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트 솔티
황모과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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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단짠단짠을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는 우리의 인생의 맛과 닮아있기 때문이다. 총 8개의 단편 소설로 이루어진 황모과 저자의 신간 (스위트 솔티)는 우리가 살아내는 인생의 모습과 비슷하다. 8개의 단편 소설이 하나의 대동맥으로 이어져 있기보다는 각각의 개별적인 존재로 독자들을 맞이한다. 저자는 이십 대 후반부터 일본에서 생활하고 있으며 한국 SF 소설을 읽고 일기를 소설로 확장한다. 이번 단편 소설집에도 SF 소설이 여러 편 실려있고, 단순히 재미에 그치기보다 독자 스스로가 묵직하게 생각할 수 있는 장치들이 곳곳에 숨겨져 있어서 책을 완독하기까지는 시간이 제법 걸렸다.

『순애보 준코, 산업 위안부 김순자』작품은 전범 국가는 강제 징용 조선인 노동자를 상대한 산업 위안부 김순자 씨에게 순애보라는 오염 데이터를 주입시켜

기억 데이터를 왜곡시키며 책임으로부터 벗어나려 한다. 저자의 상상 속 미래에서 펼쳐질 법한 현실들이 지금 세계에서도 일어날 법한 일들이라 마음 한편 오싹한 기분이 들었다. 국민이 있어야 국가가 존재한다. 국가로부터 보호받지 못하고 역사적 사실 앞에서 또 이용당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국가를 믿을 수 있을까? 나는 절망스러울 것 같다.

『오메라시로 돌아가는 사람들』작품은 만화가가 되겠다는 무모한 결심을 안고 도쿄에 도착한 피복 3세인 "나"는 치매를 앓고 있으며 오메라시로 돌아가길 거부하는 이웃집 할머니를 마주하게 된다. "나"는 할머니가 왜 고향으로 돌아가길 거부하는지 궁금하다. 한편 빈손으로 귀국해야 하는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다 문득 누구나 오메라시에 갇힐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나의 눈길을 사로잡은 단편 소설은 윤 정부 초기에 작성한 『시대 지체자와 시대 공백』작품이다. 스마트 보디 갱신 센터에서 일하고 있는 "나"는 시대 지체자들(냉동 인간)에게 제3의 눈의 시술에 관한 매뉴얼을 읽어주며 설득하는 업무를 담당한다. "나"는 이곳에서 근무하면서 미래복지부가 끊임없이 과거를 만회하여 역사를 왜곡하는 것을 서슴지 않아 하는 것을 보게 되고, 그들이 가진 도구로 인해 누구나 시대 지체자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만, 자신의 시대의 공백 만들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불협화음이 일어나는 건 제대로 잘 살고 있다는 저자의 말에 힘이 난다.

저자의 작품을 좋아하는 이유는 스피커가 간절히 필요한 자들에게 자신의 스피커를 내어주려는 마음 때문이다. 타자들을 가둬두고, 배척하는 것보다는 우리도 "이 하의 삶' 자리에 언제든지 당도할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자각하게 만들어 함께 더불어 가는 삶으로 안내해 주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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