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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나의 책 - 독립출판의 왕도
김봉철 지음 / 수오서재 / 2020년 8월
평점 :

인간은 듣기의 본능보다 말하기의 본능에 더 충실한지도 모르겠다. 타인에게 살아온 나의 삶의 궤적에 대해 말하고 싶은 욕구는 누구에게나 들끓어 오르기 마련이다. 책을 가까이 두고 살다 보니 한 번쯤은 나도 책을 써보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다. 나는 전공자도 아니고, 그렇다고 글쓰기의 기본기 훈련도 되어 있지 않은 상태다. 또 작문 자체를 너무 어렵게만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바람에 쓰다가 만 글들이 허공으로 사라졌다.
<작은 나의 책> 작품은 독립출판의 왕도로 불리는 저자가 실제로 독립 서적을 발행하게 된 배경과 기획, 편집, 제작, 유통, 홍보에 이르기까지 그 기록들을 상세하게. 친절하게 알려주는 작품이다. 30살이 넘어서도 한참을 백수생활을 이어가던 그는 자신의 일상과 단상을 블로그에 기록하기 시작한다. 어느 날 파주에 있는 출판사의 편집자로부터 독립출판물을 같이 만들어 보고 싶다는 제안과 함께 책 한 권을 만들기 위한 비용의 견적서를 받게 되는데, 생각보다 큰 금액에 놀라게 된다. 이후 독립서점을 검색하며, 자신의 발로 직접 독립 서점을 투어한다. 책을 만드는 기술적인 부분에 대한 지식이 전무하지만 자신도 책을 만들 수 있다. 할 수 있다.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는 독립 서적을 만드는 일에 착수한다.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책의 내지와 사이즈를 재서 책의 크기를 그대로 만들고, 문방구에서 검은 도화지와 흰 아크릴 물감을 사 직접 그린 그림을 스캔하여 윈도 그림판으로 수정한다. 교정 교열은 네이버 맞춤법 검사기나, 부산대학교에서 만든 맞춤법을 검사기를 이용하며 책 편집을 마친 다음 을지로 3가와 4가 사이에 있는 인쇄소를 찾아 표지에 들어가는 종이의 색 종류를 선택한 후 호기롭게 400권을 주문한 후 인쇄에 들어갔다. 재단이 끝나자 비로소 책은 완성되었다. 인터넷으로 독립서점을 검색하여 메일로 입고 문의를 보낸 후 SNS 계정을 만들어 책을 알리기 시작한다. 이후 청춘 문고와 플리마켓에도 참여한다. " 이 돈 주고 이걸 사느니 차라리 일반 서점에서 너한테 도움이 되는 책을 사. 이런 건 나도 쓸 수 있겠다.라는 가끔은 부정적인 시선들과 마주치기도 하지만 그는 자신의 입지를 묵묵하게 닦아나간다.
저자의 책을 통해 자신의 책을 만들기 위해 진짜 필요로 한 것은 스킬이 아니라 용기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는 정말 가장 빨리 한 권의 책을 쓰고 싶다면 읽거나 쓰기, 책 만들기 워크숍을 들으러 다니는 것보다 당장 컴퓨터 켜서 워드 프로그램을 열거나 펜을 쥐고 노트를 펼친 뒤, 이야기의 첫 문장을 적기를 조언하고 있다. 내 이름으로 책 한 권 만드는 것이 꿈이라면 그 꿈에 도달하기 위해서 한 걸음 내딛게 만들어준다. 군더더기가 없는 실용성이 가득한 작품이었다. 이 작품의 조금 아쉬운 점은 편집인데 저자의 자전적인 이야기와 (1~10) 번까지의 번호를 매긴 TIP 들이 교차되지 않고 뒤에 한꺼번에 묶어놓았다면 어땠을까 하는 바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