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그저 사랑이라서
천성호 지음 / 넥서스BOOKS / 2019년 5월
평점 :
품절


 

 

8년 동안 북 리뷰어로 이름을 알린 작가 천성호가 세 번째 작품을 선보였다. 불교 용어 중에 "시절 인연"이라는 말이 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단어다. 굳이 애를 쓰지 않아도 만나야 할 사람은 만나게 되어 있고. 만나지 못할 인연은 만나지 못한다는 뜻을 지녔다. 나에게 당도해야만 했던 인연들을 두고, 알랭드 보통처럼 운명이라 설명할 수밖에 없었던 나지만, 결국 나의 마음속에 사는 풍경 안에 머물지 못하고, 떠난 이의 모습을 보며 그 정도의 운명의 확률은 아주 흔한 것이라 말했다. 모든 인연에는 오고 가는 시기가 있다. 그 안에서 우리는 추억을 건네받으며 마음의 상흔을 새긴다.   

작가 천성호 역시 사랑으로 가는 이름 모를 계절의 길목 앞에 서서 사랑을 말한다. "초록빛 바람" , "한낮에 뜬 달", "어스름 노을", "저녁 눈사람", 작품 안에서 각각의 계절에 어울리는 사랑의 형태를 토리(TORI)처럼 풀어놓는다. 사람에 대한 사랑, 사물에 대한 사랑, 일상에 대한 사랑 등등. 사랑의 종류와 사랑의 형태는 무수하므로, 사람마다 제각각 다르게 정의할 수 있다. 저자는 "사랑은 결국 각자의 몫으로 각자의 길을 걸어간다"(P21), "사랑은 인생이라는 음식에 감칠맛을 더라는 소금 일 것이다."(P96) 와 같이 사랑을 여러 갈래로 해석한다. 또한 사랑과 관련된 진한 문장들을 뽑아내어 작품에 수록하고, 저자의 글을 더해 풍성한 글로 녹여내고 있었다.

사랑하는 사이에도 각자의 공간이 필요하며, 누군가를 좋아하는 일은 꼭 즐거운 일인 것만은 아니라고 말한다. 저자는 이번 작품을 통해 사랑의 기술을 소개하기보다는 사랑이란 무엇인지를 다각적으로 고찰하며 사랑의 본질에 한 발자국 다가간다. 개인적으로 저자님과 인스타 팔로우를 하고 있다. 작가님이 지닌 분위기와 이미지. 감성들이 책에 잘 묻어 나왔고, 책 표지 디자인 역시 깔끔하다. 저자의 문체도 명료했다. 감성 사진 위에 스민 다정한 문장들이 가득한 (사랑은 그저 사랑이라서 ) 작품이었다.  

 

(P083)

사람은 특정한 점과 점 위에서 많이 만나지만, 때로는 당신과 나처럼 점과 점 사이를 이어놓은 선 위에서 맞닥뜨리기도 하는 것 같아요. 우리가 그은 선들은 지금도 누군가가 그어놓은 선에 얽히고설켜 뻗어가고 있으니까요.


(P117)

물론 당신은 왜 내가 하늘이고 너가 바다냐면, 반대여야 한다 할지도 모르겠다. 행여 당신이 그걸 원한다면 어쩔 수 없이 역할을 바꿔야겠지만, 되도록이면 당신이 하늘이 해주었으면 한다. 당신은 나보다 더 높고 훌륭한 사람임이 분명하니 말이다. 최근 들어 당신의 하루가 무탈한지 얼굴에 꽃이 가득하다. 당신의 미소가 만개하니 덩달아 내 기분도 꽃을 피운다. 당신의 기후가 앞으로도 이렇게 줄곧 맑음이면 좋겠다.


(P137) 어쩌면 세 살배기 아이의 대화처럼 유치하고, 쏟아지는 가을날의 단풍잎처럼 실없이 매일 쌓이는 것이 사랑의 대화겠지만, 그래도 쌓인 단풍 위로 떨어지는 또 다음 단풍을 올려다 볼 수 있어 행복한 것 또한 사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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