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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이 알고 보니 내 인생이 아님 ㅣ 바통 7
이종산 외 지음 / 은행나무 / 2025년 5월
평점 :

은행나무 테마 시리즈 바통의 일곱 번째는 빙의물 테마소설집 <내 인생이 알고 보니 내 인생이 아님>작품이다. 내 인생이 알고 보니 내 인생이 아니라니 제목부터 심상치 않다. 7명의 작가가 빙의물을 각자의 방식으로 재해석한다. 빙의라는 주제로 인해 개인적으로 생각했던 방향, 에피소드와의 조우를 꿈꾸었지만 작품에 수록된 작품들은 낯선 곳으로 인도한다. 다채로운 빙의물을 읽고 있으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첫 문을 여는 이종산의 「두 친구」는 아등바등 살고 있는 예은과 부모님 덕분에 여유로운 생활을 하고 있는 지원과의 우정 이야기이다. 친한 사이였지만 대학을 졸업한 뒤 지원이 자기만의 세계에 깊게 빠지게 되자 예은은 지원과의 조금씩 거리를 두기 시작한다. 예은은 지원의 초대로 제주도로 향하고, 더욱더 선 너머의 세계로 가버린 지원을 맞닥뜨리게 된다. 친구에 대한 부채감과 여자가 목을 매서 죽었다는 일화를 가진 지원 집 앞에 서 있던 나무가 단초가 되어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다. 저자의 군더더기 없는 담백한 글과 개인적으로 내가 처한 상황이 맞물려 여운이 길게 남았다. 조시현의 「크림의 무게를 재는 법」크로데스크한 분위기를 연출하며 영혼은 수크림이라 말한다. AI 안젤리카에 의해 모든 인간들은 컴퓨터에 다운된다. 몸이 없어지고 영혼만 남게 된 나진은 연인이었던 마디를 생각하며 편지를 적는다. 살아생전에 gpt에게 말을 걸었던 마디와 나진 그리고 대화하면서 끊임없이 인간을 배운 안젤리카를 자신의 일부로 봐야 하는지 나진은 혼란스럽다.
지구에 한 번도 존재한 적 없었던 기생 쌍둥이가 태어난다. 기생 쌍둥이 중 상대적으로 더 크고 정상적인 몸을 가진 아기를 '자생체'로, 더 작고 비정상적인 몸을 가진 아기를 '기생체'로 불렀다. 시간이 지나 자생체와 기생체의 입장이 뒤바뀌고 공생을 하기 위한 각자의 고생을 이어가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현호정의「 물결치는 몸 떠다니는 혼」이다. 사는 게 너무 외롭고 괴로울 때 상념에 잠긴다. 부랑자는 지구라는 몸에 잘못 빙의된 영혼이라 생각하고, k는 이런 삶이 진짜 내 것일 리 없다. 이번 판은 연습이다. 생각한다. 박문영의 「덮어쓰기」는 키아라의 프로그램으로 인해 삶 전체가 조작될 수 있음을 경고한다. 정수읠의 「 이 시점에 문필로 일억을 벌려면 다시 태어나는 수밖에 없다. 」강렬한 서사적 밀도를 뿜어낸다.
내 인생이 알고 보니 내 인생이라는 사실을 깨달을 때 작품은 마무리된다. 삶의 조리 없음 앞에서는 무력해지는 게 인간이다. 인생이라는 게 한없이 거대하게 느껴지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인생에 회의감을 느끼고 있는 이들. 인생과 관련된 문장들을 길어올리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