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구 농원 술래잡기 ㅣ 은행나무 시리즈 N° 25
정기현 지음 / 은행나무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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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음사 유튜브를 자주 보며 출연진 중 정기현 편집자를 가장 좋아한다. 「살구 농원 술래잡기」가 출간되었다는 소식을 들은 후 설레는 마음을 부여잡고 책을 읽어나갔다. 불필요한 묘사가 없고 진부하게 지면을 채우지 않아서 가독성 정말 좋다. 뻔한 공산품 같은 소설이 아니다. 소설의 결말이 조금 기이한데 저자가 정기현이니까 이해되는 부분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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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 줄거리를 요약하자면 문종일 세무사무소에서 일하고 있는 직원 기정은 미용실에서 만난 선열의 집에 초대받는다. 선열은 향주에 살고 있었는데 선열은 기정을 볼 때마다 두둑한 봉투를 건넸다. 기정은 그 돈을 장롱 안에 되는대로 처박아둔다. 문종일은 선열에게 신문을 매일 스크랩하는 일을 시켰고, 향주에 살구나무 80여 그루를 도난당한 기사를 문종일에게 보여준다. 기정과 선열 문종일은 나무를 도둑맞은 박정김 과수원에 방문하게 되고, 박정김은 이들에게 접합 나무에 맺은 과일을 조각내어 건넨다. 선열은 20년 만에 나타난 아들을 피해 기정네 집에서 신세를 지게 되고, 기정은 박정김 집에 찾아가 원재료와 비법을 알게 되며 초접합 나무들을 만들어낸다. 기정은 초접합 나무를 더 아름답고 웅장한 모양으로 완성하기 위한 노력에만 골몰되어 있다. 향주는 또 한 번 대규모 나무 도난이 발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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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구 농원 술래잡기」는 사라진 살구나무를 추적하는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막대한 부를 지닌 선열의 이야기에 이어 접합 과일을 재배하는 과수원 주인 박정김 이야기로 이어진다. 아무 대가 없이 돈을 건네주는 선열에 대한 기정의 태도가 바뀌는 것을 보며 유대관계는 자본의 논리에 의해 변화될 수밖에 없음을 암시한다. 타인과의 친해지기 위해 우리는 비밀을 공유하게 되는데, 박정김과 기정이 서로 비밀을 공유하는 순간 비밀에도 어떻게 꺼내놓느냐에 따라 비밀의 힘이 달라지는 광경을 목격할 수 있었다. 선열. 문종일. 기정 세 사람 모두 가발이 필요하다는 설정도 재미있지만 맛탕, 홍삼고, 만두 등 중간중간 식(食)이 등장하며 입맛을 돋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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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자는 말한다. 다시 다른 일들이 벌어지도록 애써야 한다고. 도덕적인 일과 욕구 앞에서 화자는 어떤 선택을 하게 될지 기대하며, 익어가는 가을밤에 「살구 농원 술래잡기」를 추천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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