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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V 빌런 고태경 - 2020 한경신춘문예 당선작
정대건 지음 / 은행나무 / 2020년 4월
평점 :
절판

2020년 한경신춘 문예 당선작은 정대건 저자의 <GV 빌런 고태경>작품이 선정되었다. 고려대 철학과를 졸업하고 한국 영화아카데미에서 영화 연출을 전공한 그는, 다큐멘터리까지 섭렵하게 된다. <GV 빌러 고태경> 작품의 소재 역시 '영화제작'에 관련된 내용이 주를 이루는데, 저자의 경험들이 서사 안에 잘 스며들어 생동감 있는 문장들을 만나볼 수 있다.
이 작품은 주인공인 영화감독인 조혜나가 열아홉 살 무렵 영화 입시학원에서 K 선생님이 저주받은 걸작 <초록 사과>를 보여준 후로 영화에 매료되어. 수도권에 있는 영화과를 입학 졸업하며, 엘리트 영화학교인 한국 영화교육센터 한교영에 들어간다. 그녀의 첫 독립장편 영화<원찬스>가 처참한 성적으로 종영한 후 빚만 남게 된다. 그녀의 전 남자친구이자 주연배우로 승승장구하고 있는 종현의 관객과의 대화에 게스트로 초대받아 진행하던 중 GV 빌런 고태경에게 질문의 공격을 받는다. (GV 빌런은 (villain)은 조합어로, 관객과의 대화에서 이상하고 무례한 질문으로 분위기를 흐리는 사람을 뜻한다.) 어느 날 고태경의 정체가 <초록 사과>의 조감독이라는 것을 알게 된 헤나는 GV 빌런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기로 결심한다. 이후 고태경 섭외에 적극적으로 나선다.
고태경은 매일 택시 운전을 하며, 혼자 극장을 찾았고, 혼자 밥을 먹고, 다방에서
감상한 영화에 대한 분석, 연출 노트를 작성하며 50대의 감독 지망생으로써 자신과의 투쟁을 벌이고 있다. 50대의 감독 지망생 꿈을 꾸는 고태경을 두고, 그를 둘러싼 주변 인물들의 반응은 회의적이다. 그의 시나리오를 본 대표회사는 "선배 단편영화라도 좀 찍어요. 방구석에 혼자 글만 쓰면 누가 알아줘요. 책을 가져와도 투자자들한테 보여줄 게 있어야 할 거 아니야. 그렇다고 선배가 포트폴리오 없어도 될 정도로 기가 막히게 글을 쓰는 건 아니잖아? 일침을 가한다. 우리는 대중적인, 사회의 전반적인 풍습의 잣대를 이용하여 타인의 삶을 너무 쉽게 재단하려 달려든다.
영화학교를 같이 다니며 영화를 사랑했던 윤미는 영화를 조롱하는 유튜브 채널 "윤쓰 스튜디오"를 운영하며 꽤 인기를 모으고 있다. 윤미는 혜나를 향해 "아무런 보상이 주어지지 않는데 세상의 인정조차 주지 않으면 그것을 왜 계속해나겠어? 보상심리로? 할 수 있는 게 그것밖에 없어서? 그런 삶을 응원할 수 있어 너?" 말했다. 누구나 꿈을 꾸지만, 그것들이 곧 자본으로 귀결되는 경우는 드물다, 결국 현실 앞에 타협할 수밖에 없는 씁쓸함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아리송한 것은 우리는 현실과 타협을 스스로 선택하면서도 동시에 " 별로 행복하지가 않아." 라는 모순적인 말을 내뱉는 존재라는 것이다.
이 작품은 현재 꿈을 이루기 위한 방향으로 가고 있지만 뜻대로 풀리지 않는 삶에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이들에게도, 사랑하던 것들을 포기하고서, 자신의 존재에 대해 죄책감에 시달리는 이들에게도 위로가 되어준다. 훔치고 싶은 문장들이 가득한 정대건 장편 소설의 (GV 빌런 고태경)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