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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간을 걷다 ㅣ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51
김솔 지음 / 현대문학 / 2024년 4월
평점 :

선천적 장애를 가지고 태어나는 것보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후천적 장애를 얻게 될 확률이 높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한 인간이 환경을 통으로 파괴시킬 수는 없지만 환경은 한 인간을 통으로 파괴 시킬 수 있다. 인간에게 재앙이 닥치면 인간 각자의 습성에 따라 생각과 반응이 다르다 저자는 <행간을 걷다> 작품을 통해 비극을 맞은 화자에게 감정적으로 치우치지 않고 절제된 문장으로 이야기를 이끌어 나간다. 개인적으로 김솔 작가의 작품을 거의 읽어보지 못했고. 나에게 임팩트 있는 저자는 아니었다. 이 작품을 읽고 무척 오랜만에 외연을 확장해 주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고, 줄을 긋고 싶어 안달이 났다. 아무튼 다른 작품들도 찾아보겠지만 신간 나올 때마다 챙겨볼 듯하다.
40년간 금고 제작자로 살아온 화자는 뇌졸중이 발병하였고, 골든타임을 놓쳐 심각한 수술 후유증으로 왼쪽 절반만 살아남았다. 의사는 뇌졸중 발병 후 삼 년 넘게 생존하는 이십 퍼센트 부류에 화자가 속할 수 있을지 확신하지 할 수 없었고, 다만 매일 네 시간 이상 육체적인 활동을 해야 한다는 충고만 이어갔다. 다시 일을 하게 된 화자는 몸이 불편해 보이는 자신을 외면하는 승객들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집에서 공장까지 하천을 따라 도보로 걷기 시작한다. 왼쪽 절반뿐인 화자는 돌이 지난 아이처럼 걷고 움직이고 말한다.
하천은 역사가 많이 깃들여 있다. 또한 하천은 도시 한복판의 취수구에서 시작해 십 킬로미터를 굽이쳐 흘러간 뒤 도나우강과 만난다. 상류지역은 하천 관리인이 성실하게 관리하고 있지만 빈민가를 통화하는 하류 지역은 거의 방치돼 있어서 보행할 수 없다. 화자는 의사의 권유대로 일 년 동안 꼬박 산책했는데도 건강을 회복하기는커녕 오히려 더 나빠진 이유를 생각해 본다. 나의 오른쪽 절반뿐인 쉥거는 모든 것이 아내 때문이라 부추긴다. 그러던 어느 날 다른 남자와 함게 걷고 있는 아내를 발견하게 되고, 집 나간 아내를 찾기 위해 하천을 서성이다 예상하지 못한 비극을 맞는다.
성실한 노동자와 살인과 범죄를 저지른 화자, 뇌졸중으로 인해 오른쪽과 왼쪽으로 나누어진 화자, 부자와 빈자, 여자와남자 젊은이와늙은이, 흑인과 백인등 존재하는 모든 것들은 행간이 있다. 행간에는 반드시 균열이 발생하고 그 균열에서 나오는 파편과 부스러기들은 우리를 불편하게 만든다. 이러한 환경에 처한 인간의 모습을 상황에 따른 순간의 감정의 파동까지 세밀하게 집필된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