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남편
모드 방튀라 지음,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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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드 방튀라의 데뷔작 <내 남편> 작품이 국내에 출간되었다. 나에게는 생소한 작가님이지만 프랑스에서는 문학상 수상과 팟캐스트 진행을 하는 병행하며 대중적으로 인지도가 있는 작가님으로 보인다. 작품을 읽은 후 [냉정과 열정 사이] 작품을 쓴 에쿠니 가오리 작가님이 생각났다. 에쿠니 가오리 작가님의 작품의 사랑은 풋사과의 밀도였지만 모드 방튀라 작가님의 사랑은 홍로 사과 같은 밀도였다. 저자의 나이를 한국 나이로 바꾸어보면 서른 초반인데 실로 믿기 힘든 대범한 서사였다. 작가님의 유려한 글솜씨와 더불어 번역까지 매끈하게 되어 작품의 흡입력이 좋았다.

"나는 사랑에 빠져 있다. 내 남편과 사랑에 빠져있다. 아니 그보단 이렇게 말하는 게 낫겠다. 나는 내 남편과 언제나 사랑에 빠져 있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작품은 15년 동안 남편을 사랑하고 있는 아내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화자인 아내는 남편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속에서 살아간다. 아내는 남편이 자신을 귤에 비유해서 울고, 남편이 바람을 피우지 않을까 의심하고, 아이들 앞에서 수위 높은 스킨십이 이루어지지 않아 화가 난다. 아내는 남편에 대한 사랑의 압박감을 덜어줄 수단으로 다른 남자를 만나기도 하고, 남편 서류 가방, 컴퓨터 소지품을 뒤진다. 남편의 잘못을 수첩에 기록하기도 하며 그에 상응하는 귀여운 형벌을 내린다. 하지만 죄의식은 느끼지 못한다.

저자는 너무 강렬하게 사랑하는 나머지 나 자신을 소진해버리는 사랑을 선택하게 된 아내의 감정, 행동 생각 같은 것들을 낱낱이 분해에서 보여준다. 사랑의 종류는 다양하고, 사랑의 크기는 시소 같다. 사랑에 빠진 약자들은 사랑에 빠진 강자들에 비하여 안정된 동일성을 보여줄 수 없다. 상대방에게 나는 어떤 존재일까? 상대방에게 나는 어떻게 보이는지에만 골몰되어 있다. 화자인 아내 역시 관능적인 효과를 위해 소규모 고객을 상대하는 조향사의 고급 향수를 사용하고, 값비싼 모발 보호용 스프레이를 구입하여 옷방의 높은 곳에 감추며 남편이 집에 귀가하기 전 책을 읽는 모습을 연출한다.

아내는 여자들은 모두가 누군가를 기다리는 사람으로 생각하며 정서적 의존성이 높은 자신을 합리화 시켜보지만 일곱 살인 자신의 딸에게는 독립성이 강한 여자 주인공이 나오는 책들을 주로 읽어주는 모순적인 행동양식을 취한다. 이러한 모순적인 행동을 비롯하여, 수첩에 기록을 하고, 남편에게 귀여운 형벌을 내리는 아내의 모습을 보며 남편과의 관계를 대등하고, 건강하게 만들고자 하는 작은 움직임을 포착할 수 있어 가벼운 마음으로 책장을 덮을 수 있었다. 사랑을 할 때 상대방에게 유난히 서운한 감정을 많이 느끼는 분들에게, 혹은 상대방에게 의존적인 성향이 되어버리는 이들에게 적극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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