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끝에서 나눈 대화 - 귄터 그라스, 파트릭 모디아노, 임레 케르테스… 인생에 대한 거장들의 대답
이리스 라디쉬 지음, 염정용 옮김 / 에스 / 2018년 1월
평점 :
절판


 

저자 이리스 라디쉬는 인간의 마지막 또는 가까운 일들에 관해 종교적 혹은 철학적으로 확정된 입장을 가지지 않은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는 것을 좋아했다. 작가들은 특히 많은 경험을 하고 여러 가지 환상이 무너진 고령의 작가들이 보통은 안타까울 정도록 꽉 막히지 않는 그런 대화 상대였다고 저자는 고백하고 있다. 그녀는 인터뷰를 통해 죽음이 임박하면 세상을 보는 시선이 어떻게 바뀌는가. 하는 문제에 관심이 끌렸다고 말했다.


1990년부터 2015년에 이르는 긴 기간 동안 한 시대의 문학사에 깊은 족적을 남긴 작가들을 만나 인터뷰를 했다. 대부분 70~80대에 이른 작가들이었다. 나는 나도 모르게 한숨을 쉬었다. 책 내용과 별개로 책 속에 등장하는 19인에 대해 들어보거나 눈으로 그들의 작품을 읽은 적이 없다는 사실에 나에게 큰 좌절감과 수치심을 느꼈다. 보다 넓은 독서를 하고 싶어 하지만 나의 독서는 늘 좁은 공간에 갇혀 있는 듯하다. 개인적으로는 안드레이 비토르의 <푸시킨의 집>을 도전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터뷰 내용은 죽음과 삶과 관련된 질문을 이외에 폭넓은 질문을 한다. "당신을 신앙인으로 만들어준 어떤 특정한 체험이 있었나요?" 이와 같이 종교적인 질문들도 등장하며, "내면의 나이는 어떻게 되나요?" 와 같은 작가가 지니고 있는 스스로의 철학 세계관에 대해서도 질문을 던진다. 라디쉬는 아픈 가족사 이야기를 비롯하여 뼈아픈 부분까지 깊숙하게 들어가 치밀하게 조목조목 질문을 던진다. "나" 스스로에게 조금 아쉬운 부분이라면  제2차 세계대전 혹은 독일 문화 혁명 68운동 이라던지 유럽에 관한 역사와유럽의 시대적 배경들과 관련해 기초지식을 지니고 있었다면 시대적 배경사상과 그 시대를 살았던 작가들의 인터뷰를 좀 더 내밀하게 읽어나갈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했다.

 

 

오스트리아 출신의 독문학자 이자 작가인 <루트 클뤼거>는 "우리는 삶을 다시 무를 수는 없습니다. 오직 계속 살아갈 수 만 있고, 그러다가 혹시 또 잘못 판단할 수 있겠지요 " 그리고 삶의 참뜻은 "그냥 살아가는 것"이라고 말한다. "삶의 무를 수 없다는 말 " 우리가 삶을 무를 수 있었다면 인간은 고통이 찾아온 순간마다 삶을 무를 것이며 고통을 대면하지 않을 것 같다. 그럼 인간은 과연 행복했을까? 삶의 참 뜻은 그냥 살아가는 것이라는 짧고 명료한 대답 속에는 얼마나 깊은 뜻이 내재되어 있는지를 알만한 나이가 되어버렸다.  

 

 

러시아 소설가의 <안드레이 비토프>편을 깊숙하게 읽어 내려갔다. 다른 사람 작가의 인터뷰에 비해 분량이 적어 속상하기도 했다.

인간들은 자신이 살아가는 곳이면

참호든 감옥이든 할 것 없이

어디에나 혼을 불어넣습니다.

혼을 불어넣는다는 말에 매료되어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무슨 의미일까? 사람들은 자신이 살아있다는 것과 자신의 존재를 자신의 흔적을 스스로 알리고 싶어하는 혹은 과시하고 심리가 내재되어 있는 것과 비슷한 맥락일까? "살아가는 것을 기뻐하고, 용기의 부족이 가장 큰 죄악중 하나"라고 말하며 "두려움이 가장 나쁜 것"이라고 말한다. "우리는 모든 것을 자기 자신과 관련지어서는 안 된다."의 그의 원칙에서 내가 고쳐야 할 부분을 발견했다.  

 

 

<클로드 시몽>스스로 나의 내면에는 괴물이 들어 있다고 인정하는 것

<륌코르프> 해마다 사정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아야 한다는 말

<마이뢰커>삶의 시기들을 알아내려면 힘들게 노력을 기울려야 한다.

 

주옥같은 문장들이 많이 등장한다. 삶의 끝에서 전하는 전하는 가장 감동적인 고별사를 담고 있는 이 책은 모든 연령대가 한 번쯤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아직 나의 나이가 죽음을 생각하는 시기이기보다는 미래를 설계하는 시기에 더 근접하지만 많은 것들을 다시 한 번 생각을 하게 만드는 책이었다. 특히 죽음을 앞둔 사람들이 말하는 살아가는 것에 대한 삶의 본질에 대해서 말이다. 부록에는 작가들의 정보가 실려있어서 책을 읽는데 도움을 주었다. 문득 나의 삶의 끝에서 나는 어떤 말을 살아있는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을까? 또 어떤 생각을 하게 될 지 궁금해지는 동시에 삶에 대한 정의를 명료하게 내릴 수 있는 사람이 되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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