멧 슈레이더 엮음 / 백지선 옮김 / 컴인 펴냄
2016년 다큐멘터리 [스코어 : 영화음악의 모든 것]의 오리지널 인터뷰집인 이 책은 맷 슈레이더가 25명의 작곡가와 감독과 영화와 음악 이야기를 인터뷰 형식으로 엮었다. 영화를 구성하는 음악이 각 영화에서는 어떤 매개체로 작용하였는지, 관객들의 마음에 어떻게 녹아들었는지 이들의 이야기가 한가득 펼쳐져 있다.
역대 배우들이 총구를 겨누며 007의 제임스 본드를 연기할 때 흘러나오는 OST는 시리즈는 회를 거듭할수록 제임스 본드의 정체성을 드러낸다. 미션임파서블의 손에 땀을 쥐게 하는 OST가 흘러나오면 미션을 클리어하는 해소감을 안겨준다. 엔니오 모리코네의 <가브리엘의 오보에>가 흘러나오면 영화 미션에서 십자가를 짊어진 채 폭포에서 떨어지는 장면이 떠오를 만큼 음악은 영화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영드 셜록의 작곡가인 데이비드 아널드를 비롯한 23명의 영화음악 작곡가와 제임스 캐머론 등 2명의 감독과 심도 있는 이야기를 나눴다. 찬란하고 암울한 현실을 반영하고, 때론 긴장감에 두근거리며,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미지를 표현하는 등 일상과 액션, 판타지까지 아우르는 음악은 부차원적인 요소를 벗어나 이야기의 전달자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중요한 건 창의적인 생각을 얼마나 잘 선별하고 다듬어 모호한 개념을 구체화하느냐입니다."
(p.27 / 데이비드 아널드)
감독과 작곡가의 영화에 대한 이해와 교감이 어떤 음악을 탄생시키는지 직접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다. 영화와 음악의 상관관계는 단지 협력의 단계를 넘어 온전히 서로를 포용하는 데 있다. 회자되는 <타이타닉>의 OST를 들으며 제임스 캐머런이 작곡가 제임스 호너와 작업한 비화 등을 읽는 것도 꽤나 신선한 경험이다. 고인이 된 제임스 호너의 새로운 음악은 더 이상 들을 수 없겠지만 그가 남긴 멜로디는 영화와 함께 살아 있을 것이다.
영화 산업의 발전은 음악이 새로운 형태로 도약하는데 큰 영향을 끼쳤다. 단순히 장면의 효과를 노리기 보다 음악만으로도 주제를 전달할 수 있는 파급력을 가지게 되었다. 그에 따른 감독과 작곡가의 끊임없는 작품의 해석과 교류가 중요하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이 책은 단지 영화에 쓰인 음악을 알리는 것에 국한되지 않고 영화에서 음악이 지향해야 할 방향과 관객과 호흡하기 위한 과정을 끊임없이 보여준다.
"좋은 영화음악은 들으면 압니다. 듣는 사람의 마음을 녹이죠."
(p.62 / 퀸시 존스)
어느 요소에 어떤 음악이 조화를 이루는가에 대한 논의는 작곡가가 지향하는 음악을 보여준다. 클래식을 기반으로 하는 작곡도 있고, 새로운 소리를 갈망하기도 한다. 영화의 기술 발전과 더불어 영화 음악도 시대를 거듭하며 다양성을 추구한다. 극의 몰입을 높일 수 있는 음악, '좋은 영화를 훌륭한 영화로 만드는 힘'(p.82). 그것이 관객과 호흡하는 음악이라 생각한다. 음악은 무엇인가, 그 본질에 대해 나눈 대화는 음악이 어떤 스토리를 표현하는가에 대한 의미를 깊게 생각해보게 한다.
"작곡가에게 음악은 청각 예술일 뿐 아니라 시각 예술이다."
(p.98 / 하워드 쇼)
등장인물들의 관계를 이해하는데, 이야기를 전달하는데 음악은 사용된다. 관객을 사로잡는 영화를 위한 음악은 단순히 멜로디로 규정하지 않는다. 극의 전환이나 등장의 효과를 위한 소리도 크게 영화 음악의 범주에 들어간다. 감독과 스태프의 소통, 스크린과 관객의 교류가 '감정의 공유'라는 의식의 흐름으로 이어진다. 각 작곡가가 참여한 영화음악의 ost를 찾아 들으며 그들의 인터뷰를 볼 수 있어 흥미롭다.
영화 음악이 영화의 부수적인 요소에서 벗어나 대중에게 각인된 현 모습은 독창성의 저변이다. 지속적인 변화는 가히 반갑다. 실험적인 음악과 더불어 새로움을 향한 열정이 거듭될수록 영화 음악은 빛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