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다정한 날들이 단단한 인생을 만들지
임희재 지음 / 달 / 2025년 8월
평점 :

누구에게나 젊은 청춘의 시절이 있었다. 젊은 청춘의 시절을 보내는 방법은 제각각이겠지만 나의 젊은 청춘의 시절은 한 마리의 일벌레 같았다. 무료한 삶 속에서 종종 한국을 떠나 유학 생활을 하는 이들을 부러워했다. 나는 낯가리고, 내성적인 성향이 강하고, 겁이 많은 사람이라서 서식지를 떠난다는 건 목숨과 맞바꿀만한 용기가 필요했다.
임희재 저자의 <다정한 날들이 단단한 인생을 만들지> 작품은 나와 비슷한 기질을 가진 저자가 스물두 살 파리로 유학을 떠나 14년의 유학 생활을 통해 '지금의 나'를 만든 일화들이 실려있다. 한국 사회의 유교적 사고방식이 세뇌되어 있던 저자에게 유럽의 문화는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고, 그들의 문화를 자연스레 받아들임으로써 남들의 시선으로부터 점점 자유로워진다. 나라마다 형성된 사회 문화가 그곳에서 살고 있는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은 상당히 크다. 나 역시도 유교적 사회에서 형성된 예(禮)와 인(仁)을 중시하는 기질을 가지고 있다.
저자에게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새로운 언어를 배우는 일은 즐겁고, 그녀의 남자친구도 그녀를 웃게 하지만 긴 유학 생활로 인해 채워지지 않는 공허함에
힘들어하는 시기를 보내게 된다. 그러나 어려움에 처해 있을 때마다 많은 이웃, 이민자들이 자기 일처럼 도와주는 모습들을 보면서 인생을 살아가는 데 있어 필요한 건 '다정함'이라는 것을 배우고, 사소한 말이 온기와 행복을 전한다고 믿게 된다. 유학에서 만난 다정한 이웃의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어느새 어딘가로 떠날 용기가 생겨 난다.
그녀에게 파리와 쾰른에서 겪은 경험은 단단한 인생을 만드는 밑거름이 된다. 나는 오랜만에 인류애를 마음껏 느낄 수 있는 작품을 만났으며 나의 언어에는 온기가 얼마큼 묻어 있는지 돌아보게 되는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