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옥상에서 만나요
정세랑 지음 / 창비 / 2018년 11월
평점 :

우리에게 설레는 이름이 된 정세랑의 첫 소설집 "옥상에서 만나요" 작품이다. 여러 단편집이 수록되어 있지만 제목과 동일한 옥상에서 만나요라는 단편을 서평단 참여로 먼저 읽게 되었다. <옥상에서 만나요> 작품의 줄거리를 살펴보면 주인공은 혹독했던 취업난 속에서 이름을 들으면 알만한 회사 유명 스포츠 신문의 광고 사업부에 입사하게 된다.
입사 후 그녀는 사무실에서 일한 시간보다 룸살롱에서 접대한 시간이 훨씬 더 길었으며 "너 나랑 내 러시아 친구랑 한번 안 만날래?" 손등으로 뺌을 쓰다듬으며 을한테 진상을 부리고 있는 최 피디만 있을 뿐이었다. 더러운 관행에 속이 부글부글 거리고 옥상에서 뛰어내리고 싶다는 충동을 느낀다. 가족 중에 유일한 경제인이었던 그녀는 이직과 재취업에 대해서는 엄두조차 나질 않는다. 하지만 경리부의 맏언니 명희 언니, 편집기자인 소연 언니, 제작 물류부의 예진 언니 셋 언니들로 인해 힘든 회사 생활을 견뎌낸다. 어느 날 친애하는 세 언니가 두세 달 간격으로 차례차례 결혼을 해버리고 회사를 그만두자 그녀는 혼자 버려진 기분이 든다, 오래간만에 네 사람이 다 모였고, 그녀는 언니들에게 자신도 결혼을 하고 싶다며 비결을 가르쳐 달라고 말한다. 그러자 예진 언니로부터 누리끼리한 노트를 하나 건네받게 된다. 그녀는 포스트잇을 붙여진 한 명뿐인 운명의 혼인 상대를 소환하는 방법에 적혀져 있는 책장을 펼치는데.......
인간이면서 인간 아닌 것
옷이면서 옷 아닌 것
얼굴이면서 얼굴 아닌 것.
내가 방수 처리를 해서 붙여 놓은 편지와 비서를 발견할 수 있게. 너라면 이해할 수 있을 거야. 모든 사랑 이야기는 사실 절망에 관한 이야기라는 걸. 그러니 부디 발견해줘, 나와 내 언니들의 이야기를, 너의 운명적 사랑을, 그 지옥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해줄 기이한 수단을."
소환된 남편의 독특한 설정으로 인하여 도입부만 벗어나면 가독성이 좋다. 주인공은 회사 언니들로부터 주술 비급서를 물려받고 절망에서 빠져나오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절망의 늪에서 빠져나온 주인공이 자기 다음으로 들어오는 후임을 걱정하고 이상한 책임감을 느껴야만 하는 현실에 대하여 씁쓸한 생각이 들었다. 도입부에서는 취업난, 직장 내의 성희롱, 회사에서의 갑과 을 관계망 등 사회적으로 이슈가 된 문제들을 이야기하고 있다. 현재 우리 사회는 "청년 빈곤"이라는 단어가 등장할 만큼 실업과 비싼 주거비 학자금 등과 같이 빚 대물림들로 인해 가난과 고립의 굴레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젊은이들이 대부분이다. 또한 청년 실업률 역대 최고라는 뉴스가 쏟아져 나오며 고용 대란이 현실화되고 있다. 그리고 올해에 핫 키워드 중 하나는 "미투 운동"이 아닐까 생각한다. 미투 운동은 서지현검사의 직장 내 검찰 내 간부의 성추행 폭로로 확산되고 있다. 도입부에서는 평범한 여성이 살아가는 우리 사회의 모습을 담담하게 그려나가지만 책은 전반적으로 어둡지 않으며 반전을 심어 넣으면서 저자가 가지고 있는 유니크함을 살려낸 작품이었다. 21살 때부터 시작된 사회생활이 어느덧 11년 차에 접어들었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이 책에 등장하는 주인공처럼 성희롱적인 발언들도 거침없이 들어야 하던 시절이 있었다. 화장실에 쪼그려 앉아 울기만 했던 나의 모습과 힘이 되어주던 언니들과의 추억들도 새록새록 떠올랐다. 언니들 시집가서 다들 잘 살고 있겠지?