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과 돌의 노래 1 - 엇갈린 사랑
김영미 지음 / 시간여행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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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과 돌의 노래 _1. 엇갈린 사랑] / 김영미 지음 / 시간여행 펴냄



본디 삶은 여러 형태를 지닌다. 삶 속에 품은 뜻과 사랑도 다양한 모습을 지닌다. 서경(지금의 평양) 천도를 둘러싼 고려, 개경파와 서경파의 충돌을 배경으로 네 명의 젊은이들이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징과 돌의 노래]는 작가 미상인 고려 속요 <정석가>의 사랑과 이별을 모티브로 하고 있다. 총 2권으로 제작된 것 같은데 현재 발간된 것은 1권 <엇갈린 사랑>이다.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면서 뒷이야기가 궁금하여 확인했더니 11월 3째 주 이후에 2권이 나올 예정이다. 책을 읽기 시작하면 결말까지 앉은 자리에서 내리 보는데 기다려야 하는 며칠이 참 길게 느껴진다. 


고려 시대 '묘청의 난'을 둘러싼 배경에 흥미가 인다. 역사를 배경으로 한 소설은 대부분 왕과 관련되어 있거나 조선 왕조를 다룬 이야기가 많았다. 그런 와중에 고려의 시대적 배경과 사랑에 관한 소설이어서 관심이 간다.

이자겸의 난 이후 혼란한 국가 정세는 서경으로 천도를 주장한 승려 묘청, 정지상과 개경의 기득권인 김부식을 대립하게 한다. 그들의 아들인 정운, 김돈후와 서경 천도에 힘을 보탠 운곡의 양자인 나란과 사랑의 중심에 서 있는 온요의 이야기다.


'온요'에게 춘정을 품었으나 엇갈린 사랑에 목 말라 하는 '돈후', 아비의 뜻과는 다르게 자신의 길을 가려는 '운', 사랑에 앞서 주변을 지키려는 '나란', '운'에게 마음을 품었으나 자신이 처한 상황으로 다가서기를 주저하는 '온요'의 소중한 인연을 풀어나간다.

얽힌 실타래는 1권에서는 풀리지 않았다. 품은 첫 정만큼이나 괴로운 심정에 흔들리는 돈후는 야심가인 김부식의 장자임에도 출생의 비밀을 품고 있고, 개혁가인 시인 정지상의 아들 운은 온요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양반의 모습을 버리고 다가서지만 신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나란과 온요는 운곡의 은혜로 가족으로 인정받고 산채인 구안정을 지키기에 힘을 다한다.


담담한 문체, 아름다운 우리 말이 잔잔하게 흐른다. 구안정에서 서름한 돈후를 안내한 온요, 온요에게 연심을 고백하며 느껍고 뭉클함을 느낀 운, 옛 우리 말의 아름다움을 다시 느껴본다. [징과 돌의 노래]를 읽으면서 나 또한 마음에 차오르는 느꺼움을 느꼈다. 

온요에게는 사뜻한 산 내음 가득 실은 바람이 풍겨온다. 두 공자가 그 내음에 마음이 흔들리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운명인가. 序 말미에 온요를 가까스로 배에 실어 보내고 자신의 가슴에 칼을 꽂은 돈후의 모습이 아른거린다. 이들의 이야기가 2권에서 어떻게 이어질지 자못 기대가 된다. 
"볕을 쫓던 자들이 모여 저들 스스로 볕이 되었다."(본문 발췌) 가고자 하는 방향은 달랐으나 그들이 꿈꾼 세상은 모든 이들이 온전히 설 수 있는 나라이다. 



슬이 바위에 떨어진들(구스리 바회예 다신)
구슬이 바위에 떨어진들(
구스리 바회예 다신)
끈이야 끊어지겠습니까.(
긴힛 그츠리잇가)
천 년을 외따로이 살아간들(
즈믄 외오곰 녀신)
천 년을 외따로이 살아간들(
즈믄 외오곰 녀신)
믿음이야 끊어지겠습니까.(
신()잇 그츠리잇가)

<정석가> 마지막 구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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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에 마음을 묻다 - 그림책이 건네는 다정한 위로
최혜진 지음 / 북라이프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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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에 마음을 묻다] / 최혜진 지음 / 북라이프 펴냄



누군가 "당신 삶의 구멍은 무엇인가요?"라고 질문한다면(본문 발췌) 나는 뭐라 대답할까. 시원스레 답변하지 못하고 머뭇거리는 것은 구멍이 많기 때문이다. 상처투성인 내 마음을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았다. 나조차도 무엇이 '결여'된 것인지 깊게 생각지 않았으니 망설이는 것은 충분히 이유가 있다며 스스로 변명한다.


외롭고 지친 마음을 그림책으로 위로해주는 [그림책에 마음을 묻다]를 만나보니 동화는 진정 어른을 위한 토닥임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교훈을 주고 세상을 우회적으로 표현하는 것이라 여긴 그림책은 찢긴 마음을 붙여주는 테이프 같다. 생각지도 못한 부분을 어루만지는 그림책의 세상은 구겨지고 흐트러진 마음 한 귀퉁이를 잘 펴준다. 비록 주름은 져 있을지언정 쓰다듬는 손길 한 번에 위로받는다.


세상에 산재한 살아가는 이야기, 고민을 듣고 그 마음을 위로할 그림책을 소개한다. 그림책에 담긴 의미를 생각한다. '그림책 작가 이야기'에 소개된 작가 중 한 명인 독일 작가 볼프 에를부르흐는 <누가 내 머리에 똥 쌌어>의 일러스트로 친숙한 작가이다. 이 책에 소개된 <커다란 물음>에서 죽음을 담담하게 삶의 한 요소로 그려냈다. 죽음, "네가 거기 있는 이유는 삶을 사랑하기 위해서야."(본문 발췌) 


왜곡된 시선으로 바라본 세상에서 '자아'는 쉽게 흔들린다. 자기만의 생각에 발목을 잡혀 걸려 넘어지고 마음을 열어보는 일을 주저한다. 삶을 끌어가기 위해 내비친 감정은 때로 자신을 한없이 나락에 잠기게 한다. 하루가 지나간다. 주어진 하루는 흘러간다. 나의 하루를 지나친다. 그 와중에 무수히 많은 물음을 한다. 자신을 향해, 세상을 향해 끝없이 늘어놓는 의문을 향해 해답을 구한다.


정신없이 살아가다 상처받는 마음을 그림책이 달랜다. 따뜻한 시선과 의미 있는 한 줄에 마음을 물었다. 의미를 깨닫는 순간 비로소 그림책에 내 마음을 묻었다. 여전히 시간은 흐른다. 생각에 지치지 않도록, 안심하고 자신을 바라볼 수 있도록 그림책은 열려 있다. 생각지도 못한 부분을 작은 글귀를 통해 어루만진다.

'아프다' 소리친다. '외롭다' 울부짖고 '그립다' 눈물짓는다. 내면을 쏟아내고 애틋한 마음을 그림책으로 치유받는다. 

'괜찮다' 보듬는다. '잘됐다' 응원하고 '이해해' 미소짓는다. 너와 나의 마음을 어루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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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모를 것이다 - 그토록 보잘것없는 순간들을 사무치게 그리워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정태규 지음, 김덕기 그림 / 마음서재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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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모를 것이다] / 정태규 지음 / 김덕기 그림 / 마음서재 펴냄



'어차피 산다는 것은 불완전함을 사는 것이고 불안을 견디는 일인지도 모른다.'(본문 발췌) 

산다는 것, 그 여정 속의 희로애락을 깊게 생각해보는 요즘이다. 얼마 전 급작스레 손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 두여 달을 병원을 다녔었고 며칠 전 배우 한 명의 생각지도 못한 죽음이 내 나이의 불완전함을 뒤흔들었다. '아직'이라는 유예를 가지고 있던 시간은 어느 순간 급변하여 나에게 들이대기 시작한다. 초연을 가장하고 있지만 실상은 초조함이 가득했다.


그저 걷고 말하고 웃는 것이 그리운 [당신은 모를 것이다]는 교사이자 소설가인 저자가 루게릭병으로 일상의 질서가 무너진 시점부터 하루하루를 안구 마우스를 이용해서 적었다. 한 계절이 지나고 다음 계절을 맞이하며 쉽지 않은 현실을 받아들인다. 오로지 눈에만 담을 수 있는 자신이 틀에서 천천히 존재의 이유를 찾는다. 움직일 수 있는 것은 안구뿐인데 삶이 어찌 평탄할까. 그렇기에 살아있는 심장은 뜨겁다. 하고자 하는, 쓰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 인생이기에 그의 시간은 뜨겁다.


이전과 다른 질서 속에서 살아간다는 것은 속울음을 삼키는 것이다. 곁에서 묵묵히 감내하는 가족이 있기에 생명은 마지막 순간까지 이어진다. 삶을 스스로 책임질 수 없으니 아픔을 핑계로 가족에게 강퍅해지지 않기로 한다. 얼마큼의 마음을 보여야 그 고마움을 이루다 표현할 수 있겠는가. 손과 발이 되어 주고 마음을 어루만지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축복이다. 


젊은 시절, 20대에 장 도미니크 보비의 <잠수복과 나비>를 읽은 적이 있다. 왼쪽 눈꺼풀로 알파벳을 한자 한자 눈으로 깜빡이며 글을 썼다. 당시에 느꼈던 감정과 20년이 흘러 <당신은 모를 것이다>를 읽으면서 새삼 깨닫게 되는 감정은 대동소이하다. 잠수복처럼 옥죄는 육체는 자유롭지 못하나 정신은 나비처럼 자유롭다. 눈으로 전한 이들의 이야기는 한 시절의 눈물겨움이 아니라 인간 본연의 소망이다. 살아 있는 순간의 희망이다.


'그토록 보잘것없는 순간들을 사무치게 그리워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본문 발췌) 우리는 안다. 그 어떤 이름이든 인간은 삶을 향한 의지를 불태운다. 시간의 무게를 가벼이 할 날이 올 때 그토록 간절히 꿈꾼 그리움은 기억될 것이다. 어느 날 죽음을 감사히 받아들일 나이가 되어 웃으며 떠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 힘든 병마와 싸우는 나 자신보다 가족에게 주어질 짐의 무게가 더 크게 느껴진다. 


삶의 가치를 수고스러움에 덧붙여 담담히 받아들이는 계절이 돌고 돌아올 것이다. 고통의 이름으로 닥친 시련을 묵묵히 감내하는 그들이 향한 그리움을 담아본다. 한 움큼 떨어지는 눈물을 내 마음의 간절함에 담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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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 영화를 보는 또 다른 시선 - 영화에 드러난 삶의 속살
윤창욱 지음 / 시그마북스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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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 영화를 보는 또 다른 시선] / 윤창욱 지음 / 시그마북스 펴냄



사십 불혹(四十不惑). 중심을 잡고 흔들리지 않는 나이, 마흔은 자신의 삶에 책임을 져야 하는 나이이다. 인생의 반을 지나온 이때 또 다른 시선으로 바라본 '삶의 형태'는 어떤 모습일까. 쉽사리 어그러지지 않고 고집스레 지켜온 삶의 공간을 다시 바라본다. 


영화에 담긴 각양각색의 인생, 프레임을 통해 타인의 삶을 바라본다. 철저히 관망하는 자세임에도 영화를 보면서 감동을 받고 그 속에서 의미를 찾는 것은 어쩌면 나 자신을 향한 인생의 울부짖음이 흐르기 때문이 아닐까. 사람 사는 모습은 크게 다르지 않다는 통념 속에 시시각각 펼쳐지는 인생을 들여다본다. 타인의 시선으로 영화 속의 나를 발견해 본다.


[마흔, 영화를 보는 또 다른 시선]을 집필하면서 저자는 '정체성'을 향해 손을 내밀었고, 삶의 속살을 들여다봤다. 내면을 부정하지 않으며 외부의 눈길에 얽매이지 않는 자신만의 정체성을 찾았다. 여러 삶에 담긴 애환과 애욕을 시간의 흐름을 통해 끄집어냈다. 삶에 대한 끊임없는 갈증을 영화를 통해 해소하고자 한다. 영화의 갈래를 따지고 영화의 완성도를 논하기 전에 한 '인생'에 대한 고귀함을 생각해본다. 삶의 상처를 치유하는 방법은 각기 다르다. 짙게 깔린 감정을 다스리고 감추어진 진실을 찾는다. 사회의 굴레에 얽매이지 않고 '자아'를 향한 갈망은 인생을 성찰하게 한다.


삶의 위로, 시대의 불화, 치열한 선택, 사회의 억압, 현실의 모습을 통해 속살을 들여다봤다. <밀양>을 시작으로 상처를 보듬고 <자객 섭은낭>을 통해 시대에 덧씌워진 굴레를 벗어던졌으며, <시네마 천국>의 알베르토의 선택에 고민을 했다. <동주>의 서늘한 억압은 사회가 행한 폭력이었으며 <동사서독 리덕스>를 시간의 속성과 더불어 다시 보게 되었다.


언제나 그 자리에 있으나 스치는 자연의 아름다움은 찬찬히 들여다봐야 비로소 눈에 들어오듯 삶의 의미도 올곧게 직시한다. 인생의 본질을 찾는 여정은 반복되는 순간에 덧 그려진다. 삶의 타성을 경계하고 위선으로 점철된 자리에서 벗어나 자신을 대한다. 영화를 통해 그려낸 삶은 여러 인생으로 빛난다. 어그러진 삶의 상처를 보듬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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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세시, 공시생 일기
남세진 지음, 재주 그림 / 애플북스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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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세시, 공시생 일기] / 남세진 지음 / 재주 그림 / 애플북스 펴냄



새벽 세시, 짙은 밤이 지나고 푸르스름한 어둠을 품은 3시의 새벽은 어느 이에겐 온전한 휴식의 시간이고, 어떤 이에겐 하루를 시작하는 때이며, 누군가에겐 무언의 공간이다. 잠들지 못하고 미래를 향해 달리는 누군가에겐 찾아야 할 꿈의 공간이다. 자신의 길을 찾고 꿈을 만나기 위해 사람들은 오늘도 걷는다. 때로는 뛰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10개월 동안 공시생으로 살면서 느낀 바를 일기라는 형식을 빌려 마음을 꾹꾹 눌러 담았다. 불투명한 미래에 위로가 필요하여 자신을 향해 다짐하고 토닥인 글이다. 손에 쥐지 못할까 아쉬워하고 떠나갈까 두려워하면서도 놓지 못한 그 시간은 서툴지만 어설프지 않다. 차곡차곡 쌓인 시간은 '결실'이라는 열매로 맺어진다. 불안한 마음을 충분히 다스리며 스스로의 자존감을 일깨운다. 불투명한 인생을 회피하지 않고 오늘도 무던히 나아간다. 저자의 10개월은 꿈을 찾은 시간이다. 앞을 보며 나간 끝에 '공무원'이란 꿈을 잡았다. 짧은 시간일 수도, 긴 시간일 수도 있는 하루가 모여 원하는 것을 쟁취했다.


인생에 공식은 없다. 삶의 숭고함은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기회이다. 서툰 인생이 시행착오를 겪으며 자리를 찾아가는 것을 응원한다. 쓰라린 시간을 쓰다듬는다. 토닥이며 위로의 말을 전한다. 그 시간에 들인 노력이 언젠가 기회로 다가올 것이라 격려하고 싶다. 어설픈 말 한 마디지만 한순간이라도 마음의 위로를 받기를 바란다. 하루가 지나는 것을 아쉬워하는 이 시대의 청춘에게 지친 발걸음을 쉬어가라 말할 수는 없지만 "힘내"라며 응원을 건네고 싶다. 


오늘도 새벽 세시, 최선의 의미를 되새기며 목표를 향해 눈을 뜬다. 무거운 발걸음을 옮기고 누구보다 앞선 자리에서 강사의 말을 경청하고 펜을 잡은 손을 쉬지 않는다. 맞잡은 두 손에 담은 소망만큼 쌓인 날을 다짐한다. '할 수 있다'라는 마음을 굳건히 세운다. 하루의 의미를 새기며 고독의 시간을 지나 자신을 향해 미소 지을 그들을 응원한다. 기쁨의 환호를 노래할 날이 곧 다가올 것이라 함께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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