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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말을 쏘았다
호레이스 맥코이 지음, 송예슬 옮김 / 레인보우퍼블릭북스 / 2020년 6월
평점 :

"피고인은 자리에 일어나시오. 서고를 유예할 법적 근거가 없으므로, 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결을 선고한다. 1급 살인죄로 기소된 피고인에 대하여. 배심원단의 유죄 평결해 근거해 법이 내릴 수 있는 최고의 극형에 처한다. " 피고인 로버트 시버튼은 글로리아를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다. 피고인은 살인은 저지른 건 사실이지만 자신은 단지 피해자의 부탁을 들어주었을 뿐이라는 주장을 하며 선처를 호소한다. 저자 호레이스 맥코이 <그들은 말을 쏘았다> 작품은 로버트가 어떤 연유로 글로리아 살인에 가담하게 되었는지 고백하는 글이다. 소설의 재판 과정과 연계되어 진행되기 때문에 긴박감을 놓칠 수가 없었다.
영화감독을 꿈꾸는 로버트와 삼류배우 글로리아는 길거리에서 우연히 만나 가까워진다. 생활이 궁핍한 글로리아는 우승 시 10000달러 상금을 주는 마라톤 댄스 대회에 출전할 것을 로버트에게 제안한다. 이들은 마라톤 댄스 대회에 영화 제작자나 감독들이 많이 보러 오기 때문에 관계자들 눈에 띄어 영화 배역을 한자리 딸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에 부푼다. 해변에서 열리는 마라톤 댄스대회는 1시간 50분 동안 춤을 춤추고 10동안 쉬는 것이 대회 규칙이며 남녀 한 조가 커플이 되어 쓰러질 때까지 춤을 춰야 한다. 총 144쌍의 남녀가 대회에 참가했다. 대회 참가자 중에는 살인죄로 수배 받고 있던 용의자와 출산을 앞둔 임산부도 있다. 마라톤 대회가 계속 진행되면 될수록 주체 측은 관객들을 모으기 위해 인간 경마라는 자극적인 방법을 동원하며 탈락팀을 만든다. 그로 인해 유명 인사들과 사람들이 만원을 이루기 시작한다. 대회가 계속 진행되는 동안 글로리아는 삶에 대한 애착은 없지만 죽을 용기도 없는 염세주의적인 태도를 보이고, 로버트는 사람들에게 무례하게 구는 글로리아를 표용하려 하지만 점점 지쳐간다. 그러던 어느 날 장내에 남자의 비명과 함께 다섯 발의 총성이 들리게 되고, 이 일로 마라톤 댄스대회는 중단된다. 이후 바다를 마주하게 된 글로리아는 로버트에게 작은 권총을 건네주며 "이걸로 제발 쏴줘요."라고 부탁하는데,
인간은 자기에게 주어진 생의 시간을 순응하거나 생의 시간을 저항하며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도 한다. 글로리아 같은 경우 죽고 싶지만 죽고 싶은 용기가 부족한 인간이다. 로버트는 죽음을 염원하는 글로리아의 부탁을 받고 총을 쏘았다. 사람을 살인했으니 유죄로 보아야 할까? 아니면 단지 부탁을 들어 주었으므로 무죄로 보아야 할까? 프랑스 철학자 질 들뢰즈 (Gilles Deleuze)는 우리의 현시대를 '자본의 힘'이 끊임없이 기존 체계와 가치를 파괴하면서 새로운 욕망을 창출하는 '탈코트화 시대'라고 명명했다. 그들은 말을 쏘았다 작품의 배경이 되는 마라톤 대회는 탈코트화된 욕망의 극대화 시대에 우리가 머물고 있음을 인지 시켜주었다. 작품 후반부에는 실제 댄스 마라톤 경기 영상을 볼 수 있는 큐알 코트가 들어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