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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맨 ㅣ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28
백민석 지음 / 현대문학 / 2020년 7월
평점 :

백민석 작가의 <플라스틱 맨>은 3년 전 대한민국에서 일어난 전 대통령의 퇴진 시위에서부터 출발하여 탄핵 선고, 다음 대통령의 선거가 준비되던 동안의 시간들을 배경으로 삼고 있다. 실제와 달리 대통령의 탄핵이 기각되는 설정 구도를 담고 있어, 작품을 역사적 기록으로 보아야 할 것인지. 아니면 작가의 상상력을 동원한 작품으로 보아야 하는지 약간 혼돈스럽다. 작품 안에서 국정 농단의 당사자와 배후인 실명이 언급되고 퇴진 시위에서 시민과 경찰과 빚던 마찰의 모습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며 긴장감을 증폭시킨다.
대통령이 퇴진하지 않으면 매주 한 사람씩 죽이겠다는 음성이 담김 USB가 언론사에 뿌려진다. 범인은 날짜를 지정하지 않아 협박을 실행에 옮겼는지 안 옮겼는지 확인할 길이 없다. 하경감은 조사 중 USB에 담긴 목소리가 억양이 없다, 는 것을 신기해하며, 협박범에게 플라스틱 맨이라는 이름을 붙인다. 시사 일간지 유튜브로 플라스틱 맨 음성이 담긴 USB가 공개된 이후 '내가 플라스틱 맨을 알고 있다'라는 전화가 걸려온다. 얼마 지나지 않아 대통령 파면이 가결된다. 이후 12명이 죽고 5명이 크게 다치는 버스 폭발 사건을 비롯하여, 탄핵 심판에 참여했던 한정수 헌법 재판사는 괴한의 습격을 받아 목숨을 잃게 되고, 성당 예배당에 폭탄이 터져 많은 이들이 다치는 일들이 연이어 발생한다. 또한 행정부와 사법부는 태도를 바꾸며, 언론에서는 여론 달래 기성 보도가 쏟아졌다. 플라스틱 맨을 쫓던 하경감은 종로경찰서 경비계로 부서 이동 명령이 떨어지고, 플라스틱 맨으로부터 "대통령은 광화문 광장 한복판에서 코끼리에 밟혀 죽어라 그렇지 않으면 애꿎은 시민들이 또..라는 음성이 담긴 USB가 도착하는데,
"대통령은 국가를 사유화했다. 경찰은 집 지키는 개가 되었고 그 말단에 그녀가 있었다. 시민은 대통령이 나가라고 하면 나가야 하는 국가의 세입자가 됐고, 나가지 않으면 집 지키는 개들이 나서서 물어뜯을 것이었다." (P208) 힘 권력에 의한 냉소적인 문체와 사회에 대한 음삭한 해학은 등골을 오싹하게 만든다. 하경감은 검고 거대한 것에 대해 제어할 수 없다는 무력감을 느끼고 사직서를 제출한다. 자신이 경찰을 그만두고, 결혼을 하면 새로운 인생을 살 수 있을 거라 기대했지만 결코 그렇지 않았다. 저자는 하경감의 인물을 내세워 탄핵이 통과된 지금의 우리 사회의 삶의 모습이 어떠냐고 반문한다. 저자는 탄핵 전과 탄핵 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말한다. 여전히 편해 공생을 취하는 자들이 잔존하고 있지만, 절망하지 말고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플라스틱은 틀에 넣어 만들다라는 뜻의 고대 성어다. 플라스틱맨은 어떠한 신념도 없이 사회 전반에 있는 어중이 떠중이들로 지칭할 수도 있고, 매일 반복되는 시간을 살아가며 견디고 있는 자로도 해석 가능하다. 오랜만에 가독성 좋은 작품을 만났다. 백민석 작가님의 다른 작품도 찾아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