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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의 온도 ㅣ 현대문학 핀 시리즈 에세이 4
정다연 지음 / 현대문학 / 2024년 11월
평점 :

활자들이 리듬을 타고 있는 듯한 정다연 시인의 <다정의 온도> 작품을 읽었다. 개개인의 사정으로 공감 능력이 많이 결여되는 사회에 살아가다 보니 온기가 가득한 작품을 마주할 때면 마음이 포근해진다. 누름돌처럼 흔들리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은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타인에게 손을 내밀어 주는 것, 기꺼이 자신의 자리를 내어주는 사람도 드물다. 타인의 배려를 감사함으로 받아들이기보다는 만만하게 보거나 이용하려는 사람들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저자는 "그럼에도" 단어가 잘 어울리는 사람이었다.
시인의 일상은 특별하지 않다. 바쁘고 힘든 삶을 투정 부리기 위해 아빠에게 전화를 걸기도 하고, 반죽처럼 잘 개어진 봉숭아를 손톱 위에 얹어 복숭아 물을 들이기도 한다. 특별히 문진을 아끼고 사랑하며, 좋아하는 이와 편지를 주고받으며, 가끔은 엄마와 투닥거리기도 한다. 곁을 잘 내어주는 반려동물 "밤이"와 시간을 보내고, 계절의 기척을 알아차리며 성실하게 자신의 삶을 살아내고 있다. 누구나 그러하듯 스스로가 남들보다 부족하게 느껴질 때가 있고, 작고 시시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저자는 자신의 글을 보며 이러한 생각에 사로잡히는데, 잠시 글로부터 멀어지며 머릿속을 전환하며 자신을 보호한다.
사람은 누구나 남들에게 말할 수 없는 큰 상처가 있지만 내밀한 상처와 조화롭게 지낼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저자는 자신에게 다정해짐으로써 내밀한 상처와 조우할 수 있게 되고, 사랑하는 것들에 대해 말함으로써 조금씩 강해지는 자신을 마주한다. 그밖에 곳곳에 "다정"이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나이가 들면서 "속엣것을 털어내기가 쉽지 않다. 나의 상처가 나의 약점이 되어 돌아올까 하는 두려움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저자의 <다정한 온도>를 읽고 있으면 괜찮아하는 다정의 위로보다는 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책장을 덮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