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야, 배낭 단디 메라
키만소리 지음 / 첫눈 / 2017년 10월
평점 :
절판


 

좌충우돌 모녀의 동남아 여행기 "엄마야, 배낭 단비 메라 " 쉰 넘은 엄마외 딸의 배낭여행에 같이 동행하면서 생기는 에피소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여행의 시작부터 수난의 연속이다. 여행을 통해 두 모녀의 사이는 깊이는 어떻게 달라졌을까? 사실 나는 엄마가 일찍 돌아가셔서 아마도 엄마랑 배낭여행을 하는 건 이번 생에는 불가능하다. 어렸을 때부터 내가 가장 부러워하던 사람들은 엄마를 가진 친구들이었다. 문득 스치듯 지나가던 말로 아는 오빠가 "너는 엄마가 있었으면 잘해겠지" 라고 말해 주었지만 그건 잘 모르겠다. 비록 엄마와 함께 여행을 갈 수는 없지만 대리만족을 하기 위해 나는 서평단에 참여하게 되었다.

 

저자 : 키만소리

프리랜서 피처 데디터 니콘코리아, 엘르엣진 기업은행 등 다수 매체의 기획기사를 담당했고 대학문화 매거진 씽긋에서 2년 가까이 칼럼을 연재했다. 카카오 브런치에 "엄마야 마음 단디 먹고 배낭 메라"라는 제목으로 여행 웹툰 에세이를 연재해 브런치 북 프로젝트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코믹하면서도 재미있는 그녀의 그림은 에세이와 만나 색다른 즐거움을 선사한다. 엄마와 둘이 한 달 동안 배낭여행을 다녀왔다. 지금은 남편과 함께 세계일주 중이다.

 

엄마는 (내가 좋아하는 거면) 상관없이

어디든 (내가 좋아하는 곳이면) 좋아.

엄마는 (내가 좋아하는 거라면) 다 괜찮아.

 

처음부터 엄마의 말엔 내가 담겨 있었다. 평생을 엄마 그늘 아래 살면서 엄마는 내가 제일 잘 안다고 자부했지만 엄마에 대해서 모르는 것이 참 많았다. 여행이 끝날쯤엔 엄마에게 더 다가섰을까. 이 여행이 왠지 우리 관계를 변하게 해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말로만 듣던 게스트 하우스와 실제로 본 게스트 하우스는 엄마가 생각하기에 많아 달랐을 테다. 숙소에서 잡일을 도맡던 어린 청소부를 불러 간식을 나눠 먹는 광경을 본 외국인이 엄마에게 성큼 다가와 "헤이, 내 방에 수건 좀 갖다 줄래?" 종업원으로 오해를 하기도 하고 엄마의 신고식은 화려했다.

 

" 엄마 인생에 이런 일이 생기는구나 고마워 딸"

"자식 키우는 일이 엄마 행복이 전부가 아니었겠지. 엄마도 하고 싶은 일을 하면 행복해하는 평범한 사람인 걸 새삼 느꼈다. 엄마로 사느라 외면했던 꿈들이 얼마나 많았을까."

 

우리 시대의 엄마의 모습은 자식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삶의 모습을 그려내고 있다. 자신이 아니라. 자신의 분신 같은 존재를 바라보며 세상을 살아간다. 모성애라는 것은 얼마나 대단한 위력을 지녔을까

"우리 엄마 보고 싶다."

" 너무 예쁘다. 우리 엄마도 이런 광경 한 번쯤은 보고 가셔야 했는데, 엄마는 못난 딸이라 이런 데 한 번도 못 모시고 왔어. 좁고 불편한 집이어도 모셔왔어야 해. 고생 안 시켜드리고 싶은 욕심에 조금만 기다리라고 했던 게 후회돼. 그게 살면서 제일 후회돼..

 

엄마도 누군가의 분신이자. 누군가의 딸이다. 엄마도 엄마가 보고 싶을 때가 있다. 나도 우리 엄마 보고 싶다. 

 

여행이 길어질수록 서로에게 각자 말 못 할 스트레스가 쌓여갔다. 나는 나대로 여행에 적극적이지 못한 엄마가 답답했고, 엄마는 엄마대로 천천히 가주지 못한 딸이 서운했다. 다툼이 잦아졌고 내 이해심은 바닥을 드러냈다. 그러던 어느 날 결국 크게 싸웠다.

아무리 가까운 사이라고 하여도 모든 관계는 계속 곁에 붙어 있으면 항상 사단이 난다. 가끔은 부모와의 자식 간에도 거리가 필요하다.

 

엄마와의 관계도 그랬다. 다른 모녀들은 범접할 수 없을 만큼 특별하고 돈독해지리라는 생각은 나의 오만이었다. 예전과 크게 달라진 건 없었다. 여행의 마지막 밤까지 고민을 안고 끙끙 앓는 나에게 엄마가 물었다.

"딸 왜 그래?"

"엄마, 내 인생이 변하기는 할까?"


눈빛만 보아도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무슨 고민이 있는지 캐취 하며 나를 바라봐주는 것이 엄마의 직감이다. 숨긴다고 해서 절대로 숨겨지지 않는다. 나도 여행가서 엄마랑 저렇게 오붓한 대화를 나누면 얼마나 좋았을까?    

 

엄마와 딸이 애틋하게 사랑을 표현하는 대목은 없지만 서로 아끼는 마음이 독자들에게 고스란히 잘 전해진다. 진한 감동과 여운이 남는 모녀의 이야기다. 여행을 통해 처음 엄마에게서 보게 된 50대의 여인의 모습을 보면서 딸은 많은 걸 느꼈을 테다. 약간의 코믹함이 더해져 몰입도에 가속도가 더해진다. 엄마는 여행을 통해 자식한테 해주고 싶은 이야기를 자신만의 언어로 딸에게 충고해주는 모습은 머리에 많이 남았다. 읽고 나서 나는 잠시 엄마 생각을 했다. 엄마는 위암으로 돌아가셨다. 내가 열 살 되던 무렵에 엄마는 열 살짜리 딸의 손을 붙잡고 세가지 약속을 지켜달라고 말했다. 동생하고 싸우지 말고 교회 잘 다니고 공부 잘하라고  나에게 남기는 마지막 메세지였지만 난 보란 듯이 하나도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어느 날 밤 엄마는 자신의 죽음을 미리 예견했는지 모르겠지만 암 선고도 받기 전에 나를 무릎에 눕혀놓고 말했다. 사람은 누구나 죽는 것이 당연하다고 그러니깐 마음을 너무 아프게 해서는 안된다고 나에게 말했다. 나는 아직도 엄마의 품이 몹시 그리운 아이다. 나도 엄마랑 이런 여행을 다녀왔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이 드는 저녁이다.

 

★해당리뷰는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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