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우개 같은 사람들이 나를 지우려 할 때 - 희미해진 내 자신을 선명하게 덧칠할 시간
황지현 지음, 샴마 그림 / 레터프레스(letter-press) / 2017년 9월
평점 :
절판


 

세상 속에 들어갔다가 나오면 내가 흐릿해져 나조차도 내가 잘 보이지 않았다. 그래도 다음날이면 어김없이 세상으로 들어가야 했다. 자칫하면 내가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더 늦기 전에 나를 그리기로 했다. 흐릿해진 내 윤곽을 덧 그리고, 바래 버린 나의 개성과 취향을 혼자 있는 동안 쉬지 않고 덕칠 했다. 그럴때 만큼 편하고 위안이 되는 시간이 없었다. 그게 바로 온전한 나를 만들어가는 순간들이었다. 이것이 비단 나 혼자만의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세상은 줏대 있고 자존감이 높은 사람도 어느 순간 휘청거리게 만드니까. 지금 이 순간에도 자신을 당당하게 내세우지 못하고 흐릿해져 가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어쩌면 이 글을 읽고 있는 그대도 그럴지 모른다. 동병상련의 마음으로 나는 그대가 부다 자신을 선명하게 지키기를 원한다. 그래서 용기를 냈다. 내가 하얀 천장을 바라보며 나를 그렸던 날들. 아무도 모르는 나 혼자만의 고군분투의 흔적들이 그대에게 작은 위로가 격려가 되기를 소망하므로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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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간 떄로는 친구처럼 언니처럼 동생처럼

저자 황지헌과 독자들과 나눈 이야기를 담은 진솔한 공감의 기록

아무도 모르는 " 나" 혼자만의 고군분투의 흔적들이

"그대"에게 작은 위로와 격려가 되기를 소망하며 적어 보낸 선물 같은 글을 이제는 책으로 만나보자.


저자 황지현

아버지와 대화하는 것을 삶이라고 느끼던 소녀는 어느덧 자라 아버지의 사람이 아닌 소녀의 삶을 이야기하게 되었다. 대화할 상대를 찾는 게 쉬운 일이 아니라고 느끼자 혼자 생각하고 스스로에게 이야기하곤 했다. 그렇게 혼자 대화를 나누던 소녀는 글을 쓰게 되었고, 지금은 글쓰기를 하나의 삶으로 살아가고 있다. 삶은 하나가 아닌 여럿이 될 수 있음을 그리고 그 여러 삶을 모두 온전히 나의 것으로 만들 수 있음을 믿는다.


그림 샴마

일상 속에서 기억에 남기고 싶은 순간들을 그린다.

 

PART 1 생각해 줘요.

PART 2 지켜봐 줘요.
PART 3 약속해 줘요.

 

나에게 그 사람이 소중하다면 그 사람에게도 내가 소중했으면 했다. 그렇지 않으면 마음이 계속 불편했다. 바라지 않고 시작했던 관계가 어느새 서로 똑같이 주고받길 바라고, 때로는 상대에게 그보다 더 바라고 있었다. 나는 분명하게 말할 수 있다. 아직은 더 사랑받고 싶다고 사랑을 주는 것보다 사랑받을 때가 나는 훨씬 행복하다고 그래서 더 사랑하는 건지도 모른다. 내가 사랑을 많이 주면 상대방도 알지 않을까 싶어서 자기를 사랑해주는 사람을 싫어할 사람은 세상에 없으니까. 그렇게 종종 나는 사랑을 받도 싶어 더욱 사랑을 한다.

사랑을 받도 싶어 더욱 사랑한다는 구절이 마음을 저릿하게 만든다. 나에게도 그런 경험들이 존재하였기에 그런데 가끔은 내가 사랑을 많이 주면 줄수록 나를 더 낮춰보는 사람들도 간혹 존재했다. 사랑받고 싶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으랴. 사랑받아야 사는 사람들도 존재한다. 

 

 

상처는 남이 줄 수도 있지만 내 자신이 줄 수도 있다. 남들만 나를 힘들고 괴롭게 하는 게 아니라 내가 내 자신을 아프게 하고 괴롭힐 수 있다. 남이 힘들게 할 때는 그냥 상처를 그 사람 탓으로 돌리면 된다. 그 사람을 미워하거나 실컷 욕이라도 할 수 있다. 그런데 내가 나를 힘들게 할 때는 누구 탓을 해야 할지 알 수가 없어진다. 나에게 그만하라고 고함을 지를 수도 없다. 나를 미워하고 내 탓으로 다 돌려고 결국 그 마음을 감당하고 견뎌야 하는 것은 또다시 나였다. 아픔을 누군가의 책임으로 떠나갈 수 없는 건 생각보다 고통스러웠다. 내가 만든 상처 내가 내 속에서 긁어 댄 생체기는 결국 나 혼자만 아는 처음부터 끝까지 내 스스로 감당해야 하는 내 몫이었다.

 

우리는 항상 좋은 말만 들으며 살 수는 없다. 그렇게 안 좋은 말을 들을때 마다 마음에 새길 필요가 없다는 말이다. 분명 "무시한다"는 것은 말처럼 쉽지도 않고 마음대로 되는 것도 아니다. 분명 "무시한다'는 것은 말처럼 쉽지도 않고 마음대로 되는 것도 아니다. 분명히 사실이 아닌 것을 꼭 밝힐 필요가 있다면 그것은 다 모인 자리에서 한 번 정도면 충분하다. 내가 여지를 준 부분이 있다면 한 번이면 족하다. 하지만 무시할 필요가 있는 것들은 과감히 무시하자. 그리고 내 일상의 일들을 변함없이 성실하게 해 나가자. 쓸모없는 비난이 내 삶에 큰 영향을 끼치게 허락하지 않는 것. 이 '무시'의 훈련이 잘 된 사람은 자연스럽게 감정을 낭비할 시간도 줄어들 것이다. 결국 마음도 훈현이다. 우리가 좀 더 단단하게 성장하는 방법이다.

싫은 소리를 들을 때마다 나는 마음에 크게 새겨두는 편이다. 일종에 새가슴이기에  작은 말에도 큰 상처를 받는 나를 위해 지금 이 타이밍이 마음 훈련하기 참 좋은 적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말을 아끼느라 내 속에서 나오지 못한 말들은 여전히 쌓여 나를 답답하게 만들었다. 남들이 나를 짓누르는 것보다 내가 나를 짓누르는 게 더 힘들었다. 분명 양쪽에서 자기 생각을 가진 두 사람이 앉아 있는데 그 시소가 한쪽으로 기운 채 멈춰 있다면 얼마나 부자연스럽고 불편한 모습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대화는 서로 동등한 선에 서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다. 상대방의 말을 충분히 듣고, 내 말을 신중히 건네는 것. 서로의 의견이 섞이고 그 과정에서 이해가 일어나며 좋은 결론으로 이어지는 것 균형 있는 시소처럼

 

어쩌면 그들은 스스로 상처를 덜 받는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 아닐까 싶다. 처음에는 그냥 맨몸으로 상처를 입었다면 한 해 한 해 지나갈수록 옷을 두껍게 껴입고, 한 발은 방어적으로 뒤로 뺀 채 다가올 아픔에 맞서는 것. 어차피 피할 수 없는 아픔임을 알고, 결국엔 다 지나가더라도 믿음으로, 자신보다 더 강한 것을 붙든채 굳게 서서 견디다는 것 아픔도 슬픔도 행복도 영원하지 않다. 그래서 매 순간을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중요한 것 같다. 극복해 낸 후 단단해진 내 마음을 기특해하며 자축하는 것도 우리가 누릴 일상의 작은 승리이다. 그러니 앞으로는 상처를 상처라고 생각하지 않는 방법을 아픔을 아픔으로만 느끼지 않는 방법을 찾아봐야겠다.  

잔잔한 듯 담담하게 한 글자 한 글자 꾹꾹 눌러 담은 그녀의 글을 천천히 읽고 또 읽어내려 보았다. 어떤 사건을 직면했을 떄 감정을 느끼며 움츠려있는 것보다 스스로 힘을 기르고 단련함으로써 더욱더 "당당해지는 나" , "온전한 나"를 만들어 가는 도피법에 대해서 그녀는 설명하고 있었다. 또한 매 순간 나와 함께 붙어있으며 나를 가장 잘 이해하면서 사랑해 주고 누구보다도 내편이 되어야 할 존재는 바로 자신임을 일깨워주었다. 서정적인 감정의 글들과 함께 어우러지는 책 속 그림들은 더욱더 이 책을 부드러움을 더 해주는 요소가 된다. 개인적인 경험으로 통해 느낀 것들을 길지 않은 글로 풀어내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고민하는 이유는 제각각이지만 공유되는 점이 없지 않다. 마음을 추스리고 싶은 날 " 지우개 같은 사람들이 나는 지우려 할 때" 책과 함께라면 좋을 것 같다. 나에게 선물 같은 글들이었다.  

★ 리뷰어스클럽 소개로 해당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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