셔닐 손수건과 속살 노란 멜론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4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에쿠니 가오리 특유의 섬세가 필치가 돋보이는 <셔닐 손수건과 속살 노란 멜론> 작품이다. 에쿠니 가오리는 여성들의 심리를 잘 표현하고 있어서 작품이 출간될 때마다 챙겨보게 되는 작가 중 한 명이다. 우리는 태어나면서부터 타인과 관계를 맺으면 삶을 이어나간다. 옷깃만 잠시 스쳐가는 얕은 인연도 있으며, 친밀하고 오랜 사이를 유지하는 인연도 있다. 보통 사람들은 타인과 가벼운 관계를 형성하기보다는 결속력을 다지며 깊은 관계로 발전하길 원한다.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셔닐 손수건과 속살 노란 멜론>작품에서는 대학시절 셋이 붙어 다니며 쓰리 걸스라고 불리는 리에, 다미코, 사키, 세 여성이 있다. 30년이 지나 50대에 접어든 이들의 삶은 모습은 제각각 다르다. 여전히 미혼인 다미코는 어머니와 단둘이 살며 글 쓰는 직업을 삼아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샤키는 무뚝뚝한 남편 무로후시와 아들 둘을 낳아 기르고 있으며, 치매에 걸린 시어머니를 간호하기 위해 종종 요양원에 방문하고 있다. 리에는 금융 쪽에서 일하는 직장인이며 결혼과 이혼을 두 번씩이나 경험하며 자유로운 생활 중이다. 리에가 영국 생활을 접고 다미코의 집에 신세를 지기 시작하면서 이들의 일상은 다시 소란스러워진다.

이들은 사는 모습도 제각각이지만 성향의 결도 제각각 다르다. 셋이 모이면 대게는 리에가 가장 말이 많고, 다미코는 리에의 말 하나하나에 반응을 하고, 샤키는 모임 자체를 가장 즐긴다. 모임을 가질 때마다 공기가 옛날로 돌아가 친구들을 통해 환기되는 과거의 나를 만나는 일을 반가워한다. 학창 시절 쓰리 걸스는 영어책 속에 나오는 미지의 것들에게 관심이 많았다. 특히 셔닐'과 '캔덜루프 멜론' 단어의 정체를 알 수 없어 토론을 벌이며 상상의 나라를 펼쳤고, 30년이 지난 후 정체를 알게 되면서 " 우리 참 오해가 많았던 인생이네" (P0204) 깨닫는다.

십 대 이십 대까지만 해도 환상 같은 것이 있었다. 결혼에 대한 환상, 직장 생활에 대한 환상, 어른에 대한 환상 등 삶이 지속될수록 가지고 있던 환상이 하나씩 하나씩 깨어지며 쓰리 걸즈처럼 '지금'을 살아가게 되는 것 아닐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