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쓰게 될 것
최진영 지음 / 안온북스 / 2024년 6월
평점 :

최진영 저자의 서사는 세련되고, 담대하다. 그리고 촘촘한 밀도로 구성된다. 8개의 단편집이 모여있는 신간 <쓰게 될 것>을 통하여 그녀는 한 번 더 증명했다. 여기에 실린 여덟 편의 소설은 기후 위기, 전쟁, Al, 여성 서사. 젊은 노인, 빈부격차, 등 예민한 사회문제를 배면에 깔고 있다. 단편 <쓰게 될 것>은 주인공 '나'는 전쟁 중에 홀로 집안에 숨어있다. 어느 날 작은 서랍장에서 총 하나를 발견한다. 엄마는 매일 일기를 썼고 '나'는 엄마의 읽기를 읽는다. 며칠 뒤 이들 모녀는 소풍(피난)을 가게 되고 엄마는 총을 가져 가지 않는다. 곧 이들은 누군가를 죽여야만 내가 살 수 있는 상황 내가 죽어야만 내가 살 수 있는 상황에 이른다. 전쟁 중에서도 엄마는 자신과 딸을 지키기 위해, 두려움을 없애기 위해 쓰기라는 행위에 집중한다. 그것이야말로 자신에게 건네는 위안이자 위로 궁극적으로는 치유였을 것이다.
<썸머의 마술 과학>은 저금하듯 밝은 미래를 꿈꾸며 착실하게 살고 있는 동생 여름이와 봄에 태어난 이봄, 어느 날 아빠는 가상 화폐 사기로 인해 3억 원에 가까운 빚을 졌지만 이상하리만치 태연한 태도를 보이며 엄마 역시 울지 않는다. 이봄만 점점 심각해진다. 탄소 발자국 줄이기, 남은 음식을 반찬통으로 옮기는 여름이를 보며 미래의 막연한 걱정보다 현재의 행위가 더 중요하다는 시차적 인식에 도달한다.
<유진>은 최유진은 공미로부터 이유진의 지난 부고를 듣게 되고 대학시절을 떠올리게 된다. 대학생이던 최유진은 베네치아<레스토랑> 알바를 시작하며 이유진을 알게 된다. 최유진은 당당하고, 자신의 마음을 뚫어볼 수 있는 이유진에게 동경하는 마음을 가지게 된다. 하지만 직장 동료들은 허름한 반지하에서 살고 있으면서 랑콤 향수를 사용하는 이유진을 향해 비아냥 거린다. 최유진은 아무런 저항을 하지 않는 이유진에게 적잖이 실망하고, 이런 불편한 상황을 견딜 수 없어 베네치아를 그만둔다. 20년이 지나 비로소 최유진은 이유진의 행동을 이해하며 작품은 마무리된다. 최진영 저자의 등장 인물들은 하나같이 자기 상처의 주인이 되기로 한다. 그것이야말로 삶을 살아있게 만드는 일 혹은 삶을 받아들이는 방식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