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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평범한 이름이라도 - 나의 생존과 운명, 배움에 관한 기록
임승남 지음 / 다산책방 / 2023년 11월
평점 :

부모를 선택하여 세상과 조우할 수 없기에 인생의 출발선은 개인마다 다르다. 풍요로운 유아기를 맞이하였지만 인생의 풍작이 계속 이어지지 않는 것처럼 이와 반대로 결핍 가득한 유아기 시절을 지내도 인생의 가뭄이 평생 지속되지 않는다. <이토록 평범한 이름이라도> 제목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책의 전반적인 내용은 평범하지 않은 인생을 살아낸 저자의 자서전이다. 그는 역사의 역사, 거꾸로 읽는 세계사 등 유시민 작가의 작품을 출간한 돌베개 출판사 전 대표이기도 하다.
한국 전쟁의 여파로 5살 때부터 고아가 된 그는 꼬마로 불리며 남대문 지하도에서 앵벌이 같은 밑바닥 생활을 하다 대규모 아동 보호 시설로 이동한다. 동상이 걸린 뒤 '이쁜이'로 불리며 남대문으로 다시 돌아와 절도 와 노름을 일삼다 소년원에 잡혀 들어가게 된다. 출소 뒤 2년이 지난 후 다시 교도소에 들어간 그는 <새 마음의 샘터 >책을 읽게 되면서 공부를 한번 해볼까? 하는 생각이 조금씩 꿈틀대기 시작한다. 인간의 약함이 강함을 단번에 제압할 수 없듯이, 교도소는 뭔가를 배우고 익힐 만한 환경은 아니었다.
어느 날 그는 잡범들과는 달리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고려대 사학과 정 형을 만나게 되면서 그의 도움을 받아 교도소 안에 있는 인쇄 공장에서 일할 수 있게 되었고, 출소 후에는 신생 출판사 영업 사원이 되었다. 월급 3만 원으로 생활하기에 터 없이 부족하였지만 도둑질하지 않고, 자신의 노력만으로 세끼 밥을 먹을 수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모든 불편을 충분히 감수할 수 있었다. 시간이 흘러 이해찬은 당시 설립한 돌베개 출판사를 영업일을 맡아달라고 부탁한다. 불온서적을 출간하던 돌베개 출판사는 창립자인 이해찬이 체포된 후 1981년 돌베개 출판사 대표직을 역임하게 된다.
저자는 전과 7범의 이력으로 한국전쟁, 광주민주화 운동 등 사회의 격변 시대를 보내며 인간은 어떤 경우에도 인간답게 사는 도전을 멈추지 않아야 주장한다. 저자의 작품을 계속해서 읽다 보면 우호적이지 않는 인생을 어떻게든 감당하려는 자세가 존경스러웠다. 우연히 만난 한 권의 책이 저자의 인생을 바꾸듯이 독서 인구가 줄어드는 요즘 많은 이들이 인생을 바꿀 수 있는 한 권의 책을 만나기를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