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비키초의 복수
나가이 사야코 지음, 김은모 옮김 / 은행나무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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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복수물을 좋아한다. 복수와 용서와의 딜레마 사이에서 짜릿함을 즐기는 것인지, 윤리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질 때문인지, 둘 다 아니면 삶의 여정 중 많은 시절 인연 중 앙갚음하고 싶은 사람이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복수'라는 단어에 이끌려 무작정 서평단을 신청하였다. 나사이사야코의 장편소설 <고비키초의 복수> 작품은 제169회 나오키상, 제36회 야마모토슈고로상 수상작품이다. 은행나무 출판사에서 일본 추리 문학 소설은 만나기 쉽지 않은데 어쨌든 반가운 마음이었다.

대부분의 드라마와 영화와 책(문학)이 그러하듯, 결말은 후반부에 나오기 마련인데, 저자는 이러한 선입견을 부수고 도입부에 결말을 써놓았다. 독자는 사건의 얼개를 비교적 쉽게 파악하지만 당혹스러운 마음이 든다. 화자인 젊은 무사 키쿠노스케는 아버지를 죽인 원수를 찾아 에도에 당도한다. 정월 그믐날 고비키초의 극장 뒤면에서 복수가 행해졌고, 키쿠노스케는 사쿠베에를 칼로 베었고, 사쿠베에의 잘린 머리를 들고 유유히 사라진다. 그로부터 2년이 지난 후 사건의 진상을 알고 싶다며 한 남자가 에도로 찾아온다. 요시와라에서 태어난 전직 호칸 잇파치 씨, 하급 무사 출신 요사부로 씨, 화장터 지기에서 키워진 호타로씨 를 비롯하여 각양각색의 목격자들을 만나 고비키초의 복수에 진위에 대해 자초지종을 묻는다. 이들은 사건의 진술을 들려주며, 동시에 목격자의 삶에 대해서도 관심을 보이는 남자로 인해 자신의 삶의 여정 이야기보따리는 풀고, 그 시절 키쿠노스케의 이야기까지 들려주며 각자의 이야기가 전개되다가 수렴되는 양상을 보인다.

키쿠노스케가 복수에 대해 머뭇거리는 이유를 조금씩 알게 되는 재미와 식상하게 느껴지지 않는 결말이 책을 붙들고 있게 만든다. 내가 보이는 세상이 전부이던 시절이 있다. 그러다 문득 내가 보이는 세상이 전부가 아니구나 라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과정이 인생이 아닐까 생각한다. 에도에 도착한 젊은 무사 키쿠노스케는 뭐든지 혼자 짊어지겠다는 마음은 대견하지만 그래서는 무엇 하나 이룰 수 없다는 걸 깨닫는다. 때때로 남을 믿고 의지할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을 자신의 복수극을 있게 한 연극에 의지해 살아가는 그들로부터 배운다. 책을 읽고 있는 이들에게 저자는 묻는다. 당신은 무엇을 의지하며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지를 그것이 꼭 유형물은 아니어도 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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