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주기 특별 합본판은 강렬한 책표지와 방대한 분량이 시선을 압도시킨다. 마치 어렸을 때 보았던 백과사전과 비슷하다. 합본판은 1부 (비평가들에게 관하여) , 2부(아말피타노에 관하여), 3부 (페이트에 관하여), 4부 (범죄에 관하여) 5부 (아르킴 볼디에 관하여)로 구성되어 있다.
나는 로베르토 볼라뇨 작품은 처음 접해본다. 로베르토 볼라뇨 서술 방식은 하나의 이야기에서 출발하여 가지치기 형식으로 여러 가지 이야기로 뻗어가는 형식과 사실과 허구, 꿈과 현실에 대한 경계선이 없기 때문에 집중 또 집중이 필요하다. 등장인물들이 많이 등장하는데 특히 4부 (범죄에 관하여) 작품에서는 살해를 당한 여성들이 백 명 넘게 등장하며 읽는 독자들을 놀라게 만든다. 나는 2666 작품을 읽는 동안 계속해서 악몽에 시달리기도 하였다. 얼핏 보면 각부마다 개별적인 내용으로 보이나 작품의 큰 줄기는 멕시코 국경지역에서 벌어진 살해 사건들 주축으로 하여 사회적 맥락에서 접근하는 것과, 베노폰 아르킴 볼디라는 인물을 중심으로 구성된다.
로베르토 볼랴노는 1953년 칠레에서 태어났고, 청년기에는 멕시코에서 지냈고, 30대에는 스페인에서 본격적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1970년도 칠레 같은 경우 군사 독재 정권이 시작되며 극심한 빈부격차와 민권 탄압이 있었다. 멕시코 역시 군사 독재 정권이 있었지만 볼라뇨가 태어나기 이전이다. 볼라뇨 작품 안에서 어둡고, 인간의 괴물 같은 면모, 혹은 인간의 추악한 모습들을 다루는 장면들이 많았는데, 개인적으로 나는 우울하고 비참했던 시대적 상황이, 사회주의 정부를 도우려 하지만 피노체트 정권에 체포된 상황이, 볼라뇨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친 것으로 생각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인생의 가장 절망적인 순간에 독서를 하였다는 말과 아무런 의미가 없지만 인간은 본질적으로 선하다는 것, 착하다는 걸 믿고 싶어 하는 마음이 쓰여 있는 구절 앞에서 동질감과 연민의 정이 동시에 느껴졌다. (책을 읽다 보면 2000년도 초반에 살고 있는 자체로 축복이구나라는 생각이 절로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