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애하고, 친애하는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11
백수린 지음 / 현대문학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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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일찍 돌아가셔서 인지 나는 엄마라는 단어로부터 생성되는 이미지에 관한 환상의 기대치가 높은 편이다. 백수린 작가의 <친애하고 친애하는 >작품의 모녀관계는 다소 일반적이지 않다. 작품을 읽는 내내 눈물샘이 그치지 않다. 나는 백과사전에 친애하는 단어의 정확한 뜻을 알기 위해 검색해보았다. 친밀히 사랑한다는 뜻을 가지고 있는 예쁘장한 단어를 작가는 제목에다 두 번이다 가져다 썼을까?

작품의 줄거리는 엄마의 전화로부터 시작한다. 스물두 살이었던 나는 진로를 바꾸기 위해 잠시 휴학 중이었다. 학사 경고를 받은 전력과 맞물려

엄마가 자신을 한심하게 여길 거라 어림짐작한다. 불분명한 나의 삶의 노선과 다르게 분명한 삶은 살아온 엄마는 지방대학의 토목공학과 교수이자. 심각한 워커홀릭이었다. 그런 엄마를 대신하여 혼자 지내는 할머니를 몇 달간 돌봐드리라는 내용이었다. 일방적으로 나를 할머니 집에 유배 보내려는 사실이 서운하면서도 할머니와 생활이 싫지는 않다.

그 무렵 할머니의 폐는 수술이 무의할 만큼 암세포에 점령 당해 있었는데 나는 그 사실을 알지 못한 채 기침이 잦은 할머니를 걱정할 뿐이다. 할머니는 1972년 황해도 제령에서 태어나 내기에 의해 할아버지와 결혼을 하게 되고 여러 번 유산 끝에 아이 둘을 낳았지만 둘째로 태어난 아들은 열다섯 살 때 죽고 만다. 나의 유년 시절은 미국으로 유학을 간 엄마를 대신해 할머니 손에 자라났다. L의 사고사 죽음 이후 처음으로 인생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되었고 나에게 일어난 변화를 엄마에게 인정받고 싶어졌다. 엄마는 할머니 집에 올 때마다 마치 지인을 집을 방문하듯 과일이나 주스 세트 같은 것을 사가지고 왔는데 노쇠한 할머니가 신과일을 먹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할 만큼 엄마와 할머니 관계 역시 껄끄럽다. 나는 할머니를 돌보며 알들 살뜰 챙기지만 오히려 위안을 받는 쪽은 나였다. 나는 할머니와의 생활과 이야기, 비슷한 경험을 통해 엄마의 삶을 헤아리게 되고 그것은 엄마와의 소통 연결 고리가 된다.


이 작품은 알짜배기 구성으로 되어있다. 우선 나와 할머니의 관계는 매끄럽지만 할머니와 엄마와의 관계, 엄마와 나와 관계는 껄끄럽다. 자칫 엄마가 지닌 기질이 타인과 유대관계를 맺는 부분이 미숙한 인간이라 치부될 수도 있지만 사실 할아버지와 할머니. 즉 자신의 부모님의 꿈을 실현해 주기 위한 고달픈 여정이었다. 그것을 알게 된 '나'는 엄마의 삶을 이해하며 자신의 상흔들을 조금씩 마주한다는 설정이 너무나 감동적이었다. 하지만 작가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더 나아가 나의 남자친구이자 남편인 '강'의 인물을 수면 위로 끌어올려놓는다. 나는 내밀한 이야기를 강에게 털어놓지만 강은 무심코 어떤 상황에 놓이게 되자 나의 가장 연약한 부분을 무심하게 건드리고 만다. 다른 사람의 상처를 모조리 이해하기란 환상에 불과하다는 경고도 잊지 않는다. 복날이면 할머니는 자신의 친구들과 삼계탕을 먹으며 "사람이 살기 위해서는 좋은 날 같이 보낼 한 사람만 있으면 된다."라는 말을 한다. 이상하게 나는 그 문장 앞에서 한참이나 서성거렸다. 쉬운듯하면서도 어려운 일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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