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치된 서유럽 - 혹은 중앙 유럽의 비극 쏜살 문고
밀란 쿤데라 지음, 장진영 옮김 / 민음사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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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거운 주제를 가볍게 다루지만 철학적인 요소를 절대 놓치지 않는 작가 밀란 쿤데라의 신간 <납치된 서유럽> 작품이 쏜살 문고를 통해 출간되었다. 민음사에서는 전 세계의 문학을 새롭게 번역하고, 감각적인 디자인을 실은 쏜살 문고를 선보이고 있다. 짧은 분량의 작품 안에는 문학과 약소 민족들, 납치된 서유럽 작품이 실렸다.

"AHOJ/아호이/안녕", "DOBRY' DEN/ 도브리-덴/안녕하세요."

이것은 체코어다. 밀란 쿤데라는 체코슬로바키아에서 태어났다. 체코는 중부 내륙에 위치한 내륙국이다. 유럽에는 수많은 국가 속해 있으며 역사적, 정치적 관점으로 동유럽과 서유럽으로 나누어진다. 여기서 지리적으로 중앙에 위치한 오스트리아, 체코, 헝가리, 폴란드, 등을 중앙 유럽 국가라 일컫는다. 이들은 러시아의 침공으로 지리적, 정치적으로는 동유럽에 속해있다. 하지만 쿤데라는 " 한 민족 또는 한 문명의 정체성은 흔히 '문화'라 불리는 정신적 창조물의 총제 속에 반영되고 요약된다,"(P044)라고 서술하며 문화적으로는 서유럽에 속해 있다 말한다. 그렇다면 중앙 유럽 국민들은 두 세계에 겹쳐 있지만, 두 세계의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채 정체성 면에서 무척이나 혼란스러웠을 것 같다. 또한 중압 유럽이라 부르는 그곳에서는 헝가리 혁명, 프라하의 봄, 폴란드 봉기 등 치열한 저항이 있던 곳이기도 하다.

2022년 11월 쿤데라 <납치된 서유럽> 작품이 다시 주목받는 이유는 쿤데라가 1983년도에 지금 현재의 유럽 정세를 예견했기 때문이다. 쿤데라의 말에 따르면 러시아인들이 타 민족을 러시아화 하고 싶어서가 아닌 극도로 비민족적, 반민족적, 초민족적인 소비에트 관료주의가 국가를 통합하기 위한 기술적 도구를 필요로 하기 때문이라 말한다.

쿤데라는 '중앙 유럽을 러시아와 독일 사이의 확정되지 않은 약소민족 지역이다.' 정의하며 약소민족의 뜻을 재 정립한다. 더 나아가 전 유럽의 취약성이 다른 곳보다 왜 일찍 드러났는지 상세히 설명한다. 끝으로 러시아의 침공으로 중앙 유럽이 동유럽화 되었지만 단언컨대 유럽의 비극은 러시아가 아니라 유럽이라 강조하며 작품은 마무리된다. 분량은 짧지만 중앙 유럽사의 흐름을 자연스레 알 수 있으며, 쿤데라가 독자들에게 전하려고 했던 생각 감정을 임팩트 있는 서사로 만날 수 있다.

감각적인 카피라이터이자 작가인 박웅현은 그가 쓴 작품에서 지금까지 살아남아 고전이된 모든 것들을 무서워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는데 나에게 밀란 쿤데라 작품은 모두 무서운 존재이자. 호학심사(好學深思)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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