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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도 ㅣ 새소설 18
김엄지 지음 / 자음과모음 / 2024년 11월
평점 :

자음과 모음 새 소설 시리즈 18은 김엄지 저자의 <할도>이다. 섬을 배경으로 하는 이 작품은 짧은 분량이지만 소설 같기도 하고, 시집을 엮은 것 같기도 하다. 저자는 의식과 무의식 사이를 자유롭게 오고 가며 특유의 작품 세계를 보여준다. <활도>작품은 "내가 아는 벌레가 있다."(P07) 강렬한 첫 문장으로 문을 연다.
아버지 발인이 끝난 뒤 돌아오는 버스에 "나"는 아버지의 유언에 따라 할도로 향한다. 비가 잦고 빗줄기가 거세 뺨에 맞으면 살갗이 베인다는 전설을 가지고 있는 할도에서 머무는 동안 "나" 면도를 하지 않고, 술생각이 나면 쥬지오로 향했고, 하루 종일 누워 있으며 그저 살아있음에 충실하다. 할도에서는 A,B, 쥬지오의 여주인, 나이든 의사를 만나게 된다. 이들은"나"를 향해 여기를 왜 왔는지, 혹은 왜 아직 섬을 떠나지 않는지 묻는다. "나"는 갑작스럽게 감기와 눈덩이에 다래끼가 생긴다. 다래끼는 곧 터질듯하면서도 터지지 않았고, "나"는 통증에 익숙해진다. 서쪽 절벽으로 가라고 했던 아버지의 유언에 따라 "나"는 짐을 꾸려 떠난다. 절벽으로 기어오르면 오를수록 나의 신음과 숨소리가 아버지의 숨소리와 닮아있음을 알아차리며 눈물을 흘린다.
서사는 연속성 없이 끊임없이 나열되고, 어렵지 않은 내용이라 잘 읽히지만 보이지 않는 공백이 많으므로 독자들에게 생각할 거리를 던진다. 인생은 계절과 매우 흡사하다. 따뜻한 시절에 행복을 만끽하기 하고, 혹독함을 견뎌내야 하는 시절도 있다. 혹독함을 잘 견뎌내기 위해서 저자에게는 쉼과, 묵묵히 일상을 살아내는 보통 사람들, 시간이 필요했다.
의사 선생님은 "나"를 향해 할도에 와서 가장 즐거웠던 일을 말해보라고 하자 "나"는 주저 없이 다래끼가 터진 게 좋았습니다.라고 대답한다. 평범한 하루, 보통의 삶에 조그마한 균열이 발생하게 되면 행복이라는 것이 거창한 것이 아님을 깨닫게 되지만 망각 동물인 인간은 곧 잊어버리는 게 문제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