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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세 시의 사람
최옥정 지음, 최영진 사진 / 삼인행 / 2017년 12월
평점 :
절판

삼인행에서 새로운 책을 출간하면서 서평단 모집을 했다. 책을 소개하면서 "인생을 돌아볼 나이에 다다른 사람이 읽기 좋은 포토에세이 책"이라고 시작하는 철학적 문구가 내 마음으로 들어왔다. 오후 세 시의 사람 책 표지에는 중년의 천사가 고개를 묵묵하게 숙인 그림이 그려져 있다. 오후 세시와 비슷한 나이 때의 40~50대의 사람들에게는 무엇을 생각하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함께 생각해보는 시간을 만들어주고, 그보다 좀 더 젊은 층 독자들에게는 "지금 여기" 삶을 문득 돌아보게 만드는 에세이 책이 되어준다. 나는 사람들마다 인생을 돌아볼 나이라는 것은 상대적인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 책은 나이에 구애받지 않고 독자들이 읽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같은 책을 독서를 하여도 현재 내가 처한 상황과 현실, 경험, 그리고 나이와 맞물려서 책으로 인해 받아들여지는 것들은 달라지는 경향이 있다.
가끔 나는 이런 생각을 했다. " 나의 세계가 어떻게 운영이 되고 있기에 내 삶은 왜 늘 이모양인가?" 스스로 자책하는 날 들이 잦아졌다. 그런 내 마음을 꿰뚫어 본 듯 이 책은 지금 당장 앞으로 앞으로 직진하는 것을 멈추고 , 발밑에 있는 것을 보라고 말하고 있는 동시에 치유와 성찰 여윤이 있는 독서를 강조한다. 사진 한 장에 글이 한 편씩 붙어있다. 책장을 넘기면 넘길수록 좌절하고 인생의 쓴 맛을 본 사람들이 등장하면서 그들의 내면 풍경을 따라 일상을 내밀하게 그려나가고 있다.
"겨울에는 쉽니다.
식물들은 겨울 앞에서 죽은 척한다. 겨울은 씨앗처럼 차갑지만 생명은 얼음 덮인 땅속에서 긴 잠을 잔다. 봄이 깨울때 까지 새 태양이 떠오를 때까지"
힘든 순간 어두운 그림자가 인생에 들어오면 우리는 종종 혼란한 시기를 맞이하게 된다. 하지만 그 시절들을 견디고 견디다 보면 자연스럽게 시간이 지나고 보면 삶에 다른 목표가 샘솟을 것이다.라고 해석하고 싶어 졌다.
"변수 (變數) 없는 인생
너도 한 십 년 전철로 통근하더니 어느 순간 그런 인간이 되었구나. 변수를 참을 수 없어하는 불가항력의 상황이 싫은 모범 답안의 얼굴 전철 시간표 같은 인생을 짜 놓았구나
이 문장의 짧은 글 앞에서 나는 잠시 멈추었다. 나 역시도 각 나이 때에 의식을 포함하여 절차를 행해야 하는 그런 삶을 위해 열심히 살았다. 규제로 정해놓은 것도 아닌데 그렇게 나는 생의 남들과 똑같은 모범 플랜을 들고 앞으로 향해 뛰었다. 20대를 지나고 나서야 생의 모범 플랜이 나를 행복하게 만들 수 없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나의 무게에 덜컥 겁이 나기 시작했다.



옛사람들은 달을 보며 날짜를 헤아렸다.
달은 제 몸을 부풀었다. 줄였다 하며 시간을 가르쳐 주었다.
하늘에 달이 있다면
땅에는 나무가 있다.
나무도 달로 채울 때와 비울 때를 잊는 법이 없다.
달은 몸을 부풀리며 자랑하던 관능을 버릴 줄 안다.
나무는 한 계절의 영화를 다음 계절로 끌고 오지 않는다.
달은 어제의 나를 튼튼한 가슴으로 끌어안으라고 말한다.
나무는 내일의 나를 두 손으로 맞잡으라고 한다.
날마다 새로운 내가 나를 기다리고 있으니


그 옛날 길이 하나 있었다.
한 사람이 길 위를 걸어간다.
자신에게 고통과 슬픔만 주는 사람들을 피해 먼 길을 떠나는 중이다.
그는 배가 몹시 고팠다.
목도 말랐다.
걸음을 멈추고 나무 그늘에 잠시 앉았다.
나뭇잎을 몇 장 따서 씹으며 하늘을 보았다.
"비라도 왔으면..."
그는 나무에 기댄 채 깜박 잠이 들었다.
얼마 후 눈을 떴을 때 옆에서 누군가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 사람은 무뚝뚝한 얼굴로 물병을 내밀었다.
오래 길을 걸어온 사람의 동병상련이었다.

꽃의 말
눈물을 훔치러 꽃밭에 간 사람
꽃에게서 웃는 법을 배운다.
어떤 사람은 꽃의 목을 꺾지만
꽃은 웃음을 거두지 않는다.


몇 번이나 당신에게 긴 편지를 쓰다가 완성 하지 못하고 잠이 듭니다.
당신의 안부를 묻고 싶은데 할 말이 다 사라져 버렸어요
밥 잘 먹으면 다 괜찮아질 거라는 말을 꿈결에 듣습니다.
나의 두려움을 알아보는 당신
꿈속의 당신은 어머니 얼굴을 하고 있습니다.
당신은 호박잎에 싼 밥을 내 입에 넣어 줍니다.
나의 상처를 어루만지는 꿈 덕분에 나는 불행하지 않습니다.

짧은 호흡으로 읽을 수 있는 문장들이었다. 최영진 사진작가는 한 장의 사진을 찍기 위해 피사체를 오래도록 쳐다보았다고 말한다. 한 장의 사진을 촬영하기 위해 이렇게도 공을 드리는데 과연 한 사람의 삶을 돌아보기 위해서는 얼마나 자세히 들여다보아야 할까? 사유의 확장을 넓힐 수 있는 내용들이 가득한 책이다. 아름다운 삶을 도모하기 위해 우리는 가끔 멈추어 자신의 삶의 거리를 두고 바라보아야 한다. 늦은 오후 커피 한 잔과 책을 정독할 수 있어 좋았다.
★ 해당 도서는 출판사로 부터 책을 무료로 제공받고 작성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