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66 - 볼라뇨 20주기 특별합본판
로베르토 볼라뇨 지음, 송병선 옮김 / 열린책들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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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주기 특별 합본판은 강렬한 책표지와 방대한 분량이 시선을 압도시킨다. 마치 어렸을 때 보았던 백과사전과 비슷하다. 합본판은 1부 (비평가들에게 관하여) , 2부(아말피타노에 관하여), 3부 (페이트에 관하여), 4부 (범죄에 관하여) 5부 (아르킴 볼디에 관하여)로 구성되어 있다.

나는 로베르토 볼라뇨 작품은 처음 접해본다. 로베르토 볼라뇨 서술 방식은 하나의 이야기에서 출발하여 가지치기 형식으로 여러 가지 이야기로 뻗어가는 형식과 사실과 허구, 꿈과 현실에 대한 경계선이 없기 때문에 집중 또 집중이 필요하다. 등장인물들이 많이 등장하는데 특히 4부 (범죄에 관하여) 작품에서는 살해를 당한 여성들이 백 명 넘게 등장하며 읽는 독자들을 놀라게 만든다. 나는 2666 작품을 읽는 동안 계속해서 악몽에 시달리기도 하였다. 얼핏 보면 각부마다 개별적인 내용으로 보이나 작품의 큰 줄기는 멕시코 국경지역에서 벌어진 살해 사건들 주축으로 하여 사회적 맥락에서 접근하는 것과, 베노폰 아르킴 볼디라는 인물을 중심으로 구성된다.

로베르토 볼랴노는 1953년 칠레에서 태어났고, 청년기에는 멕시코에서 지냈고, 30대에는 스페인에서 본격적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1970년도 칠레 같은 경우 군사 독재 정권이 시작되며 극심한 빈부격차와 민권 탄압이 있었다. 멕시코 역시 군사 독재 정권이 있었지만 볼라뇨가 태어나기 이전이다. 볼라뇨 작품 안에서 어둡고, 인간의 괴물 같은 면모, 혹은 인간의 추악한 모습들을 다루는 장면들이 많았는데, 개인적으로 나는 우울하고 비참했던 시대적 상황이, 사회주의 정부를 도우려 하지만 피노체트 정권에 체포된 상황이, 볼라뇨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친 것으로 생각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인생의 가장 절망적인 순간에 독서를 하였다는 말과 아무런 의미가 없지만 인간은 본질적으로 선하다는 것, 착하다는 걸 믿고 싶어 하는 마음이 쓰여 있는 구절 앞에서 동질감과 연민의 정이 동시에 느껴졌다. (책을 읽다 보면 2000년도 초반에 살고 있는 자체로 축복이구나라는 생각이 절로든다. )

"어느 흑인이 그를 죽였기 때문입니다. 금전 문제 때문에 그를 살해 한 것이라고들 합니다. 매리어스가 그 흑인에게 돈을 빚졌고, 그래서 그를 죽였다고들 말합니다. 하지만 그 말은 믿을 수 없습니다. 내가 생각하기에는 누군가가 돈을 주어 그를 살해하도록 시킨 겁니다. 그 당시 매리어스는 그 도시의 마약 불법거래자들과 싸우고 있었고, 그게 누군가의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겁니다."(p255)

위 문장의 내용처럼 그때 당시 시대상을 알 수 있는 단서들을 작품 안의 곳곳에서 찾을 수 있다. 볼라뇨는 조금 더 독자들에게 생생하게 전달하고 싶은 마음이었을까? 4부 (범죄에 관하여)에서는 살해 사건들을 숫자와 사건의 경위를 기록하는 부분에서 희생자들을 묘사하는 부분들은 냉혹하고 잔인한 언어로 쓰여 있어 독자는 실제의 상황을 마주하는 느낌이 들었다. 더불어 국가 내부에서 일어난 많은 범죄의 사례에 그저 목도만 하는 것에 대해 개탄스러워하는 마음을 3부(페이트에 관하여)에서 과감히 드러낸다.

2666를 관통하는 단어는 '악'일 것이다. 볼라뇨는 인간의 나약함이나 선의 결핍에서 출발하는 것보다는 독재 정권 시기 등 악이 지배하는 사회에서 인간은 자발적 복종을 할 수밖에 없음을 말한다. 현재 문단에는 라틴 아메리카 문학은 볼라뇨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는 말이 있듯이 볼라뇨의 위상은 대단하다. 5부 (아르킴 볼디에 관하여)에서는 볼라뇨는 스스로 진정한 작가, 혹은 진정한 예술가에 대해 고민한 흔적들을 찾아볼 수 있다. 그가 생각하는 진정한 작가는 비교적 차분하고, 상식을 지니며, 다정하고 쓸데없이 적을 만들지 않는 사람이었다. 또한 형편없는 삼류 작가가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과 문학은 걸작으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며 양가감정을 드러내기도 하였다. 로베르토 볼라뇨가 조금 더 살아있었다면 조금 더 많은 걸작을 만나볼 수 있었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로베르토 볼라뇨 덕분에 라틴 아메리카 문학에 호기심이 생겼다. 배경지식을 조금 더 쌓은 뒤 도전해 봐야겠다.


(해당도서는 출판사로부터 무상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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