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장면 소설, 향
김엄지 지음 / 작가정신 / 2021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작가 정신에서 출간되는 소설 향 시리즈 세 번째 주인공은 김엄지 작가의 <겨울 장면>이다. 김엄지 작가는 <문학과 사회>신인문학상에 단편소설 <돼지우리>가 당선되어 등단했다. 장편 소설 <주말, 출근, 산책 : 어두움과 비> 중편소설 <폭죽 무덤>, 소설집 <미래를 도모하는 방식 가운데>등이 있다. 김엄지 작가의 <폭주 무덤>을 읽고 작품을 내면화 시키는 일을 처참하게 실패했는데 <겨울장면>역시 결과는 똑같았다. 나에게 김엄지식 세계는 넘사벽이다.

<겨울장면>에 화자인 R은 8개월 전 미끄러져 5미터 밑의 바닥으로 추락한다. 사고의 충격 여파로 R의 머리에서는 사고 당일과 기억이 모두 사라진다. R은 아내의 목뒤에 있는 옅은 갈색 점을 바라보며 원래 저 자리에 있었던 것인지 새로 생긴 것인지 헷갈리지만 아내에게는 묻지 않았다. 직장 동료 L의 장례식장에서 마주친 상상의 성이 무엇이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R은 기억해내려 애쓴다. 이들 부부는 R의 아내가 태어난 제인에서 겨울휴가를 보내기 위해 떠난다. 아내와 R는 회를 먹고, 우연히 아내의 동창을 만났으며, 또 이들 부부는 언 모래 위를 걸었다. R은 다음날 눈을 떠보니 아내가 없었졌다. R은 자신이 아내를 버린 건지, 아내가 R을 버린 건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의사는 R에게 현실을 직시하라고 조언한다. R은 자신이 모르는 R의 모습이 적힌 편지를 발견한다. R은 기억과 망각 사이를 유영하기 시작한다.

삶과 죽음 사이에 방황하는 모습을 R의 관점으로 서술된다. 소설은 독자들에게 모호하며 몽환적인 느낌을 연출해내며 불친절하게 군다. 그리하여 소설의 큰 줄거리를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반복적이고 단조롭게 서술되며 어렵지 않게 읽히지만 끝내 소화시킬 수는 없었다. "슬픔은 갈비뼈로 와요. 슬퍼서 그랬어요.(P039) 몸의 고통과 정신의 고통은 함께 수반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그녀의 단순한 언어유희로부터 사람과 사람 사이의 권태, 삶과 죽음, 욕망들에 대하여 생각해 볼 수 있던 시간이었다. R의 독백과 방백 사이에 미끄러지는 R의 모습으로부터 어느 곳에서 발붙이지 못한 채 위태롭게 서 있는 우리의 모습이 떠올려지기도 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