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아에 대해 말하자면 - 김현진 연작소설
김현진 지음 / 다산책방 / 2020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상처받은 한국 여자 이야기를 담은 김현진 작가의 <정아에 대해 말하자면> 작품은 감정적으로 소화해내기가 너무 힘들었다. 입장과 처지가 다른 여덟 명의 여성의 이야기를 담은 옴니버스식 연작 소설집이며 여전히 그녀의 서사는 도발적이고 거침이 없었으며 그래서 때론 불편하기도 했다.

​

여덟 명의 주인공이 등장한다, 제일 먼저 등장하는 "정아", 정아는 중학교 동창인 모범생이었던 은미를 만나 다단계에 빠져 부모님과 동생의 급전을 끌어다 쓴 후 그들을 받지 마 1 ,2,3으로 바꾸어 저장하게 된 다음 당장 있을 곳도 없는 신세가 돼버린다. 얕은 인맥이라도 찾기 위해 당도한 주유소에서 우연히 건호를 만나게 된다. 건호는 은미의 처지를 알게 된 다음 자신의 집으로 데려와 백화점 식품 매장의 계산원 자리를 구해준다, 건호는 정아가 빚을 갚도록 매달 정아의 월급을 집으로 보내게 했고, 매주 생활비를 정아에게 주었다. 구두쇠였던 건호는 정아가 퇴근길에서 백화점 앞 좌판에서 오천 원짜리 귀걸이를 샀다는 이유로 화를 내기도 했다. 정아는 임신을 하게 되지만, 건호의 아이가 아닌 두 달 전 정아는 일과가 끝난 뒤 정문 앞에서 우연히 만나 캐러멜 모카 프라푸치노를 같이 마시고 하룻밤을 같이 보낸 남자의 아이라는 사실을 건호에게 알리지 않은 채 태아는 적출된다. 

 

 

7년 동안이나 남자친구의 뒷바라지를 해왔건만 사법고시에 합격한 남자친구는 이별을 고한다, 이후 맞선을 통해 사업을 크게 일군 집안의 명문 여대 3학년생과 약혼을 했다는 소식이 들린다. "너는 애라도 하나 못 만들어놓았냐?" 엄마로부터 미련퉁이 소리를 듣고 있는 정정은 씨, 처음으로 교제한 남자와 결혼을 꿈꾸었지만 그는 유부남이었다. “나 유부인 거, 정말 몰랐어? 대충 눈치챈 거 아니었어? 자기가 워낙 쿨하길래, 나는 아는 줄만 알았는데……. 나 페이스북에 기혼이라고 되어 있잖아. 그거 못 봤어?”라며 파렴치한 태도로 일관하는 남자친구에게 말로 샌드백을 맞은 영진 씨, 과장님의 지속적인 성추행으로 인해 회사를 그만두자 결혼을 전제로 5년 동안 연애 한 남자친구는 "고작 그따위 일에 밥벌이를 때려치워? 네가 정신이 있는 애야 없는 얘야?라며 노발대발 거리며 이별을 고한다. 설상가상으로 남자친구는 결혼 비용을 모아둔 데이트 통장에 남아있는 금액마저 위자료로 가져간다, 한순간에 빈털터리가 된 지윤 씨, 태주와 결혼을 하기 위해 이천만 원을 모았지만, 공동화장실에서 여성을 혐오하게 된 남자로부터 묻지 마 살해를 당한 수연 씨.

​

저자는 이러한 에피소드를 소개하며 여성과 남성 중 어느 성으로 태어났을 수 있을지. 결정할 수 있다면 과연 당신은 어떤 성을 선택할 것인지 독자들을 향해 질문을 내던진다. 또한 저자는 소설 속 여자들이 마냥 피해자가 아닌 복합적인 존재로 그려 넣으며 현실을 투영하고 있다. 한국 사회에서 여성으로 살아가는 것의 어떤 특유의 불리함과 어려움이 있다, 오래된 남성 중심적 도식이 여성들의 몇 개의 이미지로 프레임에 여전히 가두고 있고, 낡은 도식의 힘이 여전히 잔존하기 때문이다. 탁월한 이야기꾼 김현진을 생생하게 만나볼 수 있는 작품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