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미는 토요일 새벽 - 제1회 아르떼문학상 수상작
정덕시 지음 / 은행나무 / 2024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언젠가 나에게 찾아올 아이를 기다리면서 보이지 않는 세상의 질서에 대하여 생각했다. " 다 때가 있는 거다."(P039) 여기서 말하는 "때"의 맞는 시절을 관통하면 과연 행복한 인생을 살 수 있는 걸까? 오늘 독서는 제1회 아르떼 문학상 수상작은 정덕시 저자의 <거미는 토요일 새벽>작품을 읽었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는 증가하고, 현대 사회에서 반려동물은 가족의 한 축이 되어버렸다.

수현은 강아지, 고양이도 아닌, 배회성의 뉴월드종 타란툴라 (거미) 암컷과 동거 중이다. 한자로 뿌리 (두) 자에 복 (희)를 붙여 두희라고 불렀다. 다리 부절을 앓고 두희의 작은 움직임은 수현을 미소 짓게 만들었다. 하지만 극도로 예민한 시기가 오면 두희 평소보다 거미줄을 많이 지어놓았다. 수현은 언젠가 두희가 자신의 곁을 떠난다는 걸 상상조차 할 수 없었고. 문득 자신이 갑자기 사고로 죽게 되며 두희는 어떻게 되는지 상상했다. 17년 만에 두희가 무지개다리를 건너자 수현은 산속 깊은 곳에 두희를 묻고 집으로 돌아와 두희의 물건들을 정리한다. 지난날 수현은 삼촌으로부터 거미에게 홀려 가족을 버렸다고 비난받았고, 엄마와 척을 지고, 소리와 사이가 틀어진다. 두희가 떠난 뒤에 지인들은 두희가 좋은 곳으로 갔을 거라며 위로를 했지만 수현은 토요일 새벽마다 두희의 방에서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며 펫로스를 겪게 된다.

말이 통하지 않는 무언가 함께 산다는 건, 서로를 관찰할 수밖에 없고, 그럼에도 영원히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남아 있다는 건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을 깨달으며 작품은 마무리된다. 저자는 가족이라는 친밀성을 해체하고 새로운 가족형태로 재조립한다. 애도의 과정 즉 펫로스를 겪는 과정들을 의식의 흐름 기법으로 작성되지 않은 덕분에 더욱더 가독성 있게 작품을 읽어나갈 수 있다. 인간과 반려동물의 삶이 다름을 인정하는 것, 관계 맺음에 있어 매 순간 합의점을 찾을 수 없는 의견 차이가 발생한다는 사실을 심어두며 독자들을 발화 지점에 이르게 만든다. 반려동물이 거미라는 점에서 이색적이었고, 반려동물을 통해 타인의 삶을 애도하고, 타인의 이해의 폭을 넓혀가는 서사 역시 좋았다. 반려동물을 기르고 있는 독자들이 한 번쯤 읽어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