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 신부 1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26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이은선 옮김 / 민음사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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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 신랑] 숲속의 성으로 순진한 아가씨들을 데리고 가서 몸을 토막 내 먹어 치우는 돈 많고 잘생긴 남자가 신랑감을 찾는 예쁜 처녀 앞에 나타나는 내용을 토니는 쌍둥이에게 들려준다. 토니는 제목을 [도둑 신랑]에서 [도둑 신부]로 변경하며 이야기를 이어나가려 한다. 이야기를 듣고 있던 로즈 역시 안될 것 없다는 생각에 이른다. 마거릿 애트우드는 기본 통념은 단지 이미지 일뿐이라는 사실을 독자들에게 일러준다.

우리가 갈망하는 것 중 하나는 안온한 일상을 보내는 것이다. 로즈는 좋은 사람, 도덕적인 사람, 바른 사람이 되려는 중악감에 우울해진다. '자선가'라는 숨 막히는 가면을 벗고 싶은 욕구와 충돌이 마음속에 꿈틀거린다. 토니, 캐리스의 이야기를 포함하여 지니아에 대하여 두 친구보다 아는 것이 많으니 지니아를 다룰 수 있다고 교만에 빠지는 행위를 미루어볼 때 자신이 되고자 하는 사람과 혹은 자신이 생각하는 자신의 모습과 타인이 보는 로즈의 모습은 상당한 격차가 클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이 격차 클 경우에 발생할 수 있는 정체성 혼란을 로즈라는 인물을 통해 우리는 배운다.

타인의 급소를 찌르고 깎아내리며 자신의 자존감을 지키며 허영심이 많은 지니아를 보며 타인에게 나의 약점과 슬픔을 내보이는 게 과연 맞는 일인가 생각해 보게 된다. 위로를 얻고자 꺼낸 이야기들, 나의 슬픔과 아픔을 입 베개 삼아 자신을 위안을 삼는 사람들 보게 될 때에 당혹스러움과 충격을 적잖이 받은 '나'다. 나의 경험에 따르면 나이가 들면서 타인에게 내 세계에서 일어나는 일을 말하는 횟수는 현저히 줄었다. 지니아 말 중에서 그나마 공감되는 대목은 진실을 살짝 왜곡하는 게 모두를 위해 최선일 때도 있다는 말이었다.

동화적 모티브 같았던 도둑 신부 작품의 결말 역시 독자들이 좋아할 만한 내용으로 마무리가 된다. 나는 가끔 타인의 행동 양식을 보며 나를 돌이켜 볼 때가 많았었다. 나를 형성하고 있는 착하고 선하다는 이미지 안에 갇혀 나도 모르게 타인에게 도덕적 우월감을 내보인 적도 있을 것이다. 한때는 나의 주변부 사람들이 마음에 들지 않았고, 좋은 세계를 가진 사람들과 어울리고 싶었던 날들이 있었고, 이 과정 안에서 사기 아닌 사기들도 당한 적이 있다. 마거릿 애트우드가 이 작품을 통해 하고 싶었던 메시지는 나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방법은 자의식을 대면하고, 자기 객관화를 시작하는 것부터 출발된다는 것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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