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정류장과 필사의 밤 소설, 향
김이설 지음 / 작가정신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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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정신에서 출간하는 소설향 시리즈 세 번째 작품은 김이설 작가의 정류장과 필사의 밤이다. 작가는 어떤 관계에도 얽매이지 않고, 시기에 구애받지 않으며 주체적인 삶을 잘 이끌어 가고 있는지 독자들을 향해 묻고 있었다.

주인공인 화자인 "나"는 엄마의 심부름으로 동생네 아파트에 방문하게 된다. 현관문 앞에서부터 비명소리가 들렸다. 집안으로 들어가는 순간 제부로부터 손찌검을 당한 동생을 발견하게 된다. 장녀였던 '나'는 동생의 손을 이끌며 "아이들을 같이 기르자." 말하며 동생을 집으로 데려왔다. "나"를 제외한 부모님과 동생은 일을 하고, 나는 유치원에 다니는 첫째와 이제 막 네 살 된 아이를 케어하며, 낡은 빌라의 집안 살림을 도맡게 된다. 동생이 집으로 돌아온 이후부터 "나"는 아무것도 쓰지 못하게 된다. "나"는 제수 실패 후, 3년간 매달리던 공무원 시험은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했고,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던 중 글을 쓰고 싶어 하던 마음을 동생이 알게 되고 이후 동생의 권유에 의해 야간대학의 문예 창작과에 입학한다.

"나"는 학점은 좋았지만 졸업 이후 신춘문예에 매년 떨어지면서 자연스럽게 집에 머무는 사람이 되고 만다. 아이들을 케어하는 일은 어렵고 고단한 일이었다. 아이들을 케어하기 위해 "나"는 8년이나 지켜온 사랑을 포기한다. 진심으로 동생이 행복해지길 바라지만 동생이 연애한다는 걸 눈치챌 때마다 "나"는 어쩔 수 없이 서운함이 든다. 가족들은 안팎을 건사하고 있는 나의 노동을 경제적 가치로 인정해 주지 않았고, 생활비마저 스스로 설계할 수 없으니 회의감이 들기 시작한다. 어머니는 동생을 재혼 시키기 위해서라면 "나"의 인생은 안중에도 없었다. 유일하게 아버지만이 그녀를 지지한다. 학교 동기들이나 선후배인들의 등단 소식이 들릴 때마다. 여지없이 우울해진다. 늦은 줄 알고 출발했지만 너무 늦었다는 자책에 시달리며 현실적이 벽에 가로 맞고 있는 현재의 상황을 답답해하던 어느 날 급성 심근경색으로 아버지가 사망한다. 이후 "인생은 길고 넌 아직 피지 못한 꽃이다"라는 아버지가 했던 말들을 떠올리며 "나"는 한 번이라도 꽃을 피우고 싶다는 마음을 가지게 된다.

 

인간들에게는 각각 고유의 성질 혹은 품성을 지니고 있다. 내성적인 사람들이 있는 반면에 극단적에는 욱하는 성질을 가진 사람들이 존재한다. 혈연을 공유한 가족 구성원 역시 각자 스페트럼이 다르다. 그러므로 가족 구성원 내에서도 파워 세력을 가진 자들이 있고, 가족 쓰레기통으로 전략해버린 자들이 있다. 우리 사회는 약육강식의 세계에 너무 익숙해져 있고, 가족이란 울타리 안에서도 약육강식은 꿈틀거린다. 주인공 "나"는 가족 구성원 중에서 약자에 속한다. 가족을 위해 희생하는 삶을 칭찬받아야 하지만, 가족 구성원들이 "나"에게 보이는 태도는 희생 아닌 너의 뜻, 장녀로서의 주어진 숙명쯤으로 여긴다. 가족을 위해 스스로 희생을 선택하여 남자친구와 이별을 택한 "나"는. 동생을 행복을 바라면서도, 직장을 다니며, 새로운 연애를 시작하고 있는 동생에게 모순적 감정을 느끼게 된다. 언니로서의 동생을 응원하는 감정과, 나이대에 맞는 역할을 소화해내지 못하고 있는 인간으로서의 불안한 감정들이 뒤엉켜 버리는 과정들을 저자는 유려한 문장들로 표현한다. 또한 살림 밑천이라는 장녀의 고충도 절실히 보여준다.

 

청소 혹은 집안일을 하는 사람들은 우리 사회는 하찮게 보는 경향들이 있는데. 앞으로 달라져야 하는 시선들이다. 우리나라 문화에서는 시기와 시절에 혹은 각자 나이대에 주어진 사명 같은 장벽들이 있다. 그렇다면 주어진 사명을 수행하지 못한다면 실패자일까? 이 작품을 통해 사회 관습을 바라보는 문화가 바뀌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에 보이는 장벽들을 뛰어넘을 것인가 멈출 것인가 그건 나의 태도에 달려있을 것이다. 소설책이지만 한 권의 시를 읽는 듯한 여운을 남기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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