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정면과 나의 정면이 반대로 움직일 때
이훤 지음 / 쌤앤파커스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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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이자 사진가인 이훤 시인의 작품이다. 내가 좋아하는 이병률 시인의 추천사도 눈에 띈다. 시집인가? 산문집인가? 간결한 형식과 간명한 어휘에 나는 살짝 놀랐다. 시처럼 읽히기도 하고, 산문집으로 읽히기도 한다. 이 작품은 사진 산문집으로 분류되어 작가가 포착한 이미지 사진들이 많이 실려있다. 분명히 정지되어 있는 이미지인데도 사진을 응시하다 보면 생동감이 느껴져 화들짝 놀라기도 한다. "위태로운 것들이 마음을 제일 많이 만진다." 작가 이훤은 사물의 입장을 사진으로 읽고 싶어 했고, 그것들을 포함하여 최소한의 언어로 담아내었다. 저자는 매일 마주한다는 이유로 주목되지 못했던 것들에 대하여 생각해본다. 선과 그리고 빛 틀 등등 가장 본질적인 기호들이 그 공간의 표정과 한 사람의 정서를 대변하고 있는 사실을 발견하고서 앵글을 맞추기 시작한다. 그렇게 사물의 사정을 들여다보고, 그곳에서 사람을 듣는 작업이 시작되었다.


사물이 지나간 마음을 사진과 간략한 텍스트로 이어지는데 우산 손잡이를 바라보며 저자는 다음과 같이 표현한다. "머리를 거꾸로 쥐어도 침묵하는 어느 자세" 저자의 통찰력이 돋보이기도 하고 그로 인해 파생된 언어의 조합들을 계속해서 읽어나가다 보면 시인의 만만찮은 내공을 감지하게 된다. 매혹하는 문장 앞에 매일 나에게 인사하는 사물들이 낭만적으로 보이기 시작한다. "우리가 되지 우리는 우리가 되기로 하자"(P73). "집합되지 않는 것들이 있을까. 마음도, 사물도, 사람도, 숨이 모이고, 품이 모이고, 밤이 모이고, 문장이 모여 우리 되듯이"(P40) 작품 속에서 저자는 지속적으로 이음꼴을 찾고 있다. 그가 밀착되고 싶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또한 사라져버린 계절과 한 시절을 그리워하기도 하고, 지어지고 부서지고 또한 회복되는 마음 앞에서 다시 일어서기를 갈망한다.


생이란 자아를 찾아 애타게 헤매는 길이지 않은가? 저자는 물을 통해, 빛을 통해, 면을 통해, 자신의 안의 세계와 바깥의 세계를 오고 가며 자신의 안을 들여다보기도 하고, 속내들을 바깥으로 밀쳐버린 다음 밖이 되기를 자처하기도 한다. 틈의 안과 틈의 밖이 비슷해지는 날을 소망하며 끊임없이 온전을 꿈꾸고 있었다. 사물의 입장을 들어보기 위해 골똘히 들여다보는 시간들을 가질 수 있고  짧은 호흡으로 쓰인 작품이지만 결코 짧은 호흡으로 읽어 내려갈 수 없는 많은 여운이 남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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