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7년 소비에트 경찰은 신한촌으로 몰려와 "너희 조선인들에게 이주 명령이 내려졌다"라며 사흘 뒤 혁명광장에 모일 것을 명령한다. 사람들은 어리둥절한 모습으로 더러는 겁에 질린 표정으로 "어디로 가는 거래요?" 물었지만 호위대원들은 입도 벙긋하지 않는다. 화물용 열차인 와곤과 가축 운반용 열차를 뒤섞어 시작도 끝도 보이지 않을 만큼 길게 연결된 기차만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3.5평 남짓한 열차 안에는 스무 일곱 명이 타고 있었다. 사람들은 대부분의 시간을 열차 안에 꼼짝없이 갇혀지냈다. 열차가 들판에 설 때면 그때마다 여자들은 황급히 열차에서 뛰어내린다.
갓 태어난 핏덩이에게 젖을 물리는 '따냐', 자식을 여섯이나 낳았지만 전부 걸음마도 못 떼고 떠났으며 남편도 셋이나 보낸 "오순", 하바롭스크 역을 떠나기 직전에 엉뚱한 칸에 타게 된 "인설", 호두 처첩 쪼그라든 얼굴만 삐죽 내놓은 채로 실려가고 있는 "황노인", 보름 전 보따리 장사를 떠난 남편'근석'을 두고 온 "금실" 등 화물칸이라는 배경으로 열차에 실린 사람들의 목소리를 담았다. 삶의 터전, 고향, 가족, 뿌리내릴 곳들이 사라진 그들에게는 공포, 불안, 흔들림만 잔존하는데, 저자는 인물 간의 대화를 통해 여실히 드러낸다. 나에게는 무척이나 어려운 김숨 작가님의 독특한 서술 방식이다.
역사가 반복되지 않기 위해서는 역사적 사실을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개개인이 올바른 역사관을 지녀야 한다는 것을 상기시키며, 뿌리를 잃고 떠도는 존재들의 삶과 슬픔에 대하여 한 번쯤 생각해보게 하는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