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귀신 들린 아이 ㅣ 캐드펠 수사 시리즈 8
엘리스 피터스 지음, 김훈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10월
평점 :

여전히 사촌 간의 내전으로 나라 전체가 피폐하고, 무정부 상태에 빠져든다. 순례자들은 몸을 사리느라 고향을 떠나지 않아 수도원의 수입은 현저하게 줄어들고 순수한 목적으로 수도원에 들어오려는 성직 지망자들의 수는 줄어든다. 다만 이곳을 피난처로 삼는 가난한 도망자들의 수는 자꾸만 늘어가는 가운데 수도원에 새로운 견습 수사 '메리엣'이 들어온다. 라둘푸스 수도원장은 새로 온 청년은 바람직한 인물인지, 병적인 열정의 소유자인지 몹시 궁금해한다. 사과를 수확하던 중 하늘로 향하고 있던 낫에 젊은이가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하였는데, 다른 사람들과 달리 메리엣은 극단적인 반응을 보인다. 또한 메리엣은 밤만 되면 무서운 악몽에 시달리며 비명을 지르며 잠에서 깨어나는데 그로 인해 동료들은 그를 '귀신 들린 아이'라고 두려워한다. 왕의 특사로 활동하던 한 성직자 '피터 클레멘스' 의 행방이 묘연해지며 실종되는 사건이 발생한다. 메리엣을 주시하던 캐드펠은 사제의 실종사건과 메리엣의 행동과 연관이 있을 것 같다는 추측을 가지고 사건 속으로 뛰어든다.
중세 사회의 암울한 분위기가 그대로 전해진다. 장남이 모든 걸 물려받게 되고, 부모가 자식에 대한 맹목적인 편애의 모습을 보면서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장남을 우선시하던 관습은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우리 사회에서 흔히 볼 수 있었다. 모든 남자에게 관심을 받고 있으며 츄파를 던지는 '로즈위타', 심약하고 신경질적 태도를 지닌 '나이절' 당당하면서도 자신의 미래를 개척하려는 '이소다'. 자상하면서도 모든 일에는 인과관계가 있다고 믿는 '마크' 등 다양한 인간 군상들을 만나 볼 수 있다. 출세하려는 욕망과 권력욕을 얻기 위해 나쁜 방향으로 나아가는 사람과, 사랑하는 가족을 지키기 위해 저지르지도 않는 죄를 뒤집어쓰는 행동을 보면서 인간의 본질은 악함일까 선함일까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
두 군주가 전쟁을 벌이면 무엇이 반역이고, 무엇이 충성인지를 알 수 있을까? 피터 클레멘스는 살인 사건은 전쟁에 의해 어쩔 수 없었지만 기저 밑에는 인간의 욕망이 도사리고 있다는 것과 진정한 용서가 무엇인지를 가르쳐 주는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