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모를 것이다 - 그토록 보잘것없는 순간들을 사무치게 그리워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정태규 지음, 김덕기 그림 / 마음서재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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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모를 것이다] / 정태규 지음 / 김덕기 그림 / 마음서재 펴냄



'어차피 산다는 것은 불완전함을 사는 것이고 불안을 견디는 일인지도 모른다.'(본문 발췌) 

산다는 것, 그 여정 속의 희로애락을 깊게 생각해보는 요즘이다. 얼마 전 급작스레 손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 두여 달을 병원을 다녔었고 며칠 전 배우 한 명의 생각지도 못한 죽음이 내 나이의 불완전함을 뒤흔들었다. '아직'이라는 유예를 가지고 있던 시간은 어느 순간 급변하여 나에게 들이대기 시작한다. 초연을 가장하고 있지만 실상은 초조함이 가득했다.


그저 걷고 말하고 웃는 것이 그리운 [당신은 모를 것이다]는 교사이자 소설가인 저자가 루게릭병으로 일상의 질서가 무너진 시점부터 하루하루를 안구 마우스를 이용해서 적었다. 한 계절이 지나고 다음 계절을 맞이하며 쉽지 않은 현실을 받아들인다. 오로지 눈에만 담을 수 있는 자신이 틀에서 천천히 존재의 이유를 찾는다. 움직일 수 있는 것은 안구뿐인데 삶이 어찌 평탄할까. 그렇기에 살아있는 심장은 뜨겁다. 하고자 하는, 쓰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 인생이기에 그의 시간은 뜨겁다.


이전과 다른 질서 속에서 살아간다는 것은 속울음을 삼키는 것이다. 곁에서 묵묵히 감내하는 가족이 있기에 생명은 마지막 순간까지 이어진다. 삶을 스스로 책임질 수 없으니 아픔을 핑계로 가족에게 강퍅해지지 않기로 한다. 얼마큼의 마음을 보여야 그 고마움을 이루다 표현할 수 있겠는가. 손과 발이 되어 주고 마음을 어루만지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축복이다. 


젊은 시절, 20대에 장 도미니크 보비의 <잠수복과 나비>를 읽은 적이 있다. 왼쪽 눈꺼풀로 알파벳을 한자 한자 눈으로 깜빡이며 글을 썼다. 당시에 느꼈던 감정과 20년이 흘러 <당신은 모를 것이다>를 읽으면서 새삼 깨닫게 되는 감정은 대동소이하다. 잠수복처럼 옥죄는 육체는 자유롭지 못하나 정신은 나비처럼 자유롭다. 눈으로 전한 이들의 이야기는 한 시절의 눈물겨움이 아니라 인간 본연의 소망이다. 살아 있는 순간의 희망이다.


'그토록 보잘것없는 순간들을 사무치게 그리워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본문 발췌) 우리는 안다. 그 어떤 이름이든 인간은 삶을 향한 의지를 불태운다. 시간의 무게를 가벼이 할 날이 올 때 그토록 간절히 꿈꾼 그리움은 기억될 것이다. 어느 날 죽음을 감사히 받아들일 나이가 되어 웃으며 떠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 힘든 병마와 싸우는 나 자신보다 가족에게 주어질 짐의 무게가 더 크게 느껴진다. 


삶의 가치를 수고스러움에 덧붙여 담담히 받아들이는 계절이 돌고 돌아올 것이다. 고통의 이름으로 닥친 시련을 묵묵히 감내하는 그들이 향한 그리움을 담아본다. 한 움큼 떨어지는 눈물을 내 마음의 간절함에 담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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