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대 감기 소설, 향
윤이형 지음 / 작가정신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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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내 나이 서른넷 윤이형 작가의 <붕대 감기>작품을 읽기엔 참으로 적당한 나이였다. 일주일 넘도록 손에서 놓을 수가 없었다. 우리 사회에서 여성이 처한 현실을 적확하게 묘사한 서사를 독자들에게 내밀었으나. 독자인 나는, 마주할 용기가 없어 자꾸만 도망가고 싶었다.

이 작품은 페미니즘 소설이지만 남성 화자는 등장하지 않는다. 고등학교 동창인 '진경'과 '세연' 두 사람의 관계를 중심으로 두고, 그들과 연결된 주변부의 여성들의 곪은 이야기들을 끄집어 낸다. 진경의 딸 율아와 같은 유치원에 다니는 서균이 갑자기 쓰러져 의식의 불명이 되자 서균의 엄마인 은정은 휴직을 신청했고, 남편은 회사로 복귀한다. 은정은 평소 인사치례로 친분을 쌓는 것을 펌하했지만 서균의 일로 '경단녀'가 될지도 모르는 불안감과 마음을 터놓을 곳이 딱 한 명만 있으면 좋겠다 생각한다.

헤어디자이너 지현은 결혼한 오빠에게서 아들이 태어나자 달라진 부모님 태도에 더욱더 아이를 좋아하지 않게 되었다. 지현은 집회에 나갔지만 집회를 둘러싸고 일어난, 여자들끼리의 하는 싸움에 끼지는 않았다. 얼마 전 미용실 손님으로 온 서균이 괴성을 지르고, 난리를 피우는 데도 서균 엄마 은정은 힘없이 '하지 말라고 했지'만 말할 뿐이었다. 그날 지현은 자신의 트위터에 '제발 공공장소에서 자기 애 좀 잘 챙겨 ...... 하 진짜. 내가 멍청하게 아직까지 도덕 코르셋 못 벗어서 막말은 차마 못 하겠는데 속이 터진다. ㅅㅂㅅㅂ 라고 글을 써서 올린다.

프리랜서인 세연은 마흔이 되자 삼십 대의 불안감 같은 것 들어갈 자리가 자리도 없을 만큼 바빴다. 한 달 전부터 생리통이 심해져 찾아간 병원에서는 자궁근종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자중 적출이 아닌 하이푸시술을 받겠다고 하자 의사는 "자궁을 보존해야 향후에 아이를 가질 수도 있고, 여자로서의 삶이 망가지지도 않아요,"라는 말을 건넨다. 세연은 정색하고 되받아 치고 싶었지만 그냥 참고 넘겨버린다.

이혼을 한 윤슬에게는 아이가 없었다. 포토그래퍼였던 그녀는 촬영 때문에 지방으로 내려가는 일이 잦았고, 남편은 그런 윤슬을 견디지 못했다. 세 살 많은 남자 선배 김과 함께 공동으로 실장 직함을 달고 스튜디오를 운영했다. 나이는 한 두살 먹어가는데, 월급은 자신의 꿈을 이루기에는 터무니 부족했고. 김에게는 비밀로 한 채 웨딩촬영 유치원 행사 아르바이트를 뛰기 시작했다. 일을 따내려고 이 남자, 저 남자 가리지 않고 들이댄다는 말이 돌았고, 김은 후배들이 다 듣는 술자리에서 그렇게 궁하면 나한테도 한번 주지 그래라고 속삭였다.

저자는 우리 사회의 정서와 문화 질서 안에서 여성이 당하는 부당함의 일화에 대해 그리고 같은 여성끼리 협력할 수 있는 대상보다는 경쟁자라는 인식과 적대적인 관계 일화들을 동시에 이야기함으로써 현재 우리가 처한 페미니스트의 양면성에 대하며 적나라하게 묘사했다. 더 나아가 지금보다 더 좋은 방향의 페미니스트로 가기 위하여 여성의 연대가 필요하며 여성의 연대의 시작은 서로 다름을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출발되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었다.

윤이형 작가의 글이 나는 참 좋다.

어디에도 가닿지 못한 마음들이 모여 더 큰마음을 만드는 것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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