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눈 2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25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차은정 옮김 / 민음사 / 2023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누구나 자신의 상처가 제일 큰 법이다. 많은 이들이 살기 위해 나 자신에게 몰두하며 상처를 잊어버리려 한다. 토론토에 정착한 이후 처음으로 사귀게 된 여자친구들로부터 따돌림을 당하게 된 일레인, 나이가 어느덧 중견에 접어들었지만 코딜리어의 목소리는 일레인 앞에서 여전히 맴돈다. 그러던 어느 날 개인전을 열기 위해 고향인 토론토로 돌아온다. 신문에 기사를 쓰는 일을 하는 안드리아가 일레인을 찾아와 인터뷰를 한다. 기자가 듣고 싶어 하는 것과 전혀 다른 이야기들을 늘어놓는 일레인에게 지쳐갈 무렵 "그림을 그리는 이유가 뭔가요?"라며 묻는다. 그러자 일레인은 "사람들이 뭔가를 하는 이유가 뭐죠?"라고 반문한다.

개인적으로 마거릿 애트우드는 자신이 페미니즘 작가로 분류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는 느낌을 기자와의 인터뷰를 통해 받았다. 남성 중심 사회에서 여성은 제대로 인식할 수 있는 눈을 가지기란 힘들다. 작품이 쓰인 것은 1980년도의 후반 마거릿 애트우드는 성별의 이유로 공평하지 않게 구별하며 대우하는 모습들을 날 것으로 표현한 것뿐이지 페미니즘 문제와는 선을 긋는다. 고등학생이던 일레인은 예술가가 되겠다고 부모님께 말하지만 부모님을 비롯한 주변부 사람들은 예술이란 취미로는 괜찮지만 생계를 어떻게 꾸려나갈지 앞다퉈 걱정을 한다. 예술가를 바라보던 당대의 시대상이 어떠했는지를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화가가 된 일레인은 여러 작품을 그린다. 유화 물감으로 그린 풍경화 [피코초]에서는 부모님을 좀 더 부드럽고 섬세하게 다른 양식으로 그림을 그려 넣음으로써 자신의 원하는 부모님 상을 표현한다. 친구들로부터 받았던 독설과 모욕으로 인해 습관처럼 살갗을 벗겨낸 일레인 보고도 어머니는 이유를 묻는 대신 "너 자신을 방어하는 방법을 배워야 해" (P281) 오히려 나약하게 행동하고 있는 자신의 딸을 되려 꾸짖는다. 일레인은 어머니와 사별 직후 어머니가 요리하는 모습을 그대로 그린 [압력솥] 을 그리며 어머니를 다시 살아나게 하고 싶은 그리움을 실었다. 오빠가 죽은 후 고통을 달래기 위해 [한쪽 날개]를 그린다. [반쪽 얼굴]에서는 코딜리어의 반쪽을 [고양이 눈]에서는 자신의 반쪽을 그려 넣으므로써 코딜리어와의 관계를 재정립한다.

개인적으로 나의 좁은 식견이 마거릿 애트우드가 숨겨놓은 장치들을 완벽하게 파악하지 못하여 아쉬웠다. '나'는 '나'와의 관계 혹은 타인과 맺는 관계를 통해 형성된다. <상처받은 내면 아이>저서는 상처받은 내면 아이를 치유해 주지 않으면 어른이 된 후에도 지대한 영향력을 끼친다고 말했다. 일레인이 자신의 어린 시절과 조우하며 치유에 이르듯 작품을 읽는 동안 나의 성장과정을 떠올려보는 시간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